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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밥을 먹다 보면 유난히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저희 집도 한동안 식사시간이 그랬습니다.
밥 한 숟가락을 먹고 한참 앉아 있고, 반찬을 만지작거리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한 숟가락을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
“밥 먹자.”
“빨리 먹어.”
“언제까지 먹을 거야?”
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이가 왜 이렇게 늦게 먹는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있었나?
그날부터 빨리 먹게 만드는 것보다 왜 오래 먹는지를 먼저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

밥을 늦게 먹는 이유부터 살펴봤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한 습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지켜보니 매일 똑같이 느린 것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거나 밖에서 신나게 놀고 온 날에는 생각보다 잘 먹었습니다. 반대로 오후에 간식을 먹은 날이나 처음부터 밥을 많이 담아준 날에는 식사가 더 길어졌습니다.
그제야 식사 속도만 볼 것이 아니라 배고픔, 간식, 음식의 양과 아이의 컨디션을 함께 봐야 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장 먼저 줄인 것은 “빨리 먹어”였습니다
제가 먼저 바꾼 것은 아이가 아니라 제 말이었습니다.
식사하면서 제가 “빨리 먹어”라는 말을 얼마나 자주 하는지 의식해봤습니다. 몇 분 지나면 또 말하고, 아이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면 바로 재촉했습니다.
그래서 며칠 동안 일부러 그 말을 줄여봤습니다.
처음부터 식사시간이 갑자기 짧아진 것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표정이 편안해졌고 식탁에서 서로 짜증을 내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저에게는 이것이 생각보다 큰 변화였습니다.
간식과 밥의 양도 바꿔봤습니다
또 하나 발견한 것은 식사 전 간식이었습니다.
저녁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과자나 우유, 과일의 양을 줄였습니다. 간식을 무조건 금지한 것이 아니라 시간과 양을 살펴본 것입니다.
밥도 처음부터 많이 담지 않았습니다.
적은 양으로 시작하고 아이가 더 먹고 싶다고 하면 추가로 주었습니다. 한가득 담긴 밥을 보는 부담이 줄어서인지 식사 시작도 조금 편해졌습니다.
타이머보다 효과가 있었던 것은 대화였습니다
식사가 너무 길어지는 날에는 타이머도 사용해봤습니다. 다만 “이 시간 안에 다 먹어야 해”라는 벌처럼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밥 먹은 지 얼마나 됐는지 같이 볼까?”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정도로만 사용했습니다.
그런데 저희 집에서 더 효과가 있었던 것은 의외로 대화였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뭐가 재미있었어?”
“오늘 반찬 중에 뭐가 제일 맛있어?”
식탁에서 재촉하는 말을 줄이고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자 식사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결국 제가 원했던 것은 아이가 무조건 빨리 먹는 것이 아니라 가족이 싸우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마치는 것이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아이가 한 시간 넘게 밥을 먹어도 그냥 기다려줘야 하나요?
A. 무조건 기다려주는 것이 답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가족마다 식사시간의 흐름을 정해두는 것은 필요할 수 있습니다. 다만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만으로 계속 혼내기보다는 간식, 음식의 양, 식사 환경 등 다른 원인이 없는지도 함께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Q. 타이머를 사용하면 아이가 스트레스받지 않을까요?
A. 아이에 따라 다릅니다. 저희 집에서는 재촉을 대신해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는 용도로 활용했습니다. 하지만 타이머 때문에 아이가 불안해하거나 급하게 삼킨다면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Q. 몇 살까지 이런 식습관을 고쳐야 하나요?
A. 나이 하나만으로 판단하기보다는 식사 때문에 일상생활에 문제가 생기는지, 아이가 성장하면서 조금씩 자기 조절을 배우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걱정되는 신체 증상이나 성장 문제가 있다면 전문가와 상담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Q. 밥을 남기면 다 먹게 해야 할까요?
A. 저는 ‘접시를 반드시 비우는 것’을 목표로 두지 않았습니다. 처음부터 적당한 양을 주고 부족하면 더 먹도록 하는 방법이 우리 집에는 잘 맞았습니다.
마무리 — 빨리 먹는 것보다 먼저 바꿔야 했던 것
처음에는 아이의 식사 습관을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하나씩 바꿔보면서 아이의 행동만큼 부모의 반응도 식사 분위기를 만든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간식 시간을 살펴보고, 처음 주는 양을 줄이고, “빨리 먹어”라는 말을 줄였습니다. 그리고 다른 아이와 식사 속도를 비교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지금도 천천히 먹는 날은 있습니다.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면 놀랄 만큼 빨리 먹는 날도 있습니다.
이제는 그날그날의 속도보다 아이가 자기 배고픔과 배부름을 알아가고, 식탁이 혼나는 장소가 되지 않는 것을 더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먼저 바뀐 것은 아이의 식사 속도가 아니라 식탁의 분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