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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적인 아이, 억지로 활발하게 만들지 않기로 했습니다

think80056 2026. 7. 22. 17:51

목차


    놀이터에 가면 다른 아이들은 금방 어울려 뛰어노는데, 우리 아이는 제 옆에서 한참 바라보기만 했습니다.
    유치원에서도 비슷했습니다. 친구에게 먼저 말을 거는 일이 적었고, 여러 사람 앞에서 이야기해야 하는 날이면 전날부터 긴장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걱정했습니다.
    “친구한테 먼저 인사해 봐.”
    “조금 더 씩씩하게 해야지.”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아이를 도와주려고 했던 말이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에게는 ‘지금의 너는 부족하다’는 말처럼 들렸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생각을 바꾸게 된 결정적인 일이 있었습니다.

    혼자 책 읽는 아이

    발표를 시켰다가 아이가 울어버렸습니다

    유치원에서 발표할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는 하기 싫다고 했지만 저는 경험해 보면 자신감이 생길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계속 용기를 주며 발표하도록 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람들 앞에 서자 아이는 얼어붙었습니다. 준비했던 말도 하지 못하고 결국 울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아이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라 내 기준에 맞추고 있는 건 아닐까?’
    그 뒤 아이의 성격에 대해 알아보고 상담도 받아보면서 중요한 차이를 알게 됐습니다.

    내성적인 성격과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같지 않았습니다

    저는 오랫동안 친구를 많이 사귀고 사람들 앞에서 말을 잘해야 사회성이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내향적인 아이는 사람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 있거나 소수의 편안한 사람과 있을 때 에너지를 회복하는 성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우리 아이를 다시 보니 친구가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많은 아이와 한꺼번에 노는 것은 힘들어했지만 친해진 친구 한두 명과는 오랫동안 잘 놀았습니다.
    저는 그동안 아이에게 친구가 몇 명인지에만 신경 썼지, 그 관계가 얼마나 편안하고 깊은지는 보지 못했던 것입니다.
    그걸 깨닫고 나니 제 걱정도 많이 줄었습니다.

    제가 먼저 바꾼 세 가지

    아이의 성격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아이가 편안하게 사회 경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1. “왜 이렇게 소극적이야?”라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이 말부터 없앴습니다.
      대신 낯선 곳에서 바로 인사하지 못하면 조금 기다려주었습니다.
      예전에는 제가 먼저 등을 밀었다면 지금은
      “준비되면 인사해도 돼.”
      라고 말해줬습니다.
      신기하게도 재촉하지 않으니 오히려 아이가 스스로 인사하는 경우가 조금씩 늘었습니다.
    2. 큰 모임보다 작은 만남부터 시작했습니다 여러 아이가 있는 곳에 억지로 보내기보다 아이가 편하게 느끼는 친구 한 명과 놀 기회를 만들어줬습니다. 처음에는 말이 별로 없던 아이도 시간이 지나면서 웃고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사회성을 키운다는 것이 꼭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1. 새로운 상황을 미리 설명했습니다.발표나 모임이 있으면 갑자기 데려가기보다 미리 이야기했습니다.
      “내일 사람들이 조금 많이 올 거야.”
      “앞에서 말해야 할 수도 있어.”
      “긴장되면 천천히 해도 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고 가는 것만으로도 아이의 긴장이 줄어드는 것이 보였습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을 피하게 하는 것도 답은 아니었습니다

    여기서 저도 한 번 헷갈렸습니다.
    아이를 이해해 준다고 해서 싫어하는 일을 전부 피하게 해주는 것이 좋은 것일까?
    저는 그렇게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강제로 시키는 것과 천천히 경험하게 하는 것을 구분하려고 했습니다.
    예를 들어 발표를 무조건 하지 않게 하는 대신 집에서 부모 앞에서 먼저 연습하고, 다음에는 친한 사람 앞에서 해보고, 준비가 되면 조금 더 많은 사람 앞에서 해보는 식입니다.
    저희 아이에게는 이 방법이 훨씬 편했습니다.
    중요한 것은 아이를 외향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자기 성격을 가진 채 필요한 일을 해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한 내성적인 성격인지, 도움이 필요한 상태인지도 살펴봤습니다

    부모가 한 가지 구분하면 좋겠습니다.
    조용하고 혼자 노는 것을 좋아하는 것 자체는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불안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하거나, 친구를 만나고 싶어도 두려움 때문에 계속 피하거나, 사람들 앞에서 말해야 할 때 심한 신체 증상을 보이는 등 일상생활에 어려움이 생긴다면 단순히 ‘내성적인 아이’라고 넘기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한국에서는 우선 소아청소년과나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 또는 지역의 아동·청소년 심리상담기관에서 상담을 받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의 성격을 고치러 가는 것이 아니라 불안이나 다른 어려움이 함께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상담이라고 생각하면 부담이 조금 줄어듭니다.

