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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살 아들은 손톱을 깎거나 머리를 자를 때마다 자지러지게 울었습니다. 병원에 가는 날에는 집에서부터 제 옷을 붙잡고 가지 않겠다고 버텼습니다. 처음에는 겁이 조금 많은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나도 안 아파.”
“금방 끝나니까 조금만 참아.”
저는 이런 말을 반복하며 아이를 설득했습니다. 그래도 말을 듣지 않으면 남편과 함께 아이를 붙잡고 빨리 끝내려고 했습니다. 손톱을 다 깎거나 진료를 받고 나면 해야 할 일을 마쳤다는 생각에 안도했지만, 아이의 두려움은 갈수록 커졌습니다.
나중에는 손톱깎이를 꺼내는 모습만 봐도 두 손을 등 뒤로 숨겼습니다. 미용실이라는 말을 들으면 귀부터 막았고, 병원 건물이 보이면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제야 아이를 빨리 움직이게 하는 데만 신경 썼을 뿐, 무엇이 그렇게 무서운지는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손톱 하나를 깎는 것부터 다시 시작했습니다
어느 저녁, 거실에서 손톱깎이를 꺼내며 말했습니다.
“손 이리 줘. 손톱이 너무 길었어.”
아이는 양손을 등 뒤로 숨긴 채 고개를 저었습니다.
“싫어. 안 깎을 거야.”
예전 같으면 아이의 손을 잡아당겼을 것입니다. 그날은 손톱깎이를 바닥에 내려놓고 왜 싫은지 물었습니다. 아이는 손톱과 함께 손가락까지 잘릴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손톱을 깎을 때 나는 ‘딱’ 소리도 무섭다고 했습니다.
저는 아이에게 손을 내놓으라고 재촉하지 않고 제 손톱을 먼저 깎았습니다.
“엄마 손가락은 괜찮지?”
아이는 제 손을 가까이 들여다봤습니다. 그러고는 손톱깎이를 직접 만져보고 여러 번 벌렸다 닫았습니다. 그날은 열 손가락을 모두 깎지 않고 손톱 한 개만 깎기로 했습니다.
“오른손하고 왼손 중에서 어느 쪽부터 할까?”
아이는 한참 고민하다가 왼손 새끼손가락을 내밀었습니다. 손톱 하나를 깎은 뒤에는 약속대로 손톱깎이를 내려놓았습니다. 다음 날에는 두 개를 깎았고, 며칠 뒤에는 한 손을 모두 맡겼습니다.
중간에 다시 손을 숨기는 날도 있었습니다. 그럴 때는 “어제는 잘했는데 오늘은 왜 그래?”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무서울 수 있다고 인정하고 다음 날 다시 해봤습니다. 한 번에 끝내지는 못했지만, 아이가 울면서 도망치는 일은 조금씩 줄었습니다.
미용실에 가기 전 집에서 먼저 연습했습니다
미용실에서는 의자에 앉는 것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가운을 입히면 답답하다며 벗으려고 했고, 귀 옆에서 가위 소리가 들리면 두 손으로 귀를 막았습니다. 고개를 갑자기 움직여 미용사도 당황하곤 했습니다.
“머리만 자르는 건데 왜 이렇게 무서워해?”
제가 답답한 마음에 묻자 아이가 대답했습니다.
“가위가 귀를 자를 것 같아.”
그 말을 듣고 보니 아이는 거울만 볼 수 있을 뿐, 귀 주변에서 움직이는 가위를 직접 볼 수 없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가위 소리까지 들리니 무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용실에 가기 며칠 전부터 집에서 미용실 놀이를 했습니다. 곰 인형을 의자에 앉히고 수건을 둘러준 뒤 플라스틱 장난감 가위로 머리를 자르는 흉내를 냈습니다.
“손님, 옆머리를 자르겠습니다.”
“귀는 자르면 안 돼요.”
“귀에서 멀리 떨어진 머리카락만 자를게요.”
아이도 미용사가 되어 제 머리를 빗겨주었습니다. 휴대전화로 가위 소리를 짧게 녹음해 들려주기도 했습니다. 소리가 날 때마다 지금은 옆머리를 자르는 중인지 뒷머리를 자르는 중인지 설명했습니다.
다시 미용실에 갔을 때도 아이는 긴장했습니다. 하지만 곧바로 울거나 밖으로 뛰어나가지는 않았습니다. 가위를 사용하기 전에 보여달라고 말했고, 중간에 쉬고 싶을 때는 손을 들기로 약속했습니다. 머리를 완전히 자르는 동안 두 번 쉬었지만 끝까지 의자에 앉아 있었습니다.
