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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마음

아이가 처음 욕을 했던 날, 나는 엉뚱한 곳을 보고 있었다

nzhappyworld 2026. 8. 22. 00:04

목차


    아이 입에서 처음 욕이 튀어나온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순간 제 귀를 의심했습니다.

    ‘내가 잘못 들었나?’

    한 번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명했습니다. 아이가 욕을 한 것이었습니다. 친구에게 배웠는지,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제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여러 생각이 한꺼번에 떠올랐습니다.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그런 말 어디에서 배웠어?”

    아이가 한 욕은 몇 초 만에 끝났지만 제 잔소리는 몇 분이나 이어졌습니다. 그런데 며칠 뒤 같은 말이 또 나왔습니다. 그때부터 욕만 막는 것이 정말 좋은 방법인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욕보다 제 반응이 더 컸습니다

    아이들은 어른의 반응을 유심히 봅니다. 평범한 말에는 대답만 하던 부모가 특정한 말에 크게 놀라면 아이에게는 그 말이 특별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한마디 했을 뿐인데 엄마 얼굴이 변하고 아빠 목소리가 커지면 하던 일이 모두 멈춥니다. 아이는 그 말을 사용하면 부모의 관심을 바로 끌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고 욕을 그냥 내버려 두자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욕을 했다는 사실에만 매달리면 그 말이 나오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놓칠 수 있습니다.

    어린아이는 뜻을 정확히 모르고 친구의 말을 따라 하기도 합니다. 조금 큰 아이는 화가 나거나 억울할 때, 친구들과 어울리고 싶을 때 거친 말을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질문을 바꾸었습니다.

    “왜 그런 나쁜 말을 했어?”

    대신,

    “오늘 무슨 일이 있었어?”라고 물어보기 시작했습니다.

    욕을 막기 전에 아이의 말을 끝까지 들었습니다

    한동안 살펴보니 아이가 아무 때나 욕을 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부모 앞에서는 오히려 조심했지만 친구와 이야기하거나 게임을 할 때는 달랐습니다.

    처음에는 이것도 괘씸하게 느껴졌습니다.

    “하면 안 되는 줄 알면서 몰래 하는 거잖아.”

    하지만 조금 다르게 생각해 보니 아이에게는 친구들과 있을 때 사용하는 표현이 있었습니다. 그 안에는 친구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한꺼번에 내보내려는 마음도 섞여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와 편하게 이야기하는 시간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거창한 대화를 하려던 것은 아닙니다. 저녁을 먹거나 간식을 먹을 때 제가 먼저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아빠도 오늘 조금 짜증 나는 일이 있었어.”

    처음에는 아이가 어색해했습니다. 잠시 후 아이가 한마디를 했고, 또 한마디를 이어갔습니다. 친구에게 서운했던 일, 학교에서 억울했던 일, 제가 무심코 했던 말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 일도 나왔습니다.

    “아빠가 그때 한 말, 나 진짜 싫었어.”

    순간 해명하고 싶었습니다.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닌데’라는 말이 입 밖으로 나올 뻔했습니다. 하지만 바로 반박하지 않고 대답했습니다.

    “그랬구나. 아빠가 그렇게 보였구나.”

    화난 마음과 거친 행동을 나누어 말했습니다

    아이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해서 욕이나 모욕적인 말을 모두 허용한 것은 아닙니다.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는 말에는 분명하게 선을 그었습니다.

    “화가 나는 것은 괜찮아. 하지만 사람을 공격하는 말은 하면 안 돼.”

    “속상한 것은 알겠어. 그래도 가족에게 소리 지르는 것은 멈춰야 해.”

    아이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린 뒤 욕 대신 사용할 수 있는 말을 함께 찾아봤습니다.

    “짜증 나.”

    “억울해.”

    “나 지금 혼자 있고 싶어.”

    “그 말 듣기 싫어.”

    “오늘 학교에서 정말 힘들었어.”

    예전 같으면 거친 말 한마디로 끝났을 감정이 조금씩 문장으로 길어졌습니다. 아이가 바로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저는 그것도 중요한 변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완벽하게 막기보다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했습니다

    친구에게 들은 말을 몇 번 사용했다고 바로 문제 있는 아이라고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반복되는 욕을 가볍게 넘길 수도 없습니다.

    욕설이 갑자기 많아지거나 특정 사람을 계속 모욕하고, 친구 관계나 학교생활까지 힘들어 보인다면 욕 자체보다 아이에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목표가 단순했습니다.

    ‘아이 입에서 욕을 없애자.’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목표가 달라졌습니다.

    ‘화나고 억울할 때 자기 마음을 말로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자.’

    “또 욕했어?”

    “하지 말랬지?”

    이렇게 반응했을 때는 아이의 욕만 들렸습니다. 하지만 먼저 아이의 얼굴을 보고 물었습니다.

    “지금 많이 화났구나.”

    “무슨 일이 있었어?”

    그러자 욕 뒤에 숨어 있던 이야기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돌이켜보면 고쳐야 했던 것은 아이의 말만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말을 듣기도 전에 화부터 냈던 제 태도도 함께 바꾸어야 했습니다.

    지금도 아이가 거친 말을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욕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기준은 분명하게 알려줍니다. 다만 그 말 하나만 보고 아이를 판단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욕을 한 번도 하지 않는 완벽함보다, 화나고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을 다른 말로 표현하는 연습일 수 있습니다. 부모가 아이의 말을 기다려 주는 순간부터 아이의 표현도 조금씩 달라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