    상담을 받기 전까지 저는 내성적인 것과 사회성이 부족한 것을 같은 말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사가 딱 잘라 말했습니다. "내성적인 것과 사회성이 부족한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사회성(social competence)이란 타인과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하는 능력을 뜻합니다. 외향적인 아이가 이 능력을 빠르게 넓게 발휘한다면, 내성적인 아이는 느리게, 그러나 깊게 발휘합니다.

    하버드대 심리 연구진이 미국 내 13세 청소년 184명을 10년간 추적 관찰한 연구를 국제 학술지 「아동발달(Child Development)」에 발표한 바 있습니다(출처: Society for Research in Child Development). 이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내성적이라고 평가받은 아이들이 성인이 된 후 사회적으로 성공할 가능성이 더 높게 나타났습니다. 연구는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외향적인 아이들은 이른 나이에 또래 집단의 영향을 크게 받아 흡연, 음주, 반사회적 집단 가담 등의 위험에 노출될 확률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입니다.

    반면 자신의 세계가 확고한 내성적인 아이는 그런 흔들림에 덜 휩쓸리고, 자신의 목표를 향해 꾸준히 나아가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딸아이가 친구를 많이 사귀지 못하는 게 문제가 아니라, 제가 그 모습을 문제로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문제였던 겁니다. 한두 명과 깊이 있게 관계 맺는 능력은 오히려 내성적인 아이가 뛰어난 경우가 많다는 것도 이때 처음 알았습니다.

    요약: 내성적인 것은 사회성 결핍이 아니며, 깊고 안정적인 관계를 맺는 능력은 내향적 아이의 강점일 수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내성적인 아이, 그냥 두면 친구 못 사귀는 거 아닌가요?

    A. 내성적인 기질과 사회성 부족은 다릅니다. 내성적인 아이는 넓게 사귀기보다 깊게 사귀는 방식을 선호합니다. 억지로 사교적인 상황에 밀어 넣기보다, 아이가 편안하게 느끼는 소규모 상황에서 관계를 맺을 기회를 먼저 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Q. 내성적인 기질도 훈련하면 바뀔 수 있나요?

    A. 기질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자유특성 이론에 따르면, 필요한 순간 외향적인 행동을 선택적으로 할 수 있는 능력은 키울 수 있습니다. 이것은 기질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기질 위에 기술을 얹는 것입니다. 이 차이를 부모가 먼저 이해해야 합니다.

    Q. 아이가 발표를 너무 무서워하는데 어떻게 도와주나요?

    A. 갑작스럽게 상황에 노출시키기보다, 미리 어떤 상황인지 충분히 설명하고 마음의 준비 시간을 주는 방식이 좋습니다. 제가 경험해 보니, "준비되면 해도 돼"라는 말 한마디가 아이의 긴장감을 크게 줄여줬습니다. 무대 위에서 강제로 발표시키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Q. 주변 어른들이 "더 활발하게 키워야 한다"라고 할 때 어떻게 대응하나요?

    A. 저는 상담 이후 "우리 아이는 이런 아이예요"라고 담담히 말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설명을 길게 하기보다 아이의 기질을 부모가 먼저 받아들이고 있다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핵심입니다. 부모가 흔들리지 않아야 아이도 자기 속도로 세상에 나갈 용기를 냅니다.

    결론 -- 아이보다 제가 먼저 달라져야 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가장 크게 변한 사람은 아이보다 저였습니다.
    예전에는 집에 돌아오면
    “오늘 친구하고 놀았어?”
    “왜 먼저 말을 안 했어?”
    라고 물었습니다.
    지금은 조금 다르게 묻습니다.
    “오늘 재미있었던 일 있었어?”
    그러면 친구 이야기가 나올 때도 있고 혼자 재미있게 했던 일을 이야기할 때도 있습니다.
    저는 이제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내성적인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억지로 밝고 활발해지는 연습보다 ‘나는 이 모습이어도 괜찮다’고 느낄 수 있는 집일지도 모릅니다.
    아이를 바꾸려고 했던 시간을 지나고 나서야 저는 아이의 속도를 기다려주는 것도 부모가 해줄 수 있는 중요한 도움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이 글은 부모로서 겪은 경험과 일반적인 아동 발달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했습니다. 아이의 불안이나 회피가 심해 학교생활·친구관계 등 일상생활에 지속적인 어려움을 준다면 전문가와 상담해 보는 것이 좋습니다.

    참고: https://www.youtube.com/watch?v=qf83BK-QVxU,(출처: Harvard University, Brian Litt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