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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들이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의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에는 바닥을 기어 다니더니 아기처럼 “응애, 응애” 하며 울었습니다. 동생이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슬쩍 빼앗아 자기 입에 물기도 했습니다.
“너 왜 그래? 이제 오빠잖아.”
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동생들을 괴롭힐 때도 “오빠가 그러면 안 되지”라며 혼냈습니다. 당시에는 동생이 생겨 질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아들은 갑자기 달라진 자기 자리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빠가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비슷한 말을 하게 됩니다.
“넌 형이니까 양보해야지.”
“동생보다 큰 아이가 그러면 안 되지.”
저희 집도 그랬습니다. 아들이 동생의 물건을 빼앗거나 울게 하면 먼저 아들을 혼냈습니다. 동생은 아직 어리니 형이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위험한 행동이나 동생을 괴롭히는 행동을 그대로 둘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어느 날 갑자기 이상한 일이 벌어진 셈이었습니다. 자신을 바라보던 가족의 관심이 어린 동생들에게 나뉘기 시작했고, 주변 사람들은 만날 때마다 아들을 이름보다 ‘오빠’라고 불렀습니다.
동생들에게는 “아기니까 괜찮아”라는 말이 자주 허용됐지만 아들에게는 “이제 오빠니까”라는 책임이 따라왔습니다. 아들의 잘못된 행동만 고치려고 했던 저는 그 안에 담긴 마음까지는 살펴보지 못했습니다.
아기 흉내를 내는 모습을 다르게 보게 됐습니다
아들은 동생처럼 바닥을 기어 다니고 아기 목소리를 냈습니다. 쪽쪽이를 입에 물고 안아 달라고 조르기도 했습니다. 당시에는 다 큰 아이가 왜 저러는지 답답했습니다.
그러던 중 다른 부모에게 비슷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리 아이도 동생이 태어난 뒤 한동안 아기처럼 행동했어.”
그 집에서는 첫째가 좋아하는 놀이를 부모와 단둘이 해보고, 첫째만을 위한 시간을 따로 만들었다고 했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인형과 영상을 이용해 동생에게만 쏠린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으며 우리 아들을 다시 생각해 봤습니다. 동생이 태어난 뒤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아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관심을 주셨습니다. 그 시간이 아들에게는 자신의 자리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을지도 모릅니다.
아들이 아기 흉내를 낸 것은 단순히 철없는 장난만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동생처럼 행동하면 자신도 다시 안아주고 바라봐 줄지 확인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동생이 아니라 아들에게도 관심을 돌렸습니다
그 뒤로는 아들이 아기처럼 행동한다고 바로 야단치기 전에 다른 방법을 써봤습니다. 동생들이 잠든 시간에 아들과 둘이 놀거나 산책을 했습니다. 아들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함께 가지고 놀며 먼저 말을 걸었습니다.
“오늘은 아빠하고 뭐 하고 싶어?”
“동생들 없이 우리 둘이 잠깐 놀까?”
거창한 계획은 아니었습니다. 잠깐이라도 아들의 이야기를 방해받지 않고 들어주려고 했습니다. 동생을 돌보느라 기다리게 했을 때는 “넌 형이니까 기다려”라고 말하기보다 이유와 시간을 알려줬습니다.
“동생 기저귀만 갈아주고 아빠가 바로 갈게.”
그리고 약속한 대로 다시 아들에게 돌아갔습니다. 처음부터 눈에 띄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아기 목소리를 내거나 쪽쪽이를 찾는 일이 조금씩 줄었습니다.
물론 동생을 때리거나 물건을 빼앗는 행동은 막았습니다. 다만 행동을 멈추게 한 뒤에는 “왜 그랬어?”라고 몰아붙이기보다 아들의 마음을 말로 대신 표현해 줬습니다.
“아빠가 동생만 안아줘서 속상했구나. 그래도 동생을 밀면 다칠 수 있어.”
오빠가 되었다고 갑자기 큰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동생이 태어나는 순간 첫째가 갑자기 큰아이가 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 눈에는 동생보다 커 보였지만 아들도 여전히 안기고 싶고,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라는 어린아이였습니다.
지금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간다면 “오빠가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하기 전에 먼저 이렇게 말해주고 싶습니다.
“동생이 생겨도 네 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야.”
“동생들이 태어나도 너는 여전히 우리에게 소중한 아이야.”
동생이 생긴 뒤 첫째의 행동이 달라졌다고 해서 모든 요구를 받아줄 수는 없습니다. 잘못된 행동에는 분명한 선을 알려줘야 합니다. 하지만 행동만 고치려 하기 전에 아이가 왜 갑자기 달라졌는지 살펴보는 것도 필요했습니다.
아들이 바닥을 기어 다니며 “응애”라고 했던 모습은 관심을 달라는 아들만의 표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그 마음을 조금 더 일찍 알아봤다면 저도 덜 화내고, 아들을 한 번 더 안아줄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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