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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를 들고 온 아이에게 저도 예전에는 자연스럽게 말했습니다.
“역시 우리 아들은 똑똑해.”
“잘했어.”
칭찬이니까 당연히 좋은 말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이를 키우면서 부모들의 경험담이나 전문가들의 이야기를 찾아보다 보니 조금 다른 생각이 들었습니다.
좋은 결과가 나왔을 때마다 “똑똑하다”, “최고다”라고 말하는 것보다 아이가 무엇을 했는지 구체적으로 알아봐 주는 칭찬이 더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아이는 항상 좋은 결과만 낼 수 없으니까요.

“똑똑하다”는 칭찬이 부담이 될 때
아들이 좋은 점수를 받아오면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넌 역시 머리가 좋아.”
그런데 이런 칭찬을 계속 듣는 아이는 어려운 문제를 만났을 때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습니다.
‘이걸 틀리면 나는 똑똑하지 않은 건가?’
쉬운 문제에서는 자신 있게 시작하지만 어려운 문제 앞에서는 틀리는 것이 싫어 손을 대지 않으려 할 수도 있습니다.
성장 마인드셋 연구로 잘 알려진 심리학자 캐럴 드웩의 연구에서도 능력 자체를 칭찬하는 것과 노력이나 과정에 초점을 맞춰 칭찬하는 것은 아이에게 다르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래서 저도 칭찬하는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역시 똑똑해.”
대신,
“어려웠는데 끝까지 풀어봤네.”
“지난번에 틀렸던 문제를 다시 해봤구나.”
“이번에는 네가 방법을 바꿔봤네.”
이렇게 결과보다 아이가 실제로 한 행동을 이야기해 주는 것입니다.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본다는 것
처음에는 조금 어색합니다.
시험에서 90점을 받아왔는데 점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도 이상하니까요.
결과를 칭찬하지 말라는 뜻은 아닙니다.
“90점 받았네. 잘했어.”
여기에서 끝내지 않고 한마디를 더 붙이는 것입니다.
“지난번보다 어려운 문제를 오래 붙잡고 있었는데 끝까지 해냈네.”
그러면 칭찬의 중심이 점수에서 아이가 한 행동으로 옮겨갑니다.
그림을 그렸다면,
“그림 정말 잘 그렸다.”
에서 끝내기보다,
“여기 색을 여러 번 바꿔보더니 네가 마음에 드는 색을 찾았네.”
장난감을 정리했다면,
“착하다.”
보다는,
“말하지 않았는데 네가 먼저 정리했네.”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거창한 칭찬이 아니어도 됩니다.
오히려 부모가 자신이 한 행동을 자세히 보고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아이에게는 의미가 있을 수 있습니다.
칭찬을 많이 하면 자존감이 높아질까?
저도 한때는 칭찬은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횟수보다 어떤 칭찬을 하느냐인 것 같습니다.
무엇을 하든,
“넌 최고야.”
“우리 아들이 제일 잘해.”
라고 말하면 순간적으로는 기분이 좋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항상 최고일 수는 없습니다.
친구보다 못할 때도 있고 시험을 망칠 때도 있고 아무리 노력해도 실패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필요한 것은 ‘나는 최고이기 때문에 괜찮은 사람’이라는 생각보다,
‘실수해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마음 아닐까요.
그래서 요즘 제가 더 중요하게 보는 것은 완벽한 결과보다 다시 시도하는 모습입니다.
아이가 실패했을 때는 뭐라고 해야 할까?
아이가 실패했을 때 부모도 말하기 어렵습니다.
“괜찮아, 다음에는 잘할 거야.”
이 말도 나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속상해한다면 결과를 급하게 덮어버리기보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했던 행동을 하나 찾아주는 것도 괜찮습니다.
“속상하겠다. 그래도 어려운 문제까지 끝까지 풀어보려고 했잖아.”
실패를 없었던 일처럼 만들 필요도 없고 무조건 성공했다고 포장할 필요도 없습니다.
실패했어도 그 안에서 아이가 노력한 부분을 함께 찾아보는 것입니다.
부모가 대신해주는 것도 칭찬만큼 생각해 볼 문제
아이에게 무언가를 시켰는데 잘하지 못하면 부모가 답답해서 대신해줄 때가 있습니다.
저 역시 그런 순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부모가 계속 대신 해결해 주면 결과는 빨리 나오지만 아이에게는 ‘내가 해냈다’는 경험이 남기 어렵습니다.
조금 느리고 서툴더라도 아이가 할 수 있는 부분은 직접 해보게 하고, 부모는 그 과정에서 잘한 행동을 찾아주는 편이 낫습니다.
“내가 해줄게.”
보다,
“어디까지 네가 해볼래?”
라는 말이 필요한 순간도 있는 것이죠.
자주 묻는 질문
Q. 결과 칭찬을 아예 하면 안 되나요?
A. 완전히 금지할 필요는 없습니다. 문제는 결과 칭찬만 반복될 때입니다. "100점 받았네, 그동안 꾸준히 한 덕분이다"처럼 결과를 언급하더라도 과정을 연결해 주면 훨씬 건강한 메시지가 됩니다. 결과 자체를 인정해 주되, 거기서 멈추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Q. 아이가 실패했을 때 뭐라고 해줘야 하나요?
A. 실패 자체를 위로하는 말보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한 노력을 먼저 짚어주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틀렸어도 끝까지 풀어보려고 한 거 봤어"처럼 행동에 주목하면, 아이는 실패를 나쁜 결과가 아닌 배움의 한 단계로 받아들이기 시작합니다. 위로와 과정 칭찬을 함께 쓰는 것이 좋습니다.
Q. 칭찬을 자주 해줄수록 자존감이 높아지나요?
A. 빈도보다 질이 더 중요합니다. 습관적으로 "잘했어"를 반복하는 것보다, 눈을 맞추고 구체적인 행동을 짚어주는 칭찬 한 번이 훨씬 깊은 인상을 남깁니다. 과장되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칭찬은 오히려 아이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합니다.
Q.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대신 해주면 왜 안 되나요?
A. 아이가 무언가를 해냈다는 경험 자체가 자존감의 원천입니다. 부모가 대신해주면 결과는 나오더라도 아이는 '이건 내가 한 게 아니야'라고 받아들입니다. 이 경험이 반복되면 문제가 생겼을 때 스스로 책임지기보다 남의 탓을 찾는 태도로 굳어질 수 있습니다.
마무리
아이의 자존감은 “잘했어”라는 말을 몇 번 들었느냐만으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닐 겁니다.
저 역시 예전에는 좋은 결과가 나오면 먼저 점수를 보고 칭찬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한 가지를 더 보려고 합니다.
“이 결과를 만들기 위해 아이가 무엇을 했을까?”
“똑똑하네.” 대신
“끝까지 해봤네.”
“최고야.” 대신
“네가 방법을 찾아냈구나.”
칭찬 한마디를 바꾸는 것은 작은 변화입니다.
하지만 아이에게는 ‘엄마 아빠가 내 결과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노력한 과정도 보고 있구나’라는 경험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오늘 아이에게 “잘했어”라고 말하려는 순간, 한 가지만 더 붙여보세요.
“어떤 부분을 잘했는지.”
그 한마디부터 시작하면 충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