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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이름을 불렀을 뿐인데 “아, 왜 또?”라는 대답이 돌아올 때가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하고 밥을 먹으면서도 이런저런 말을 잘하던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답이 짧아지고 방문을 닫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숙제했어?”
“몰라.”
“오늘 학교는 어땠어?”
“그냥.”
평범한 질문에도 아이의 표정이 먼저 굳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의 태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부딪치다 보니 아이의 말투보다 제가 말을 거는 방식부터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갑자기 달라진 아이를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사춘기 전에는 부모가 묻는 말에 별다른 거부감 없이 대답하던 아이도 어느 순간 달라질 수 있습니다. 무엇을 물어보면 “몰라”, “그냥”, “나중에”라고 대답하고 조금 더 물으면 짜증부터 냈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이런 모습을 보며 서운했습니다. 걱정돼서 물어보는 것인데 간섭한다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기분이 상해 말투가 강해지는 날이 있었습니다.
“부모가 물어보는데 대답을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이 말이 나오면 아이는 더 이상 대답하지 않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이야기를 듣고 싶어 시작한 질문이 결국 서로 기분만 상하게 만들었습니다.
시간이 지나 아이를 다시 살펴보니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도 보였습니다. 학교생활도 해야 하고, 친구들의 반응도 신경 써야 하며, 공부에 대한 부담도 있었습니다. 아이 역시 하루 동안 여러 감정을 겪었지만 그것을 부모에게 차근차근 설명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공부보다 친구 이야기에 표정이 먼저 달라졌습니다
아이와 대화가 줄면 부모는 마음이 급해집니다. 저도 대화를 시작하면서 자연스럽게 공부부터 물었습니다.
“시험 준비는 하고 있어?”
“숙제는 끝냈어?”
“학원에서는 뭐래?”
걱정되는 것이 공부다 보니 이런 질문이 먼저 나왔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아이의 하루 기분을 크게 바꾸는 것은 공부만이 아니었습니다. 친구들과 재미있게 지낸 날에는 집에서도 말이 많았지만, 친구와 불편한 일이 있었던 날에는 평범한 말에도 예민하게 반응했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친구랑 무슨 일 있었어?”라고 캐묻지는 않았습니다. 질문이 많아질수록 아이가 더 입을 닫았기 때문입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바로 이것저것 확인하기보다 밥을 먹거나 혼자 쉴 시간을 먼저 줬습니다.
어느 날 아이가 먼저 친구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저는 바로 해결책을 말하지 않고 끝까지 들어보려고 했습니다.
“그 친구가 그런 말을 해서 기분이 나빴구나.”
그 정도로만 받아주자 아이가 다음 이야기를 이어갔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했던 것은 누가 잘못했는지 빨리 결정해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이야기를 끝까지 할 수 있는 시간이었는지도 모릅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확인하는 습관을 줄였습니다
사춘기 아이와 관계가 멀어진 것 같으면 부모는 대화를 더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저도 어떻게든 말을 걸어야 관계가 좋아질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이름을 부른 뒤 이어지는 말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씻어야지.”
“휴대전화 그만 봐.”
“숙제부터 해.”
해야 할 일을 알려주는 것은 필요하지만 이미 한 말을 여러 번 반복하면 아이에게는 모든 대화가 잔소리처럼 들릴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한동안 꼭 해야 하는 말이 아니라면 조금 참아봤습니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방식으로 바꾼 것은 아닙니다. 가족이 함께 지켜야 하는 규칙과 해야 할 일은 분명히 이야기했습니다. 다만 한 번 말한 내용을 계속 확인하거나 아이의 모든 행동에 바로 반응하는 습관을 줄였습니다.
아이가 거실에 나와 있을 때도 굳이 무거운 대화를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함께 텔레비전을 보거나 아이가 좋아하는 음악을 물어보기도 했습니다. 밥을 먹으며 웃는 것도 대화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줄이려고 했던 것은 아이에게 꼭 필요한 말이 아니라 이미 한 말을 반복하고 확인하는 습관이었습니다.
잔소리를 줄이자 기다리는 시간이 생겼습니다
잔소리를 줄였다고 아이가 하루아침에 예전처럼 조잘조잘 이야기한 것은 아닙니다. 퉁명스러운 대답을 들으면 여전히 기분이 상했고, 저도 같은 말을 다시 하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이의 모든 짜증을 저에 대한 반항으로만 받아들이지는 않으려고 했습니다. 당장 말하기 싫다고 하면 이렇게 대화를 마쳤습니다.
“알았어. 지금은 조금 쉬어. 말하고 싶을 때 이야기해.”
그리고 정말 기다렸습니다. 아이가 다시 말을 걸어왔을 때 “아까는 왜 그렇게 말했어?”라고 따지기보다 지금 꺼낸 이야기부터 들었습니다.
물론 가족에게 상처를 주는 말이나 지켜야 할 규칙까지 그냥 넘기지는 않았습니다. 서로 기분이 가라앉은 뒤 아이의 감정과 잘못된 행동을 나누어 말했습니다.
“화가 날 수는 있어. 하지만 사람에게 상처 주는 말은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춘기가 되면서 아이와의 대화가 끝난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가 앞에서 끌고 가던 관계에서 옆에서 기다려야 하는 관계로 조금씩 바뀌고 있었습니다.
잔소리를 조금 덜하고 아이가 먼저 이야기할 때 들어주자 부딪치는 횟수도 줄었습니다. 거창한 대화 방법보다 말하지 않아도 불편하지 않은 시간을 만들어주는 것이 우리 집에는 먼저 필요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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