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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방문을 닫고 게임부터 하는 날이 많아졌습니다. 예전에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먼저 이야기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제가 물어도 짧게만 대답했습니다.
“오늘 학교는 어땠어?”
“그냥.”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어?”
“몰라.”
게임을 그만하라고 말하면 표정이 굳었고, 평범하게 묻는 말에도 짜증을 냈습니다. 처음에는 게임 때문에 아이가 달라졌다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시간을 줄이면 예전의 밝은 모습으로 돌아올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게임기를 빼앗거나 시간을 강제로 줄이려고 할수록 아이는 더 예민해졌습니다. 그때부터 게임만 보지 않고 아이가 언제 힘들어하는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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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하던 아이가 갑자기 예민해졌습니다
저희 아들은 원래 부모의 말을 잘 듣는 편이었습니다. 게임을 끝내라고 하면 아쉬워하면서도 잠시 뒤에는 기기를 내려놓았습니다.
그런데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반응이 달라졌습니다.
“이것만 끝내고 끌게.”
“왜 나만 못 하게 해?”
제가 계속 재촉하면 아이는 방문을 닫거나 말투가 거칠어졌습니다. 처음에는 부모에게 대드는 행동이라고 생각해 저도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러나 며칠 동안 지켜보니 아이가 예민해지는 순간은 게임을 할 때만이 아니었습니다. 시험이나 발표가 있는 날, 친구와 좋지 않은 일이 있었던 날에도 혼자 있으려고 했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작은 말에도 쉽게 짜증을 냈습니다.
게임이 모든 문제의 원인이라기보다 아이가 복잡한 마음을 잠시 피하는 장소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게임 시간만 묻자 아이가 입을 닫았습니다
처음에는 질문을 많이 하면 아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게임 몇 시간 했어?”
“숙제는 다 했어?”
“오늘 학원에서는 문제없었어?”
하지만 이런 질문이 이어질수록 아이의 대답은 더 짧아졌습니다. 아이에게는 대화가 아니라 검사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질문을 줄이고 아이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간식을 먹거나 함께 차를 타고 갈 때 가볍게 말을 꺼냈습니다.
“요즘 조금 피곤해 보여.”
“학교에서 마음에 걸리는 일이 있었어?”
아이가 바로 대답하지 않을 때는 다시 캐묻지 않았습니다. 옆에 조용히 앉아 있거나 다른 이야기를 했습니다.
며칠 뒤 아이가 먼저 친구와 다퉜던 일을 이야기했습니다. 당장 해결 방법을 말하고 싶었지만, 이번에는 중간에 끊지 않고 끝까지 들었습니다.
“그때 많이 속상했겠네.”
제가 말하자 아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동안 하지 않았던 이야기까지 조금씩 꺼냈습니다.
한꺼번에 모든 것을 고치려고 하지 않았습니다
사춘기 아이를 보면 부모의 눈에는 고쳐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게임 시간, 숙제, 식사, 수면 시간과 방 정리까지 모두 마음에 걸렸습니다.
예전에는 게임을 끄라고 말하면서 숙제와 정리까지 한꺼번에 지적했습니다. 아이는 결국 무슨 일로 혼나는지도 모른 채 화를 냈습니다.
그래서 가장 필요한 것부터 하나씩 이야기하기로 했습니다.
게임 중인 아이에게 바로 끄라고 소리치기보다 약속한 시간이 되기 전에 미리 알려줬습니다.
“10분 뒤에는 저녁을 먹자.”
시간이 되면 다시 짧게 말했습니다.
“이제 지금 하는 것까지만 끝내고 나오자.”
아이가 약속을 지키지 못한 날에는 지난 잘못까지 모두 꺼내지 않았습니다. 대신 그날 지키지 못한 약속만 이야기하고 다음 날 다시 시도했습니다.
한 번의 대화로 아이를 바꾸려는 마음을 내려놓자 저도 조금 차분해졌습니다.
게임 규칙은 함께 정했습니다
제가 일방적으로 게임 시간을 정하면 아이는 자신만 손해를 본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부모가 원하는 시간과 아이가 원하는 시간을 서로 이야기했습니다.
저희 집에서는 숙제와 식사를 마친 뒤 게임을 하고, 정해진 시간이 되면 끝내기로 했습니다. 주말에는 평일보다 조금 여유를 주되,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이 있으면 먼저 참여하기로 했습니다.
규칙을 정할 때 아이의 의견도 물었습니다.
“몇 분 전에 알려주면 끝내기 편하겠어?”
“게임을 마친 뒤에는 무엇을 먼저 할 수 있을까?”
아이는 갑자기 끄라고 하면 친구들과 하던 게임을 정리하기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종료 시간을 두 번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물론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부모가 정한 규칙을 억지로 따를 때보다 아이가 스스로 게임을 끝내는 날이 늘었습니다.
게임보다 아이의 생활 전체를 먼저 봤습니다
처음에는 게임만 줄이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하루를 살펴보니 게임 시간만큼 수면과 식사, 학교생활과 부모의 말투도 중요했습니다.
아이가 늦게까지 깨어 있던 날에는 다음 날 더 예민했습니다. 학교에서 속상한 일이 있었던 날에는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부모가 다그치지 않고 기다려주면 아이가 먼저 말을 꺼내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여기지 않으니 아이와 이야기할 수 있는 길이 다시 열렸습니다. 대신 해야 할 일을 계속 미루거나 약속한 시간을 반복해서 지키지 못할 때는 차분하게 규칙을 확인했습니다.
아들은 지금도 게임을 좋아하고 가끔 짜증을 냅니다. 사춘기 이전의 모습으로 완전히 돌아온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방문을 닫기 전에 “오늘 조금 힘들었어”라고 말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먼저 달라진 것은 게임 시간이 아니라 대화하는 방법이었습니다. 아이의 행동만 고치려고 하기보다 그 행동 뒤에 어떤 하루가 있었는지 먼저 살펴보는 것, 그것이 사춘기 아들과 다시 이야기하기 위한 시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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