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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마음

고1 아들이 공부를 놓았을 때, 성적보다 먼저 바꾼 말

nzhappyworld 2026. 8. 3. 03:33

목차


    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한 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중학생 때는 시험 기간이 되면 알아서 문제집을 펼치던 아이였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새로운 학교에 적응하느라 잠시 지친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도 아들은 책보다 휴대전화를 더 오래 들여다봤고, 제가 공부 이야기를 꺼내면 방문부터 닫았습니다.

     

     

    성적표를 본 순간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2025년 5월, 첫 시험 성적표를 받은 날이었습니다. 예상보다 낮은 점수를 보는 순간 저도 모르게 한숨이 나왔습니다.

    “중학교 때보다 왜 이렇게 많이 떨어졌어?”

    아들은 성적표를 내려다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수업은 제대로 듣고 있는 거야? 집에 오면 공부하는 모습도 안 보이잖아.”

    제가 계속 묻자 아들은 짧게 대답했습니다.

    “나도 모르겠어.”

    그 말이 저는 무책임하게 들렸습니다. 아이가 공부를 하지 않으면서 이유도 모르겠다고 하니 화가 났습니다. 앞으로 성적이 더 떨어지면 어떻게 하나, 대학은 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이 한꺼번에 밀려왔습니다.

    그날 저녁에도 저는 문제집과 공부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아들은 알겠다고 했지만 다음 날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들이 노력하지 않는다고 생각했고, 아들은 제가 성적만 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공부를 시킬수록 아이는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아들을 움직이게 하려고 공부 시간을 정해 주었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와 쉬는 시간, 숙제하는 시간, 휴대전화를 내려놓는 시간까지 정했습니다.

    “네가 알아서 안 하니까 엄마가 정해 주는 거야.”

    처음 며칠은 아이도 마지못해 책상에 앉았습니다. 하지만 책은 펴 놓기만 했고, 제가 방에 들어가면 급하게 다른 화면을 닫았습니다.

    “지금까지 뭐 했어?”

    “그냥 좀 쉬었어.”

    “또 쉬어? 집에 와서 계속 쉬기만 하잖아.”

    이런 대화가 반복되면서 아들은 제가 방문을 열기만 해도 긴장했습니다. 저 역시 아이 방에 들어갈 때마다 책상이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책이 펼쳐져 있으면 안심했고, 휴대전화를 보고 있으면 바로 표정이 굳었습니다.

    나중에는 공부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아이가 먼저 짜증을 냈습니다.

    “또 공부하라고 하려고 왔어?”

    저는 물을 가져다주려고 들어갔다가 그 말을 듣고 화가 났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면 아이가 그렇게 생각할 만했습니다. 제가 아이 방에 들어간 이유는 대부분 공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기 때문입니다.

    “엄마는 내가 점수로만 보여?”

    어느 저녁, 아들이 거실에서 동생들과 웃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밝은 얼굴을 보니 반가웠지만, 저는 또 공부 생각부터 했습니다.

    “웃을 시간에 시험공부나 조금 하지 그래?”

    아들의 표정이 바로 굳었습니다.

    “엄마는 내가 점수로만 보여?”

    “너 잘되라고 하는 말이야.”

    “내가 뭘 해도 엄마는 공부 얘기만 하잖아.”

    아들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한동안 거실에 서 있었습니다. 아이가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밥을 먹을 때도, 차를 타고 갈 때도, 잠자리에 들기 전에도 저는 성적과 공부 이야기를 했습니다.

    걱정해서 한 말이었지만 아이 입장에서는 집 안 어디에서도 편하게 쉴 수 없었을 것입니다. 아이의 점수가 떨어진 것을 걱정하다가, 정작 아이가 왜 책에서 멀어졌는지는 한 번도 제대로 묻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부 이야기를 멈추고 아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며칠 뒤 아들과 둘이 차를 타고 장을 보러 갔습니다. 차 안에서는 서로 앞을 보고 있으니 마주 앉았을 때보다 말하기가 편할 것 같았습니다.

    “엄마가 요즘 공부 이야기만 해서 미안해.”

    아들은 창밖을 보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공부하기 싫다는 말 말고, 학교생활에서 힘든 게 있는지 궁금해.”

