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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식구가 함께 외식하면 음식을 주문하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메뉴를 고르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겨우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가 금방 묻습니다.
“아빠, 음식 언제 나와?”
“조금만 기다리면 나올 거야.”
그렇게 대답하고 몇 분이 지나면 또 물었습니다.
“아직도 안 나와?”
주방 쪽을 계속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직원을 보고는 우리 음식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다른 식탁에 음식이 먼저 나오면 자기 음식은 왜 나오지 않느냐며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처음에는 배가 많이 고파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갈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가장 쉽게 사용했던 방법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조용히 기다리게 하려고 스마트폰을 건넸습니다
아이가 계속 언제 나오느냐고 물으면 저도 마음이 급해졌습니다.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될까 신경이 쓰였고, 아이를 계속 달래는 것도 힘들었습니다.
결국 스마트폰을 꺼내 영상을 보여줬습니다. 화면을 보기 시작하면 아이는 음식이 나올 때까지 조용했습니다.
그 순간에는 편했습니다. 하지만 음식이 나온 뒤에도 문제가 이어졌습니다.
“이제 음식 나왔으니까 스마트폰 끄자.”
제가 말하면 아이는 화면에서 눈을 떼지 않았습니다.
“이것만 보고.”
“조금만 더 볼게.”
음식을 먹으러 식당에 왔는데 부모는 아이에게 화면을 그만 보라고 하고, 아이는 영상을 더 보겠다고 버티는 상황이 됐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은 조용했지만 식사가 시작될 때 또 다른 다툼이 생긴 것입니다.
그 뒤로는 아이가 보챈다고 바로 스마트폰부터 건네주는 방법을 조금 줄여보기로 했습니다.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먼저 알려줬습니다
아이에게 “조금만 기다려”라고 말해도 아이가 느끼는 ‘조금’과 부모가 생각하는 ‘조금’은 달랐습니다.
그래서 주문할 때 직원에게 음식이 나오는 데 어느 정도 걸리는지 물어봤습니다. 약 20분 정도 걸린다고 하면 아이에게도 그대로 말했습니다.
“오늘은 음식이 나오려면 20분쯤 기다려야 한대.”
“20분이 얼마나 긴데?”
아이에게는 여전히 막연한 시간이었습니다. 그래서 휴대전화의 시계를 보여주며 설명했습니다.
“지금 긴 바늘이 여기 있지? 이쪽으로 올 때쯤 음식이 나올 거야.”
정확히 그 시간에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고 함께 말했습니다. 약속한 시간이 조금 지났는데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아이가 더 답답해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식당이 바쁘면 조금 더 늦을 수도 있어. 그래도 직원이 우리 주문을 준비하고 있을 거야.”
기다리는 시간이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것보다는 아이가 조금 편안해 보였습니다.
식탁에서 할 수 있는 놀이를 시작했습니다
스마트폰 없이 가만히 앉아 있으라고만 하면 아이에게 기다리는 시간은 더 길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식탁을 어지럽히지 않고 할 수 있는 간단한 놀이를 해봤습니다.
먼저 식당 안에서 특정 색깔을 찾는 놀이를 했습니다.
“파란색 물건 세 개 찾아볼까?”
아이는 물컵과 직원의 옷, 벽에 걸린 그림을 살펴봤습니다. 한 사람이 물건의 특징을 설명하면 다른 사람이 맞히는 놀이도 했습니다.
“내가 생각한 것은 둥글고 식탁 위에 있어.”
“접시?”
“아니야. 음식을 먹을 때 사용하는 거야.”
아이 셋이 차례로 문제를 내게 하니 서로 먼저 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종이와 연필이 있는 날에는 세 글자 단어 찾기나 작은 그림 이어 그리기도 했습니다.
준비물이 없어도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았습니다. 오늘 학교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일 한 가지씩 말하기, 다음 가족 외식 때 먹고 싶은 음식 이야기하기, 가족 중 한 명이 낸 수수께끼 맞히기 등을 해봤습니다.
아이들이 매번 즐겁게 참여한 것은 아닙니다. 피곤하거나 배가 많이 고픈 날에는 놀이를 하기 싫다고 할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스마트폰을 바로 보여주는 대신 먼저 대화나 놀이를 제안하는 습관은 조금씩 생겼습니다.
배가 너무 고플 때는 무조건 참게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에게 기다리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해서 배고픔까지 무조건 참게 하는 것은 어려웠습니다.
식사 시간이 평소보다 늦어질 것 같으면 식당에 가기 전에 과일이나 작은 간식을 조금 먹였습니다. 다만 간식을 너무 많이 먹으면 주문한 음식을 먹지 않을 수 있어 배고픔만 가라앉힐 정도로 준비했습니다.
식당에 빵이나 물이 먼저 나온다면 아이가 천천히 먹으며 기다리게 했습니다. 음식이 예상보다 많이 늦어질 때는 부모가 참고 기다리기보다 직원에게 주문이 제대로 들어갔는지 차분하게 확인했습니다.
아이가 계속 묻는다고 무조건 버릇이 없다고 생각하지도 않으려고 했습니다. 아이는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모르고, 배가 고프거나 지루해서 같은 질문을 반복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대신 큰 소리로 재촉하거나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는 행동은 안 된다고 분명하게 알려줬습니다.
“음식이 늦어서 답답한 것은 알아. 하지만 식당에서 큰 소리로 계속 말하면 다른 사람도 불편할 수 있어.”
아이의 마음은 받아주되 지켜야 할 행동은 따로 알려주려고 했습니다.
기다리는 시간도 가족 외식의 일부였습니다
지금도 음식이 늦게 나오면 아이는 가끔 묻습니다.
“아직 멀었어?”
예전처럼 한 번도 묻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물어볼 때마다 곧바로 스마트폰을 찾지는 않게 됐습니다.
“음식 나오기 전에 문제 하나씩 낼까?”
이렇게 말하면 아이들이 식탁에 있는 물건을 살펴보거나 오늘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합니다. 때로는 아무 놀이도 하지 않고 가족끼리 대화를 나누며 기다리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아이를 조용하게 만드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스마트폰을 건네주면 문제가 해결됐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외식은 음식만 먹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주문한 음식을 기다리고, 가족의 이야기를 듣고, 한 식탁에 함께 앉아 있는 시간도 외식에 포함돼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무조건 참으라고 말하는 것보다 기다릴 시간을 알려주고, 그동안 함께할 일을 만들어주는 것이 저희 가족에게는 더 잘 맞았습니다.
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를 하루아침에 바꾸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스마트폰 없이 보내는 짧은 시간이 반복되면서 아이도 조금씩 기다리는 방법을 배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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