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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마음

고등학생 아이의 몰래 게임, 화부터 냈던 제가 바꾼 것

nzhappyworld 2026. 8. 5. 01:03

목차


    어느 날 아이 방을 정리하다가 밤늦게까지 휴대전화로 게임과 영화를 봤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입시를 앞둔 아이가 자정이 넘도록 몰래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는 것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처음 떠오른 감정은 걱정보다 화에 가까웠습니다.

    “그동안 우리를 속인 거야?”

    아이에게 이유를 물어보기 전에 배신당했다는 생각부터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목소리를 높일수록 아이는 고개를 숙이고 입을 닫았습니다. 그날 저는 아이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면 모든 문제가 끝날 줄 알았습니다.

    휴대전화를 빼앗자 말까지 사라졌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공부를 마친 뒤에는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지나면 휴대전화를 가져와 제게 맡기게 했습니다.

    처음 며칠은 제가 원하는 대로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는 밤에 게임을 하지 않았고, 정해진 시간에 휴대전화를 내놓았습니다.

    그런데 집 안의 분위기는 더 불편해졌습니다. 아이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방문부터 닫았습니다. 식사할 때도 필요한 말만 했고, 제가 공부 이야기를 꺼내면 밥을 다 먹기도 전에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요즘 공부는 잘돼?”

    “그냥요.”

    “학교에서는 별일 없어?”

    “없어요.”

    대화가 항상 두세 마디에서 끝났습니다. 휴대전화는 제 손에 있었지만 아이의 마음은 더 멀어진 것 같았습니다.

    어느 날에는 사용하지 않는 예전 기기를 찾아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도 발견했습니다. 저는 더 크게 화를 냈고 아이는 더 교묘하게 숨겼습니다.

    그제야 휴대전화를 빼앗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말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하잖아”

    며칠 뒤 아이와 단둘이 있을 때 다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이번에는 혼내려는 목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아빠가 화내기 전에 먼저 물어봤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 그런데 왜 밤늦게까지 몰래 했는지는 알고 싶어.”

    아이는 처음에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제가 대답을 재촉하지 않고 기다리자 한참 뒤 입을 열었습니다.

    “말하면 무조건 안 된다고 하잖아.”

    그 말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저는 아이와 대화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돌이켜보니 제가 했던 말은 대부분 지시였습니다.

    “게임 그만해.”

    “공부해야지.”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때인지 알아?”

    “그렇게 해서 대학에 갈 수 있겠어?”

    아이에게 말을 많이 했지만, 아이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은 별로 없었습니다.

    아이는 공부를 마치고도 쉽게 잠이 오지 않는 날이 많았다고 했습니다. 시험이나 성적 이야기를 듣고 나면 머리가 복잡해져서 게임을 시작했고,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이 금방 지나갔다고 했습니다.

    게임을 한 것이 잘했다는 뜻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이가 부모를 속이려고 처음부터 계획한 것이 아니라, 혼날 것이 두려워 숨기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밤늦게까지 깨어 있던 이유를 함께 찾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게임만 좋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들어보니 게임을 시작하기 전부터 힘들어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숙제가 많았던 날, 시험 결과가 좋지 않았던 날, 친구와 불편한 일이 있었던 날에는 특히 늦게까지 휴대전화를 봤습니다.

    저도 그 무렵 집에 들어오면 아이의 얼굴보다 책상부터 살폈습니다.

    “오늘은 얼마나 공부했어?”

    “할 일은 다 끝냈어?”

    아이를 보면 습관처럼 이런 질문부터 했습니다. 아이에게는 집에서도 계속 검사받는 기분이었을지 모릅니다.

    부부끼리 날카롭게 말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우리는 아이가 방에 들어가 있으니 듣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조용한 밤에는 거실에서 하는 말이 방문 너머까지 들렸습니다.

    한번은 아이가 “밖에서도 피곤한데 집에서도 눈치를 봐야 할 때가 있어”라고 말했습니다.

    그 말을 듣고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저는 아이가 방에서 나오지 않는 이유를 게임 때문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아이는 게임을 하려고 방에 들어간 것이 아니라, 편하게 숨을 쉴 곳을 찾아 방에 머물렀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서로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다시 만들었습니다

    그날부터 모든 게임을 금지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렇다고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내버려 두지도 않았습니다.

    먼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몇 시까지 사용하면 다음 날 학교생활이 힘들지 않을 것 같아?”

