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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유치원에 다니던 때였습니다. 어느 날 집에 돌아온 아이의 얼굴에서 작은 상처를 발견했습니다.
“얼굴이 왜 그래? 누가 때렸어?”
아들은 제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일방적으로 맞았다고 생각했습니다. 속상한 마음에 “맞고만 있으면 어떡해. 누가 때리면 너도 때려”라고 말했습니다.
그때는 그 말이 아이를 지켜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유치원에서 들은 이야기는 제가 예상했던 것과 달랐습니다.

누가 우리 아이를 때렸는지 알아보러 갔습니다
유치원으로 가는 동안 저는 누군가가 우리 아들을 때렸다고 확신했습니다. 얼굴에 상처까지 있었으니 다른 이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선생님을 만나자마자 아이의 상처를 보여주며 물었습니다.
“어제 무슨 일이 있었나요?”
선생님은 두 아이가 장난을 하다가 다툼이 생겼다고 설명했습니다. 한 아이가 일방적으로 때린 상황이 아니라 서로 손을 사용한 싸움이었다고 했습니다.
우리 아들도 친구를 때렸다는 말을 듣는 순간 당황했습니다. 아들은 얼굴에 상처가 나서 바로 보였지만, 상대 아이가 맞은 곳은 옷에 가려져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저는 눈앞에 보이는 상처 하나만 보고 이미 결론을 내리고 있었습니다.
아들이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아들이 집에서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우리 집에서는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고 자주 말했습니다. 형제끼리 다투다가 손을 사용해도 바로 말렸습니다. 아들은 자신도 친구를 때렸기 때문에 사실대로 말하면 혼날 것으로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저는 아이가 말할 준비를 하기도 전에 “누가 때렸어?”라고 물었습니다. 그 질문에는 이미 우리 아이는 잘못이 없고 다른 아이가 먼저 때렸을 것이라는 제 판단이 들어 있었습니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자 저는 더 불안해졌습니다. 혹시 유치원에서 계속 맞고 다니는 것은 아닌지, 무서워서 말을 못 하는 것은 아닌지 혼자 여러 상황을 떠올렸습니다.
부모의 걱정이 커질수록 오히려 아이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일이 더 어려워진다는 것을 그날 알았습니다.
두 아이와 부모가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유치원에서는 이번 일을 그냥 넘기지 않았습니다. 두 아이와 양쪽 부모가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주었습니다.
상대 아이의 부모는 우리 아들의 얼굴에 난 상처를 보고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도 아들이 친구를 때린 행동에 대해 사과했습니다. 아이들도 서로 미안하다고 말했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를 따지는 것보다 두 아이가 다시 손을 사용하지 않도록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다행히 사건은 생각보다 차분하게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그날 일이 오래 남았습니다. 제가 얼굴의 상처만 보고 상대 아이를 나쁜 아이로 단정했다면 부모들 사이의 감정싸움으로 커졌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싸울 수도 있지”라며 확인하지 않았다면 아들이 왜 집에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는지도 생각해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눈에 보이는 결과만으로 어느 한쪽의 잘못을 정하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누가 때렸어?”보다 먼저 물었어야 했던 말
이 일을 겪은 뒤에도 사람을 때리면 안 된다는 우리 집의 원칙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다만 아이에게 묻는 방법을 바꾸었습니다.
상처를 발견하자마자 누가 그랬는지부터 묻기보다 이렇게 말하려고 합니다.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이야기해 줄래?”
“네가 잘못한 일이 있어도 먼저 이야기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어볼게.”
아이 편을 들어준다는 것은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옳다고 믿는 것과 달랐습니다. 아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면 부모가 곁에서 도와줘야 합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도 잘못이 있다면 숨기지 않고 인정할 수 있도록 알려줘야 합니다.
먼저 사실을 듣고 잘못한 행동에 대해서는 그다음에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혼내지 않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말할 기회부터 주겠다는 뜻입니다.
아이가 솔직하게 말할 수 있는 관계가 먼저였습니다
그날 아들의 작은 상처를 보고 제 마음이 먼저 움직였습니다. 아이를 보호하고 싶다는 생각 때문에 상대 아이가 잘못했을 것이라고 단정했고, 평소의 가르침과 반대되는 말까지 했습니다.
“맞으면 너도 때려.”
지금 생각하면 아이에게 매우 혼란스러운 말이었을 것입니다. 평소에는 때리면 안 된다고 하면서 내가 맞았을 때는 때려도 된다고 말했기 때문입니다.
지금이라면 누가 먼저 때렸는지를 묻기 전에 아이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듣겠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잘못한 일이 있더라도 부모에게 숨기지 않고 말할 수 있도록 기다려주고 싶습니다.
아이를 믿는다는 것은 아이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잘못까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곁을 지켜주는 것이었습니다.
아들의 얼굴에 난 작은 상처를 통해 저도 부모로서 한 가지를 배웠습니다. 아이를 지키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결론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를 끝까지 듣는 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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