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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생활습관

장난감보다 상자를 좋아하는 아이

nzhappyworld 2026. 10. 10. 00:38

목차


    아이 생일에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줬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

    포장을 열자 아이는 장난감을 꺼내 잠깐 살펴봤습니다. 버튼을 눌러보고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난감은 바닥에 놓고 포장 상자를 가져갔습니다.

    “이 상자는 왜 가져가?”

    제가 물으니 아이는 상자 안에 들어가 앉았습니다.

    “여기가 내 집이야.”

    비싼 장난감은 옆에 그대로 있었고 아이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닫으며 한참을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사준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자를 버리려고 하자 아이가 급하게 막았습니다

    며칠 뒤 거실을 정리하다가 포장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한쪽이 찌그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색연필 자국도 있었습니다.

    저는 장난감 포장 상자이니 이제 버려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자를 접으려고 하자 아이가 달려왔습니다.

    “버리면 안 돼!”

    “장난감은 이미 꺼냈잖아. 이건 상자야.”

    아이는 상자를 빼앗듯 가져가 방으로 옮겼습니다.

    “아직 만들고 있어.”

    부모에게는 장난감을 꺼내고 남은 포장재였지만 아이에게는 놀이가 끝나지 않은 물건이었습니다. 상자 옆에는 아이가 그린 창문과 문이 있었고, 안쪽에는 작은 인형을 눕힐 자리도 만들어져 있었습니다. 그제야 아이가 상자를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자세히 보게 됐습니다.

    상자는 아이가 원하는 대로 바뀌었습니다

    아이가 상자로 만든 것은 집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어느 날에는 상자를 옆으로 눕혀 자동차라고 했습니다. 종이 접시를 붙여 바퀴를 만들고 앞부분에는 번호도 그렸습니다.

    다음 날에는 자동차가 배로 바뀌었습니다. 아이는 작은 막대기를 세우고 종이를 붙여 돛이라고 했습니다.

    “어제는 자동차였잖아.”

    제가 물으니 아이가 말했습니다.

    “오늘은 바다에 가는 배야.”

    완성된 장난감은 이미 사용할 방법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바닥에서 굴리고 로봇은 버튼을 누르면 움직였습니다.

    하지만 빈 상자는 아이가 생각하는 것에 따라 집도 되고 자동차도 되고 배도 됐습니다. 아이는 상자를 자르고 붙이고 색칠하면서 자기만의 놀잇감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부모 눈에는 아무 기능이 없는 상자였지만 아이에게는 정해진 사용법이 없어서 더 재미있는 물건이었던 것 같습니다.

    함께 만들기 시작하니 아이의 생각이 보였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상자를 가지고 놀면 저는 옆에서 보기만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저를 불렀습니다.

    “아빠, 여기 문 만들어줘.”

    제가 상자에 문 모양을 그려주자 아이가 안전가위를 가져왔습니다. 자르기 어려운 부분만 제가 도와주고 나머지는 아이가 직접 꾸몄습니다.

    “창문은 어디에 만들까?”

    “여기. 강아지가 밖을 볼 수 있게.”

    아이는 상자 안에 자기 인형과 장난감 강아지를 넣었습니다. 작은 종이에는 집의 이름도 적었습니다.

    함께 만들다 보니 아이가 단순히 상자 안에 들어가 노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 때보다 상자를 꾸밀 때 아이의 설명이 더 길었습니다. 어떤 방인지, 누가 사는지, 문은 왜 이쪽에 있어야 하는지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모든 상자를 보관하지는 않기로 했습니다

    아이에게 상자가 좋은 놀잇감이라는 것을 알게 됐지만 택배 상자와 포장 상자를 모두 보관할 수는 없었습니다.

    상자가 계속 쌓이면 방이 좁아지고 먼지도 생길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몇 가지 기준을 정했습니다.

    깨끗하고 냄새가 나지 않는 상자만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너무 크거나 젖은 상자는 바로 정리했습니다. 한 번에 보관할 수 있는 상자도 두세 개로 정했습니다.

    “새 상자를 가지고 놀고 싶으면 지금 있는 것 중 하나는 정리하자.”

    아이는 처음에는 모든 상자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방 안에 둘 수 있는 공간을 보여주고 직접 고르게 하니 오래 사용하지 않은 상자를 하나씩 내놓았습니다.

    완성한 작품을 버리기 아쉬워하면 사진으로 남겼습니다. 사진을 찍고 아이가 확인한 뒤에 상자를 접어 정리했습니다.

    비싼 장난감보다 오래 가지고 놀기도 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비싼 장난감보다 포장 상자를 더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돈이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난감을 사준 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그 장난감을 오래 가지고 놀기를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이에게는 물건의 가격보다 자기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지가 더 중요했던 것 같습니다.

    상자는 며칠 동안 집이었다가 자동차가 됐고 다시 인형들의 침대가 됐습니다. 아이는 같은 상자로 여러 놀이를 만들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면서 부모가 생각하는 좋은 장난감과 아이가 재미있어하는 놀잇감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부모에게 남은 상자가 아이에게는 시작이었습니다

    지금도 택배가 오면 아이는 내용물보다 상자부터 살펴볼 때가 있습니다.

    “아빠, 이 상자 써도 돼?”

    예전 같으면 바로 버려야 할 포장재라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이제는 상자가 깨끗한지 먼저 확인하고 아이에게 물어봅니다.

    “무엇을 만들고 싶은데?”

    물론 모든 상자를 보관하지는 않습니다. 사용할 상자의 개수와 기간을 정하고 놀이가 끝나면 아이와 함께 정리합니다.

    비싼 장난감을 사주지 않아도 된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도 필요합니다. 다만 장난감 옆에 남은 상자를 아이가 가져간다면 바로 쓰레기라고 판단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부모에게는 장난감을 꺼내고 남은 빈 상자지만 아이에게는 새로운 놀이가 시작되는 재료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카테고리: 아이 성장-육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