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내가 갑자기 묽은 변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찬 음식을 먹어서 잠시 배탈이 난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화장실에 가는 횟수가 늘었고, 평소보다 말수가 줄면서 얼굴에도 힘이 없어 보였습니다.
먹은 것이 그대로 나오는 것 같아 무엇을 먹여야 할지 고민됐습니다. 밥을 먹이면 설사가 더 심해질 것 같았고, 굶기자니 아이가 기운을 잃을까 걱정됐습니다. 당황한 마음에 여러 음식을 먹여보기보다 아이가 물을 조금씩 마실 수 있도록 챙기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갑자기 시작된 설사에 마음부터 급해졌습니다
아이는 배가 아프다며 화장실을 자주 드나들었습니다. 화장실에서 나온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평소보다 축 처진 모습을 보니 저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배가 많이 아파?”
“또 화장실에 가야 할 것 같아?”
계속 물어봤지만 아이도 어디가 얼마나 불편한지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배가 아프다고 했다가 괜찮다고 했고, 잠시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다시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
처음에는 설사 횟수만 세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보면서 화장실에 몇 번 갔는지만큼 물을 마실 수 있는지, 소변을 평소처럼 보는지, 입안이 지나치게 마르지는 않는지 살피는 것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첩에 시간을 적어두니 아이에게 같은 질문을 반복하는 일도 줄었습니다. 아이가 쉴 때마다 “또 아파?”라고 묻기보다 얼굴빛과 움직임을 조용히 살펴봤습니다.
물은 한꺼번에 주지 않고 조금씩 건넸습니다
목이 마를 것 같아 처음에는 큰 컵에 물을 가득 따라주었습니다. 아이도 급했는지 한꺼번에 많이 마셨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속이 불편하다며 마신 물을 토했습니다.
그 뒤로는 큰 컵을 모두 마시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작은 컵에 물을 조금만 담아 자주 건넸습니다. 아이가 한두 모금 마시면 잠시 쉬게 하고, 편안해 보일 때 다시 물을 주었습니다.
“다 마실 필요 없어. 조금 마시고 쉬자.”
이렇게 말하니 아이도 물 마시는 일을 덜 부담스러워했습니다. 빨대를 사용하거나 평소 좋아하던 작은 컵을 이용하는 날도 있었습니다.
달콤한 음료를 주면 물보다 잘 마시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마신 뒤 배가 다시 불편하다고 한 적이 있어 특별한 음료를 계속 찾지는 않았습니다. 아이가 평소 마시던 물을 기본으로 하고, 한꺼번에 많은 양을 억지로 마시게 하지 않았습니다.
밥은 먹을 수 있는 만큼만 준비했습니다
설사가 시작되자 밥을 먹여도 되는지가 가장 고민됐습니다. 주변에서는 배탈이 나면 아무것도 먹이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중간중간 배가 고프다며 먹을 것을 찾았습니다.
저는 평소 먹던 음식 가운데 아이가 부담 없이 먹을 수 있는 것을 조금씩 차려줬습니다. 한 그릇을 모두 먹으라고 하지 않고 몇 숟가락이라도 편안하게 먹도록 했습니다. 기름지거나 지나치게 맵고 단 음식은 잠시 줄였습니다.
아이가 먹지 않겠다고 하면 억지로 숟가락을 입에 넣지 않았습니다. 먹는 양이 줄더라도 물을 조금씩 마시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곁에서 살폈습니다.
화장실을 다녀온 뒤에는 아이와 부모 모두 손을 꼼꼼하게 씻었습니다. 수건과 컵은 따로 사용하고 손이 자주 닿는 문손잡이와 화장실 주변도 닦았습니다. 형제자매가 있는 집에서는 아픈 아이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용하는 물건을 살피는 일도 필요했습니다.
설사 횟수보다 아이의 전체 모습을 살폈습니다
아이가 설사하면 부모는 몇 번이나 화장실에 갔는지부터 확인하게 됩니다. 저도 처음에는 횟수만 세었습니다. 하지만 같은 횟수라도 물을 마시며 놀 수 있는 아이와 축 처져서 깨우기 힘든 아이의 상태는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입이 심하게 마르지는 않는지, 소변을 너무 오랫동안 보지 않는지, 울 때 눈물이 평소처럼 나오는지 살폈습니다. 계속 토해서 물을 전혀 마시지 못하거나 변에 피가 반복해서 보이고, 배를 몹시 아파할 때는 단순한 배탈이라고 여기며 기다리지 않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설사를 빨리 멈추게 하는 방법만 찾았습니다. 그러나 며칠을 보내고 나니 부모가 해야 할 일은 조급하게 여러 방법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을 조금씩 자주 건네고, 아이가 먹을 수 있는 만큼 먹게 하고, 충분히 쉬도록 곁에서 지켜보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마무리
아이가 아플 때마다 저는 빨리 낫게 해주고 싶은 마음부터 앞섭니다. 설사를 하면 무엇을 먹여야 하는지 검색하고, 좋다는 음식을 바로 준비하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여러 음식을 갑자기 먹이는 대신 아이의 평소 모습과 달라진 점을 차분히 살펴보려고 했습니다.
“한 번에 많이 먹지 않아도 괜찮아. 조금씩 해보자.”
이 말은 아이에게만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마음이 급해진 저 자신에게도 필요한 말이었습니다. 아이의 몸은 부모가 원하는 속도에 맞춰 바로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전날보다 화장실에 덜 갔다고 무조건 좋아졌다고 생각하지 않았고, 한 번 더 갔다고 모든 것이 나빠졌다고 판단하지도 않았습니다. 물을 마시는 모습과 소변, 얼굴빛, 움직임을 함께 살폈습니다.
며칠 뒤 아이가 먼저 물을 찾고 평소처럼 장난감을 꺼내는 모습을 보았을 때 마음이 놓였습니다. 그 뒤로 우리 집에는 아이가 배탈이 났을 때 사용하는 작은 물컵과 개인 수건을 따로 준비하는 습관이 남았습니다.
아이의 설사를 겪으며 제가 배운 것은 특별한 음식 한 가지가 아니었습니다. 횟수에만 매달리지 않고 아이의 전체 모습을 살피며 기다리는 일이었습니다. 부모의 마음은 급하지만 아이에게는 편안하게 물을 마시고 쉬면서 회복할 시간이 필요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