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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이면 저는 집에 들어오자마자 에어컨부터 켰습니다. 밖에서 땀을 흘리고 돌아왔으니 실내가 시원할수록 아이도 편하게 지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아들이 아침마다 코가 막히고 목이 불편하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감기라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지내는 장소와 에어컨 바람부터 살펴보면서 우리 집의 냉방 습관에도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에어컨을 세게 틀수록 편할 줄 알았습니다
더운 날 밖에서 돌아오면 아들의 얼굴은 땀으로 젖어 있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빨리 시원해지길 바라는 마음에 에어컨 온도를 낮추고 바람도 강하게 틀었습니다. 잠잘 때 더워 보이면 밤새 켜 두기도 했습니다.
아이는 처음에는 시원하다며 좋아했습니다. 그러나 조금 지나면 담요를 찾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더웠다가 추웠다가 하는 흔한 반응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이불을 걷어차면 다시 덮어 주면서도 에어컨 사용 방법을 바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엄마, 바람이 얼굴로 와.”
“더우니까 조금만 참아. 금방 시원해질 거야.”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는 이미 불편하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방의 온도만 보고 아이의 표정과 말은 제대로 듣지 않았습니다.
밖에 나가면 아이의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집에서는 소파에 누워 코를 훌쩍이던 아이가 밖에 나가 가볍게 걷고 나면 한결 편해 보였습니다. 마트에 다녀온 뒤에도 아이가 말했습니다.
“밖에서는 코가 괜찮았어.”
처음에는 우연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비슷한 모습이 반복됐습니다. 에어컨을 강하게 켠 방에서는 코와 목이 불편하다고 했고, 바람이 약한 곳에서는 덜 힘들어했습니다.
그제야 감기라고 단정하기 전에 아이가 하루 동안 머무는 자리를 살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에어컨 바람이 아이가 자주 앉는 소파 쪽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필터에도 먼지가 쌓여 있었습니다. 필터를 정리하고 창문을 열어 잠깐씩 환기했습니다. 외출하고 돌아온 아이가 바로 찬바람 앞에 앉지 않도록 자리도 바꿨습니다.
에어컨을 끄지 않고 사용 방법을 바꿨습니다
처음에는 에어컨을 아예 끄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한여름에 냉방을 하지 않으니 아이가 땀을 많이 흘렸고 잠도 쉽게 들지 못했습니다. 완전히 끄는 것보다 우리 가족에게 맞는 사용 방법을 찾는 것이 현실적이었습니다.
숫자 하나를 정해 무조건 맞추기보다 지나치게 낮았던 온도를 조금 높였습니다. 바람 세기를 무조건 강하게 하지 않고 아이가 직접 찬바람을 맞지 않도록 바람 방향도 위쪽으로 바꿨습니다.
외출한 뒤 땀에 젖은 채로 에어컨이 켜진 방에 들어가면 먼저 마른 옷으로 갈아입혔습니다. 오랫동안 문을 닫아 두지 않고 중간에 잠깐씩 환기했습니다.
“지금은 춥지 않아?”
“응, 아까보다 괜찮아.”
아이에게 직접 물어보니 제가 혼자 온도를 결정할 때보다 조절하기 쉬웠습니다. 실내가 시원한지만 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춥거나 답답하지 않은지도 함께 확인하게 됐습니다.
잠잘 때는 얇은 이불을 준비했습니다
아들은 잠이 들면 이불을 자주 걷어찼습니다. 처음에는 새벽마다 방에 들어가 다시 덮어 주었습니다. 하지만 저도 잠을 설치고 아이도 제가 움직일 때마다 깼습니다.
그래서 무겁고 두꺼운 이불 대신 얇고 가벼운 이불을 준비했습니다. 아이가 이불을 걷어차도 배가 쉽게 드러나지 않는 편한 잠옷을 입혔습니다. 침대에 에어컨 바람이 바로 닿지 않는지도 확인했습니다.
잠들기 전에는 아이에게 먼저 물었습니다.
“오늘은 바람이 세게 느껴져?”
“조금 추워. 바람을 약하게 해 줘.”
예전에는 제가 덥다고 느끼면 아이도 더울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제는 부모와 아이가 느끼는 온도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며칠 뒤부터 아침마다 코가 불편하다고 말하는 횟수가 줄었습니다. 모든 불편함이 에어컨 때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우리 집의 냉방 방법을 바꾼 것은 아이가 편하게 지내는 데 도움이 됐습니다.
마무리
예전에는 에어컨을 강하게 틀어 주는 것이 더운 여름을 견디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반복해서 코와 목의 불편함을 말한 뒤에는 온도보다 아이가 머무는 자리와 바람의 방향을 먼저 살펴보게 됐습니다.
에어컨을 무조건 끄거나 참게 하지 않았습니다. 바람이 몸에 직접 닿지 않게 하고, 땀에 젖은 옷을 갈아입히고, 잠깐씩 환기하며 우리 집에 맞는 방법을 찾았습니다.
무엇보다 달라진 것은 아이에게 먼저 묻는 습관입니다.
“지금은 덥니, 아니면 춥니?”
온도계의 숫자 하나보다 아이의 표정과 말을 살피는 것이 제가 이번 여름을 보내며 배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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