    잠시 뒤 아들이 입을 열었습니다.

    “수업이 너무 빨라. 알아듣지 못한 게 쌓이니까 책을 펴도 어디서부터 해야 할지 모르겠어.”

    저는 그동안 아들이 게을러서 책을 펴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왜 진작 말하지 않았어?”

    이 말이 나오려다가 삼켰습니다. 대신 물었습니다.

    “그러면 지금 네가 다시 해볼 수 있을 것 같은 부분은 뭐야?”

    아들은 가장 부담이 적은 과목 하나부터 다시 보겠다고 했습니다. 당장 모든 과목을 따라잡겠다는 대답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처음으로 아이가 자기 입으로 시작할 곳을 정했습니다.

    계획표보다 작은 약속이 오래갔습니다

    예전에는 하루에 몇 시간 공부할지부터 정했습니다. 이번에는 아이에게 부담이 적은 약속을 물었습니다.

    아들은 저녁을 먹은 뒤 30분 동안 그날 배운 내용을 다시 보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그 시간이 지나도 방에 들어가 확인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첫날에는 약속한 시간보다 늦게 책을 폈습니다. 잔소리가 목까지 올라왔지만 기다렸습니다. 다음 날에는 20분만 공부했습니다. 예전 같으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말했겠지만 “오늘은 시작했네”라고만 했습니다.

    며칠 뒤에는 공부를 건너뛰기도 했습니다. 저는 “역시 안 될 줄 알았다”고 말하는 대신 다음 날 다시 시작할 것인지 물었습니다. 아들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눈에 띄게 성적이 오르거나 갑자기 공부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제가 매일 확인하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펴는 날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아이가 공부한 시간을 검사하지 않으니 저도 아이의 얼굴을 먼저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우리 집 저녁 분위기부터 달라졌습니다

    제가 공부 이야기를 줄이자 식탁에서 다른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아들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나 친구 이야기를 조금씩 들려줬습니다. 동생들과 장난을 치다가 크게 웃는 날도 늘었습니다.

    남편과도 아이 앞에서는 성적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한 사람은 공부하라고 하고 다른 사람은 그냥 두라고 하면 아이도 어느 말을 따라야 할지 혼란스러울 것 같았습니다.

    성적표를 받은 날에도 바로 한숨부터 쉬지 않기로 했습니다. 먼저 아이가 점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습니다.

    “이번 시험은 어땠어?”

    “생각보다 어려웠어. 다음에는 이 과목을 더 해보려고.”

    그 말을 들으면 조언부터 하고 싶었습니다. 그래도 아이가 세운 계획을 먼저 들어주려고 했습니다. 필요한 것이 있을 때 말해 달라고 한 뒤 대화를 마쳤습니다.

    성적보다 아이의 마음이 먼저였습니다

    아들이 공부를 완전히 놓았던 것은 아닙니다.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 보이니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랐고, 부모의 조급한 반응이 더해지면서 책상 앞에 앉는 일까지 부담스러워졌던 것입니다.

    저 역시 아직 아이의 성적이 떨어지면 걱정됩니다. 다른 집 아이가 열심히 공부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마음이 흔들리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아이에게 바로 잔소리하기 전에 제 걱정부터 들여다봅니다.

    지금 걱정하는 일이 오늘 당장 해결해야 할 문제인지, 아니면 제가 너무 먼 미래까지 앞서가고 있는지 생각해 봅니다. 그러면 아이에게 하는 말도 조금 달라집니다.

    얼마 전 아들이 저녁을 먹고 스스로 책을 들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저는 몇 시간이나 공부하는지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잠시 후 아들이 나와 말했습니다.

    “오늘은 생각보다 잘 풀렸어.”

    예전 같으면 내일도 그렇게 하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그날은 그냥 웃으며 대답했습니다.

    “그래? 네가 시작해 보길 잘했네.”

    아이의 공부를 대신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다시 시작하려는 순간을 부모의 불안으로 눌러버리지 않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성적표보다 아이의 말을 먼저 보게 된 뒤, 우리 집에서는 공부 때문에 문을 닫는 일이 조금씩 줄어들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