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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지인의 5살 아들이 아침에 눈이 붙어서 떠지지 않는다며 울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미지근한 물수건으로 닦아줬더니 노란 눈곱이 잔뜩 붙어 있었다고 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저도 철렁했습니다. 수영장이나 바닥 분수에 다녀온 뒤 눈이 빨개지는 아이들, 요즘 주변에서 정말 흔하게 볼 수 있습니다. 직접 겪어봐야 알게 되는 결막염, 종류부터 전염 예방까지 제가 알게 된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유행성 결막염과 아폴로눈병, 무엇이 다를까
지인의 아이가 안과에서 받은 진단은 바이러스성 결막염이었습니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유행성 결막염이고 다른 하나는 아폴로눈병, 정식 명칭으로는 급성 출혈성 결막염입니다. 이 둘을 같은 병으로 아는 분들이 많은데, 원인 바이러스부터 다릅니다.
유행성 결막염은 아데노바이러스(Adenovirus)에 의해 발생합니다. 아데노바이러스란 호흡기, 눈, 장 등 여러 부위를 동시에 침범할 수 있는 바이러스로, 눈 증상만 오는 게 아니라 고열이나 인후통, 설사 같은 전신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인의 아이도 눈이 충혈되기 전날부터 목이 아프다고 했다는데, 돌이켜보니 그것도 증상의 일부였던 것입니다.
반면 아폴로눈병은 콕사키바이러스(Coxsackievirus) 또는 엔테로바이러스(Enterovirus)가 원인입니다. 콕사키바이러스란 장바이러스의 일종으로, 눈 결막 아래 출혈을 일으켜 흰자 부분이 선명하게 붉게 물드는 것이 특징입니다. 제가 처음 아폴로눈병 사진을 봤을 때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눈에 피가 고인 것처럼 보이는 게 유행성 결막염보다 훨씬 무서워 보였거든요.
증상은 두 질환 모두 눈 충혈, 눈물, 눈곱, 이물감, 눈부심이 나타납니다. 차이가 있다면 유행성 결막염은 잠복기가 5일에서 최대 2주로 길고 증상도 3주 가까이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아폴로눈병은 전신 증상은 드물고 경과는 조금 더 짧은 편입니다. 하지만 아폴로눈병의 전염 속도는 정말 빠릅니다. 어릴 때 친구가 눈병 걸려왔을 때 교실 전체가 며칠 만에 퍼지던 기억, 저만 있는 게 아닐 겁니다.
- 유행성 결막염: 아데노바이러스, 전신 증상 동반 가능, 잠복기 최대 2주, 증상 최대 3주 지속
- 아폴로눈병(급성 출혈성 결막염): 콕사키·엔테로바이러스, 결막하 출혈 특징, 경과는 비교적 짧음
- 공통점: 바이러스성, 전염성 강함, 한쪽 눈에서 시작해 반대쪽으로 번지는 경우 많음
- 알레르기성 결막염과의 차이: 알레르기성은 양쪽 눈이 동시에 가렵고 대칭적으로 시작됨
결막염의 종류 구별이 중요한 이유는 치료 방향이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세균성 결막염은 항생제 안약이 필요하고, 알레르기성 결막염에는 항히스타민 성분의 안약이 효과적입니다. 바이러스성은 항바이러스 안약과 함께 냉찜질로 붓기를 줄이는 보존 치료가 주를 이룹니다. 자가 판단으로 아무 안약이나 넣어주면 오히려 자극이 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건 반드시 안과 진료를 먼저 받는 게 맞습니다(출처: 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전염 예방, 집에서 꼭 지켜야 할 것들
지인은 아이가 진단받은 날부터 수건을 따로 쓰고, 손 씻기를 철저히 했다고 합니다. 그런데도 며칠 뒤 동생에게 옮아버렸습니다. "이렇게 열심히 했는데도 옮는다고?"라며 황당해하더군요.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바이러스성 결막염의 전염력이 얼마나 강한지 다시 실감했습니다.
