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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거실에서 큰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달려가 보니 어린 딸이 발을 잡고 울고 있었고, 아들은 화가 난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오빠가 내 발을 밟았어.”
딸의 말을 듣자마자 저는 아들에게 소리쳤습니다.
“동생을 왜 밟아? 네가 오빠잖아.”
그러자 아들은 더 큰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동생이 먼저 내 물건을 가져갔단 말이야.”
아내는 제가 아들의 말도 듣지 않고 혼냈다며 아들을 감쌌습니다. 결국 아이들의 싸움이 부부 싸움으로 번졌고, 처음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흐지부지됐습니다.
예전에는 형제 싸움이 생기면 누가 먼저 잘못했는지 빨리 찾아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일이 반복될수록 아이의 나이와 서열만 보고 판단해서는 싸움이 제대로 끝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몸으로 싸우면 먼저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아이들이 말로 다투는 것과 밀거나 때리는 행동은 다르게 다뤘습니다. 목소리가 커졌다는 이유만으로 바로 끼어들지는 않았지만, 한 아이가 다른 아이를 밀거나 발로 차면 즉시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멈춰.”
누가 먼저 시작했는지는 나중에 확인했습니다. 우선 다치는 사람이 생기지 않게 하는 것이 먼저였습니다.
예전에는 아들에게 “네가 오빠니까 참아야지”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오빠라는 이유로 무조건 참게 하면 아들은 부모가 언제나 동생 편만 든다고 생각했습니다. 반대로 딸이 어리다는 이유로 모든 행동을 넘어가면 잘못된 행동이 반복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나이와 관계없이 같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화가 날 수는 있지만 밀거나 때리는 행동, 물건을 던지는 행동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알려줬습니다.
두 아이의 이야기를 따로 들었습니다
싸움이 벌어진 순간에는 두 아이가 동시에 자기 말만 했습니다.
“오빠가 먼저 그랬어.”
“아니야, 동생이 먼저 가져갔어.”
그 상태에서 누가 옳은지 판단하려고 하면 목소리만 더 커졌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을 잠시 떨어뜨려 놓고 한 명씩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먼저 다친 딸에게 물었습니다.
“어디가 아픈지 아빠에게 보여줘.”
딸이 조금 진정한 뒤에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천천히 들었습니다. 아들에게도 따로 물었습니다.
“동생이 네 물건을 가져가서 많이 화가 났어?”
아들은 그제야 자기가 만들던 블록을 동생이 가져가 속상했다고 말했습니다.
두 아이의 말을 모두 듣는다고 해서 잘못한 행동까지 괜찮다고 말한 것은 아닙니다. 아이가 왜 화가 났는지는 이해해주되, 발로 밟은 행동은 잘못이라고 따로 알려줬습니다.
“네가 속상했던 것은 이해해. 그래도 동생을 발로 밟으면 안 돼.”
감정과 행동을 나누어 말하자 아들도 무조건 자기만 혼난다는 반응을 조금 덜 보였습니다.
“오빠니까 참아”라는 말을 줄였습니다
저도 형이 있는 집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때는 형의 말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아들에게 같은 기준을 적용했습니다.
“네가 오빠니까 양보해.”
“동생이 아직 어리잖아.”
하지만 아들 입장에서는 자기 물건을 빼앗기고도 참아야 하고, 화를 내면 오빠답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 셈이었습니다.
그날부터 오빠라는 이유만으로 양보를 요구하지 않았습니다. 아들이 먼저 사용하던 물건이라면 딸에게 기다리라고 말했습니다.
“지금은 오빠가 먼저 가지고 놀고 있었어. 끝나면 빌려 달라고 하자.”
반대로 아들이 동생의 물건을 허락 없이 가져가면 같은 기준으로 돌려주게 했습니다. 형제의 순서보다 누구의 물건인지, 누가 먼저 사용하고 있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그러자 아들도 자신의 차례가 보호받는다는 것을 알게 됐고, 예전보다 동생에게 물건을 빌려주는 일이 늘었습니다.
사과를 억지로 시키지 않았습니다
싸움을 빨리 끝내고 싶을 때는 두 아이를 마주 세우고 사과하라고 했습니다.
“오빠한테 미안하다고 해.”
“동생에게도 사과해.”
아이들은 입으로는 “미안해”라고 말했지만 얼굴에는 화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억지로 한 사과는 오래가지 않았고, 잠시 뒤 같은 일로 다시 다투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먼저 각자의 행동을 돌아보게 합니다.
“동생의 물건을 가져간 것은 어떻게 돌려놓으면 좋을까?”
“발을 밟아서 동생이 아픈데 어떻게 해주고 싶어?”
아들이 딸에게 얼음주머니를 가져다주거나, 딸이 가져간 블록을 제자리에 놓는 것처럼 행동으로 바로잡을 기회를 줬습니다. 감정이 가라앉은 뒤에는 사과도 이전보다 자연스럽게 나왔습니다.
싸움의 판결보다 다시 지킬 규칙을 정했습니다
예전에는 형제 싸움이 나면 누가 이겼고 누가 잘못했는지 결론을 내려야 끝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한 사람만 혼내고 끝내면 혼난 아이에게는 억울함이 남았고, 다른 아이는 자기 행동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싸움이 끝난 뒤 두 아이와 다시 지킬 규칙을 확인합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은 허락받고 사용하기, 싫을 때는 말로 표현하기, 밀거나 때리지 않기처럼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정했습니다.
아이들이 늘 규칙을 지키는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장난감과 자리 때문에 다투고 서로 먼저 잘못했다고 주장합니다. 그래도 부모가 오빠나 동생의 편을 먼저 정하지 않고 두 아이의 말을 차례로 듣자 싸움이 끝나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형제 싸움을 완전히 없애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다툰 뒤 관계를 다시 이어가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부모의 역할은 승자를 정하는 것이 아니라, 누구도 힘으로 상대를 누르지 않도록 기준을 세우고 각자의 마음을 말할 기회를 주는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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