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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했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응, 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가방을 열어보니 숙제는 그대로였고, 양치했다는 말과 달리 칫솔도 말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저를 속인다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

“했어”라는 말을 모두 거짓말로 보지 않았습니다
예전에는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면 바로 잘못부터 따졌습니다. “안 했는데 왜 했다고 말해?”라고 물으면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변명했습니다. 저도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졌고 대화는 결국 혼내는 것으로 끝났습니다.
그런데 아이의 표정을 살펴보면 일부러 속이고 즐거워하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정말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거나 무엇을 빼먹었는지 자신도 잘 모르는 때가 있었습니다.
숙제를 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방으로 가는 동안 장난감에 관심이 생겼을 수도 있습니다. 양치하러 욕실에 들어갔다가 다른 일을 하고 나온 뒤 양치했다고 착각했을 가능성도 있었습니다.
물론 아이가 혼날까 봐 사실과 다르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과만 보고 매번 거짓말이라고 단정하면 아이가 왜 그 일을 하지 못했는지는 알기 어려웠습니다.
그때부터 “왜 거짓말했어?”라고 묻기 전에 아이가 어느 과정에서 일을 놓쳤는지 먼저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말로 묻기보다 아이와 함께 확인했습니다
제가 가장 먼저 바꾼 질문은 간단했습니다. 예전에는 “숙제했어?”라고 물었다면 지금은 “숙제를 어디까지 했는지 같이 볼까?”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대답만으로 판단하지 않고 숙제장을 함께 펼쳐 실제 상태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시키는 것도 줄였습니다. “방 정리하고 숙제한 다음 양치하고 가방도 챙겨”라고 한 번에 말하면 아이는 처음 한두 가지는 기억해도 나머지를 놓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책상 위에 있는 책부터 정리하자”라고 말하고, 그것이 끝난 뒤 다음 할 일을 알려주었습니다. 준비할 것이 많은 날에는 숙제, 준비물, 물병, 양치, 가방처럼 해야 할 일을 종이에 간단히 적었습니다.
아이는 일을 하나씩 마칠 때마다 직접 표시했습니다. 부모가 계속 뒤에서 “했어?”, “챙겼어?”라고 묻는 것보다 아이가 눈으로 확인하고 행동하게 하는 편이 우리 집에는 더 잘 맞았습니다.
해야 할 일을 작게 나누자 아이가 무엇을 놓쳤는지 확인하기 쉬워졌고, 저도 같은 말을 반복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사실대로 말했을 때 먼저 화내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사실은 숙제 안 했어”라는 말을 들으면 부모는 화부터 날 수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러면 왜 했다고 말했어?”라고 바로 따졌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사실대로 말한 순간까지 크게 혼내면 다음에는 더욱 숨기려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가능하면 먼저 “말해줘서 고마워. 그럼 지금부터 어떻게 하면 될까?”라고 말하려고 했습니다.
솔직하게 말한 것은 인정하되 해야 할 일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숙제를 하지 않았다면 숙제를 마쳐야 하고, 준비물을 챙기지 않았다면 다시 준비하도록 했습니다.
사실을 말한 태도와 하지 않은 일에 대한 책임을 나누어 생각한 것입니다. 이 방법을 사용한다고 아이가 하루아침에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잘못을 숨기느라 대화가 길어지는 일은 조금씩 줄었습니다.
“일부러 안 한 걸까?”라고 먼저 생각하기보다 “하려고 했지만 어느 부분에서 멈춘 걸까?”라고 질문하니 다음에 실천할 방법을 찾기가 한결 쉬워졌습니다.
아이가 어려워하는 지점을 먼저 찾았습니다
숙제나 준비물을 반복해서 잊는다고 해서 바로 특정한 원인이 있다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피곤하거나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한 날, 걱정이 많은 날에는 평소보다 집중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아직 자기 물건과 해야 할 일을 관리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는 아이에게 어떤 이름을 붙이기보다 행동을 자세히 나누어 살펴봤습니다. 해야 할 일을 기억하는 것이 어려운지,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지, 시작한 일을 끝내는 것이 어려운지를 구분해 보았습니다.
기억하는 것이 어렵다면 눈에 보이는 목록을 사용했고, 시작하기 어렵다면 첫 번째 행동을 함께했습니다. 오래 집중하기 힘들어하면 한 가지를 마친 뒤 잠깐 쉬도록 했습니다.
아이의 행동을 이해한다고 해서 잘못을 모두 허용한다는 뜻은 아닙니다. 하지 않은 일은 다시 하게 하고, 사실과 다르게 말했다면 솔직하게 말해야 하는 이유도 알려주었습니다. 다만 혼내는 것으로 끝내지 않고 다음에는 어떻게 확인할지 함께 정했습니다.
예전에는 “왜 말을 안 듣지?”라는 질문을 먼저 했습니다. 지금은 “이 아이에게 지금 어려운 부분은 무엇일까?”라고 한 번 더 생각합니다.
어려운 부분은 도와주고 할 수 있는 부분은 스스로 하게 만드는 것, 아이의 행동을 무조건 거짓말로 판단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일에 책임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 그것이 제가 아이를 키우면서 뒤늦게 알게 된 중요한 차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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