바이러스성 결막염의 전파 경로는 주로 접촉 전파입니다. 접촉 전파란 감염된 눈에 손이 닿은 뒤 그 손으로 다른 사람의 눈, 코, 입 주변을 만지거나 공용 물건을 만질 때 이루어지는 감염 방식을 말합니다. 베개, 이불, 수건은 그야말로 바이러스 집합소가 되기 쉽습니다. 지인의 경우 동생이 형 베개를 한두 번 같이 쓴 게 화근이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집에서 케어할 때 제가 특히 중요하다고 생각한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눈곱을 닦아줄 때 반드시 눈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닦아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대로 닦으면 눈곱 속 바이러스가 눈 안쪽으로 다시 들어갈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양쪽 눈을 닦을 때 반드시 다른 거즈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같은 거즈로 양쪽을 닦으면 교차 오염이 생겨 멀쩡한 눈까지 감염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집이나 학교의 경우, 증상이 있는 동안은 등원·등교를 중지하는 것이 권고됩니다. 법정전염병은 아니기 때문에 의무 사항은 아니지만, 집단 감염으로 번지는 것을 막으려면 증상이 심한 동안은 집에서 케어해주는 것이 맞습니다. 질병관리청은 유행성 결막염에 대해 개인위생 관리와 감염 의심 시 조기 진료를 강조하고 있습니다(출처: 질병관리청).
또 한 가지, 눈이 많이 부어 있거나 통증이 동반된다면 시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각막염(Keratitis)으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각막염이란 눈의 가장 바깥쪽 투명한 막인 각막에 염증이 생기는 것으로, 적절히 치료받지 않으면 시력 저하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알고 나서는 눈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바로 안과에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습니다. 지인도 이번 일 이후로 "눈 증상은 절대 지켜보다가 시간 끌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수영장 다녀온 뒤 눈이 빨개졌는데 결막염인가요?
A. 수영장 물의 소독제 자극으로 일시적으로 충혈될 수 있지만, 충혈이 하루 이상 지속되거나 눈곱이 끼기 시작한다면 바이러스성 결막염을 의심해야 합니다. 제 경험상 "괜찮아지겠지" 하고 하루 이틀 넘기다가 반대쪽 눈까지 번지는 경우가 많아서, 충혈이 가라앉지 않으면 바로 안과에 가보는 것이 낫습니다.
Q. 알레르기성 결막염인지 유행성 결막염인지 어떻게 구별하나요?
A. 알레르기성 결막염은 양쪽 눈에 동시에, 심한 가려움과 함께 시작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유행성 결막염은 한쪽 눈에서 먼저 시작해 시간이 지나면서 반대쪽으로 번지는 경우가 많고, 이물감이 가려움보다 더 두드러집니다. 정확한 구별은 안과 진료를 통해서만 가능하므로, 증상 발현 순서를 잘 기억해 두었다가 의사에게 설명해 주는 것이 진단에 도움이 됩니다.
Q. 결막염 걸린 아이, 어린이집에 보내도 되나요?
A. 법정전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쉬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바이러스성 결막염의 전염력은 매우 강해서, 증상이 있는 동안은 등원을 중지하는 것이 어린이집 전체의 집단 감염을 막는 데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지인의 아이가 다니는 어린이집에서 며칠 사이에 여러 아이가 결석했던 것도 초기에 관리가 되지 않은 탓이 컸습니다.
Q. 눈곱은 어떻게 닦아주는 게 맞나요?
A. 깨끗한 거즈나 솜에 미지근한 물을 적셔서 눈 안쪽(코 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한 번만 닦아내고, 반드시 새 거즈로 교체해야 합니다. 같은 거즈로 여러 번 닦거나 양쪽 눈을 닦으면 오히려 바이러스를 눈 안쪽으로 밀어 넣거나 반대쪽 눈에 옮길 수 있습니다.
결론
지인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많은 걸 다시 생각하게 됐습니다. 결막염은 흔한 병이라 가볍게 여기기 쉬운데, 바이러스성인 경우 전염 속도가 정말 빠르고 증상도 예상보다 오래 갑니다. 세균성인지, 바이러스성인지, 알레르기성인지에 따라 치료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에 안약을 임의로 사용하기보다 안과에서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집에서는 수건과 베개를 반드시 분리하고, 눈을 닦아줄 때는 안쪽에서 바깥쪽 방향으로, 양쪽은 각각 다른 거즈로 닦아주십시오. 눈이 심하게 붓거나 통증이 느껴진다면 각막염 진행 가능성이 있으므로 지체 없이 안과를 찾아야 합니다. 이번 여름, 물놀이 후 아이 눈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다 싶으면 하루라도 빨리 확인해 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