    아이는 처음에 자정이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너무 늦다고 생각했지만 바로 안 된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날 일어나는 시간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을 함께 계산해봤습니다.

    이야기 끝에 평일에는 해야 할 일을 마친 뒤 정해진 시간까지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휴대전화를 방 밖에 두되, 부모도 늦은 밤까지 거실에서 휴대전화를 보지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는 부모에게만 유리한 약속은 지키기 싫다고 했습니다.

    “아빠는 계속 보면서 나만 하지 말라고 하면 이상하잖아.”

    듣고 보니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저도 휴대전화를 보면서 아이에게만 그만하라고 말한 적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정해진 시간이 되면 가족이 함께 휴대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잘 지키지 못한 날도 있었지만, 들킬 때까지 숨기는 일은 줄었습니다.

    약속을 어겼을 때도 곧바로 며칠씩 빼앗지는 않았습니다.

    “어제는 왜 시간이 늦어졌어?”

    이유를 먼저 묻고 그날 사용 시간을 조금 줄이거나 다음 약속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화가 난 상태에서 새로운 벌을 만들지 않는 것도 우리 집의 약속이 됐습니다.

    성적 이야기만 하지 않는 시간을 만들었습니다

    아이와 대화하려고 앉아도 자꾸 공부 이야기로 흘러갔습니다. 그래서 일주일에 한 번은 성적과 숙제 이야기를 꺼내지 않고 함께 간식을 먹거나 가까운 곳을 걸었습니다.

    처음에는 둘 다 어색했습니다.

    “학교는 어때?”

    “그냥 그래요.”

    이렇게 대화가 끝나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바로 공부 이야기로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게임이 어떤 것인지 물어보고, 친구들이 요즘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도 들어봤습니다.

    제가 게임 이름을 잘못 말하자 아이가 웃으며 고쳐줬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가 먼저 학교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대단한 비밀을 들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급식이 맛없었다는 이야기, 친구가 수업 중에 실수했다는 이야기, 체육 시간에 있었던 일 같은 평범한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평범한 이야기가 반가웠습니다. 아이가 다시 부모에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는 뜻처럼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부모인 저도 제 말투를 돌아봤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만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을 줄이고, 공부에 집중하고, 부모와 한 약속을 지키면 문제가 해결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바꾸겠다고 달려들기 전에 제가 집에서 어떤 표정과 말투로 아이를 대했는지도 살펴봐야 했습니다.

    저는 걱정이 커질수록 말을 강하게 했습니다. 아이의 미래를 위한 말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이에게는 자신을 믿지 못한다는 말로 들렸을 수 있습니다.

    요즘은 아이가 실수했을 때 바로 “왜 그랬어?”라고 묻기보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듣습니다. 제 판단이 틀렸을 때는 부모라고 버티지 않고 사과하려고 합니다.

    “아빠가 네 말을 듣기 전에 화부터 냈어. 그건 미안해.”

    처음 이 말을 했을 때 아이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아이가 약속 시간을 넘긴 사실을 먼저 말했습니다.

    “오늘은 친구랑 이야기하다가 늦었어. 미안해.”

    아이가 먼저 사실을 말해준 것이 저에게는 작은 변화가 아니었습니다.

    지금도 약속을 어기는 날은 있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게임 시간을 항상 정확하게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조금만 더 하겠다고 미루는 날도 있고, 저도 답답해서 목소리가 커질 때가 있습니다.

    그래도 예전처럼 휴대전화를 발견하는 순간부터 크게 싸우지는 않습니다. 아이의 행동 하나만 보고 모든 것을 판단하지도 않으려고 합니다.

    밤늦게 몰래 게임을 했던 일은 분명 그냥 넘길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다음 날 생활이 힘들어지고 가족과의 약속도 무너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빼앗는 것만으로는 아이가 왜 숨겼는지 알 수 없었습니다. 벌을 피하는 방법만 더 열심히 찾게 만들 수도 있었습니다.

    제가 먼저 바꾼 것은 거창한 교육 방법이 아니었습니다. 화내기 전에 한 번 더 묻고, 아이와 함께 지킬 수 있는 약속을 만들고, 부모도 그 약속에 참여하는 것이었습니다.

    아이를 완전히 통제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실수했을 때 숨기지 않고 집으로 돌아와 이야기할 수 있는 관계는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지금 제가 성적이나 휴대전화 사용 시간보다 먼저 지키려고 하는 우리 집의 약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