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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두 아이가 싸우는 소리부터 들릴 때가 있었습니다. 장난감을 먼저 가져갔다거나 형이 동생을 밀었다는 이유였습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비슷한 일이 반복되자 저도 지쳐갔습니다.
처음에는 싸움을 빨리 끝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누가 먼저 시작했어?”
“형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해야지.”
그렇게 한 아이를 혼내면 잠시 조용해졌습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같은 문제로 다시 싸웠습니다. 형은 제가 동생 편만 든다고 서운해했고, 동생은 싸우면 부모가 도와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제야 싸움만 멈추게 하는 것과 아이들이 문제를 풀도록 돕는 것은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말다툼은 잠시 기다리고 몸싸움은 바로 막았습니다
예전에는 목소리가 커지는 순간 바로 끼어들었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듣기도 전에 “그만해”라고 말하며 두 아이를 떼어놓았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단순한 말다툼이라면 잠시 지켜봅니다. 아이들이 자기 생각을 말하고 해결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입니다. 물론 밀거나 때리고, 물건을 던지는 행동이 나오면 즉시 두 아이를 떨어뜨립니다.
어느 날 형제가 블록 하나를 두고 다퉜습니다.
“내가 먼저 가지고 놀았어.”
“아니야. 아까 나한테 준다고 했잖아.”
목소리는 커졌지만 서로 손을 대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바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옆에서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두 아이는 블록을 번갈아 사용하기로 정했습니다.
부모가 곧바로 답을 정해주지 않아도 아이들이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보았습니다.
“누가 잘못했어?” 대신 두 아이의 말을 들었습니다
싸움이 생기면 저는 늘 잘못한 아이부터 찾았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본 것은 싸움의 마지막 장면뿐일 때가 많았습니다. 그 전에 어떤 말이 오갔는지, 무엇 때문에 서운해졌는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두 아이에게 차례로 묻습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형부터 말해줄래?”
“이번에는 동생 이야기도 들어보자.”
한 아이가 이야기할 때 다른 아이가 끼어들면 잠시 기다리게 했습니다. 그리고 제가 들은 내용을 짧게 확인했습니다.
“형은 블록을 빼앗겼다고 생각해서 화가 났구나.”
“동생은 같이 놀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아서 속상했구나.”
이렇게 말한다고 바로 화해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말을 부모가 들었다고 느끼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낮아졌습니다. 누가 이겼는지를 정하는 것보다 서로 왜 화가 났는지 알게 하는 일이 먼저였습니다.
형이라는 이유로 항상 양보시키지 않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큰아이에게 자주 했던 말이 있습니다.
“형이니까 참아야지.”
“동생이 아직 어리잖아.”
부모에게는 싸움을 빨리 끝내는 편한 방법이었지만, 형에게는 억울한 말이었습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 동생은 늘 보호받고 형은 늘 양보해야 하는 관계가 만들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뒤로는 나이보다 그날의 상황을 보려고 했습니다. 형이 잘못한 날에는 형의 행동을 말했고, 동생이 먼저 빼앗은 날에는 동생에게도 돌려주게 했습니다.
“형이니까 양보해”라고 말하는 대신 “사용하던 사람에게 먼저 돌려주자”고 했습니다.
기준이 분명해지자 큰아이도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동생에게 양보할 때도 억지로 빼앗겼다는 표정보다 자신이 선택했다는 표정을 보였습니다.
싸움이 끝난 뒤에는 함께할 일을 만들었습니다
예전에는 아이들을 각자 방으로 보내면 문제가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감정이 남은 상태에서 떨어뜨려 놓기만 하면 다음 싸움이 더 빨리 시작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두 아이가 진정된 뒤에는 함께할 수 있는 간단한 일을 제안했습니다.
“아빠하고 셋이서 블록 집을 만들어볼까?”
규칙은 하나였습니다. 다시 밀거나 물건을 던지면 놀이는 그날 끝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서로 좋은 블록을 가지겠다고 다퉜지만, 제가 어느 한쪽의 편을 들지 않고 역할을 나누자 조금씩 협력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아이는 집을 만들고 다른 아이는 자동차 길을 만들었습니다. 완성된 뒤에는 서로 만든 부분을 설명했습니다. 싸움 직후라 어색해하던 두 아이가 나중에는 같은 블록을 보며 웃었습니다.
억지로 “미안하다고 말해”라고 시키는 것보다 함께 편안한 시간을 보내며 관계를 다시 잇는 것이 저희 아이들에게는 더 잘 맞았습니다.
싸운 뒤 다시 함께 놀 수 있게 됐습니다
형제 싸움을 완전히 없애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지금도 장난감과 간식 때문에 다투고, 가끔 큰소리가 납니다. 달라진 것은 싸움이 아니라 그다음 부모의 반응이었습니다.
저는 이제 바로 심판이 되려고 하지 않습니다. 말다툼은 잠시 기다리고, 몸싸움은 즉시 막습니다. 어느 한쪽을 먼저 혼내기보다 두 아이의 말을 차례로 듣고, 형이라는 이유만으로 양보시키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가 답을 정해주는 시간을 줄이자 아이들이 자기 마음을 말하고 해결책을 찾는 일이 조금씩 늘었습니다. 저희 집에서 가장 큰 변화는 아이들이 싸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싸운 뒤 다시 함께 놀 수 있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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