병원에서는 곰 인형이 먼저 진료받았습니다
아이는 병원에 가기 전부터 “오늘 주사 맞아?”라고 물었습니다. 저는 아이가 울까 봐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대답하곤 했습니다. 하지만 진료 중 예상하지 못한 검사가 생기면 아이는 엄마가 거짓말했다며 더 크게 울었습니다.
그 뒤로는 모르는 일을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은 목하고 귀를 먼저 볼 거야. 다른 것이 필요하면 그때 물어보고 하자.”
병원에 갈 때는 아이가 좋아하는 곰 인형을 가져갔습니다. 대기실에서 인형의 입을 벌려 목을 보는 놀이를 하고, 배에 손을 대며 어디가 아픈지도 물어봤습니다.
“곰돌이부터 해주면 나도 해볼게.”
진료실에 들어간 아이는 곰 인형을 먼저 의자에 앉혔습니다. 선생님이 인형의 목과 귀를 살펴보는 흉내를 내준 뒤에야 아이도 제 무릎에 앉았습니다. 긴장한 표정은 그대로였지만 울지 않고 입을 벌렸습니다.
예약이 없는 날에도 병원 근처를 지나가며 “여기가 다음에 갈 병원이야”라고 알려줬습니다. 병원에 들어가지는 않고 주차장과 출입문만 보고 돌아온 날도 있었습니다. 익숙한 장소가 되자 실제로 방문한 날에는 건물 앞에서 버티는 시간이 줄었습니다.
아이에게 작은 선택을 맡겼습니다
손톱깎기와 미용실, 병원은 서로 다른 일이지만 아이에게는 비슷한 점이 있었습니다. 누군가가 자신의 몸 가까이에서 도구를 사용하고, 시작하면 마음대로 멈추기 어렵다고 느끼는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부모가 정하더라도 작은 과정은 아이가 선택하게 했습니다.
“지금 할까, 저녁을 먹고 할까?”
“오른손부터 할까, 왼손부터 할까?”
“엄마 무릎에 앉을까, 혼자 의자에 앉을까?”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생기자 아이는 무조건 싫다고 소리치는 대신 잠시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고른 약속은 가능한 한 지켰습니다. 손톱 하나만 깎기로 했다면 정말 하나에서 멈췄고, 미용실에서 쉬겠다고 손을 들면 잠깐 가위를 내려달라고 부탁했습니다.
물론 매번 순조롭지는 않았습니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했거나 피곤한 날에는 예전처럼 거부했습니다. 그런 날까지 성공시키려고 밀어붙이지 않았습니다. 한 번 물러났다가 다시 시도하는 것도 과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이가 먼저 “천천히 해줘”라고 말했습니다
예전의 저는 아이가 울면 주변 사람들의 시선부터 의식했습니다. 미용실이나 병원에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줄까 봐 마음이 급해졌고, 빨리 끝내야 한다는 생각으로 아이를 다그쳤습니다. 하지만 부모가 초조해질수록 아이의 몸에도 힘이 들어갔습니다.
지금도 아들이 손톱깎기와 병원을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미용실에 가기 전에는 몇 번이나 오늘 무엇을 할 것인지 확인합니다. 그래도 무조건 울고 도망치기보다 자신의 마음을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조금 무서우니까 천천히 해줘.”
“가위 보여주고 시작해줘.”
“손톱은 세 개만 깎고 쉬자.”
아이의 이런 말은 떼를 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견딜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그 말을 듣고 가능한 범위에서 속도를 조절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도 약속한 과정에는 조금씩 참여했습니다.
아이의 두려움을 하루아침에 없애지는 못했습니다. 대신 미리 보여주고, 놀이로 연습하고, 작은 선택을 맡기며 기다렸습니다. 열 손가락을 한 번에 깎지 못해도 손가락 하나를 스스로 내민 것을 기뻐했습니다. 미용실에서 두 번 쉬었더라도 끝까지 자리에 앉아 있었던 것을 인정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며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안 무서워”라는 반복된 설득이 아니라, 무서워하는 마음을 알아주는 부모의 태도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빨리 끝내는 것보다 아이가 다음번에도 다시 해볼 수 있다는 마음을 갖게 하는 일이 더 중요했습니다.
요즘 아들은 손톱이 길어지면 가끔 먼저 제게 손을 보여줍니다.
“엄마, 오늘은 왼손부터 깎아줘.”
그 말을 들을 때마다 아이가 갑자기 용감해진 것이 아니라, 엄마가 자신의 말을 들어줄 것이라고 믿게 된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저희 집에서 시작된 가장 큰 변화는 아이가 울지 않게 된 것이 아니라, 두려운 순간에도 자신의 마음을 말할 수 있게 된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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