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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들은 초등학교 2학년 무렵 학교에서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아이였습니다. 선생님 말씀도 잘 듣고 학교생활도 잘하는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집에만 오면 달라졌습니다.
신발을 벗자마자 짜증을 내기도 하고, 우리가 별뜻 없이 한마디 물어봐도 퉁명스럽게 대답할 때가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학교에서는 잘한다는데 왜 집에만 오면 이러지?”
솔직히 부모 입장에서는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우리를 만만하게 보는 건가?”
그런데 지나고 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하루 종일 참았던 아이가 집에서 터졌다
생각해보면 아이도 학교에서 하루 종일 자기 나름대로 참고 있었습니다.
수업 시간에는 가만히 앉아 있어야 하고, 하기 싫은 것도 해야 합니다. 친구가 장난을 쳐도 마음대로 화를 낼 수 없고, 선생님 말씀도 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왔는데 우리는 아이를 보자마자 물었습니다.
“숙제했어?”
“오늘 받아쓰기 몇 점 받았어?”
“학원 갈 준비해야지.”
부모에게는 평범한 말이었습니다. 아이를 챙겨준다고 한 말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이미 지쳐서 돌아온 아이에게는 집에서도 다시 해야 할 일이 시작되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습니다.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것저것 묻기보다는 잠시 쉬게 하고, 간식을 먹거나 편하게 있다가 이야기를 시작하는 식이었습니다.
큰 변화는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아이와 부딪히는 일이 조금씩 줄어드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를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항상 더 많은 훈육은 아닐 수도 있겠구나.
같은 짜증이라도 아이마다 이유가 다르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과 이야기를 해보면 비슷한 경험이 의외로 많습니다.
어떤 아이는 학교에서는 말도 잘 듣고 얌전한데 집에만 오면 짜증을 냅니다. 반대로 평소 말이 별로 없는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사소한 일에 크게 화를 내기도 합니다.
그래서 아이가 짜증을 낼 때 곧바로
“왜 또 그래?”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친구랑 싸웠어?”
계속 물어보는 것도 항상 좋은 방법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도 당장 자기 마음을 설명하지 못할 때가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아이의 표정이 좋지 않은 날에는 질문을 조금 줄이고 기다려보려고 했습니다.
“오늘 좀 힘들어 보이네. 쉬었다가 이야기하고 싶으면 말해.”
당장은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나중에 아이가 먼저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전문가들의 부모교육 자료에서도 아이가 감정적으로 격해졌을 때는 감정을 먼저 인정하면서, 동시에 행동에는 분명한 기준을 두는 방식을 이야기합니다.
저도 이 부분에는 공감합니다.
짜증을 이해하는 것과 버릇을 받아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아이가 힘들었다고 해서 소리를 지르거나 물건을 던지는 행동까지 그냥 받아줄 필요는 없습니다.
우리도 아이가 화가 많이 났을 때는 바로 같이 언성을 높이기보다 조금 진정할 시간을 주려고 했습니다.
그리고 진정되고 나면 이야기했습니다.
“화나는 건 괜찮아. 그런데 화난다고 물건을 던지는 건 안 돼.”
감정과 행동을 따로 보는 것입니다.
화가 나는 것 자체를 혼낼 필요는 없지만, 해서는 안 되는 행동에는 기준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모까지 흥분하면 결국 누가 더 큰소리를 내느냐는 싸움이 되기 쉬웠습니다. 우리도 처음부터 그렇게 잘했던 것은 아닙니다. 아이와 부딪히면서 조금씩 방법을 바꿔간 것입니다.
밖에서는 멀쩡한데 왜 집에서만 그랬을까
예전에는 집에서만 짜증 내는 모습을 보면서 서운했습니다.
“왜 밖에서는 잘하면서 우리한테만 그러지?”
그런데 지금은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밖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온 아이가 집에서는 긴장을 풀었던 것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모든 아이의 짜증을 이런 이유 하나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중요한 것은 ‘집에서 짜증 낸다’는 행동 하나만 보는 것이 아니라 언제, 어떤 상황에서 짜증이 심해지는지를 보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인지, 배가 고플 때인지, 잠이 부족한 날인지, 숙제 이야기를 꺼냈을 때인지….
이걸 보다 보면 부모가 미처 몰랐던 패턴이 보일 수도 있습니다.
마무리
아이를 키울 때는 이상하게 부모가 좋은 뜻으로 한 말이 아이에게는 부담이 될 때가 있습니다.
우리도 아이가 집에 오면 숙제부터 챙기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조금 기다려주고 쉴 시간을 주는 것만으로도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을 경험했습니다.
그렇다고 아이의 모든 짜증을 받아주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감정은 들어주되, 행동에는 기준을 세우는 것.
그리고 아이가 현관문을 열고 들어왔을 때 곧바로
“숙제했어?”
라고 묻기 전에 아이 얼굴을 한번 보는 것.
우리 집에서는 그 작은 차이가 꽤 컸습니다.
이번 수정본에서는 FAQ를 아예 뺐습니다. 이 글은 아드님 실제 이야기가 중심이라 FAQ 네 개를 붙이는 것보다 이렇게 끝내는 편이 훨씬 자연스럽습니다. 또한 직접 상담한 것처럼 보이는 표현도 모두 제거했습니다.
단, ‘집에 와서 잠시 쉬게 했더니 실제로 부딪히는 일이 줄었다’는 부분이 실제 경험이 아니라면 그것만 알려주세요. 그 부분은 사실에 맞게 바로 바꾸겠습니다.
밖에서는 멀쩡한데 집에서만 짜증을 내는 아이를 보면 부모는 서운합니다.
“왜 나한테만 이러지?”
저 역시 상담을 하면서 부모님에게서 이 말을 참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의 행동만 보지 않고 그날 하루를 함께 들여다보면 다른 모습이 보일 때가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오자마자 숙제를 확인하기 전에 잠시 쉬게 해주는 것, 화가 최고조에 있을 때 바로 따지지 않는 것, 말이 없는 아이에게 억지로 대답을 요구하지 않는 것.
아주 작은 변화입니다.
그런데 이런 작은 변화 뒤에 “요즘 아이가 집에 와서 화내는 게 줄었어요”
물론 아이의 모든 짜증을 이해해 주라는 뜻은 아닙니다. 화가 날 수는 있지만 물건을 던져서는 안 되고, 힘들 수는 있지만 다른 사람에게 함부로 말해서도 안 됩니다.
다만 그 기준을 알려주기 전에 아이가 왜 그렇게 지쳐 돌아왔는지를 한번 바라봐 주는 것입니다.
오늘 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짜증부터 낸다면 곧바로 “왜 또 그래?”라고 하기 전에 표정을 한번 살펴보세요.
그리고 이렇게 먼저 말해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오늘 많이 힘들었나 보네. 일단 좀 쉬자.”
때로는 그 한마디가 긴 훈계보다 먼저 필요한 순간이 있습니다.
참고: (출처: American Psychological Association). ([출처: National Institute of Mental Healt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