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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살 딸은 병원에 간다는 말만 들어도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예방접종을 하는 날에는 현관에서부터 신발을 신지 않겠다고 버텼고, 병원에 도착해서도 제 손을 잡아당기며 집에 가자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울음을 멈추게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접종을 마치고 돌아올 때마다 마음에 남은 것은 아이의 울음보다 제가 했던 말이었습니다.
“괜찮아. 하나도 안 아파.”
딸에게는 그 말이 안심이 아니라, 지난번과 다른 약속처럼 들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지난번에도 안 아프다고 했잖아”
접종 날짜를 앞두고 딸에게 병원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아이는 곧바로 고개를 저었습니다.
“나 주사 안 맞을래.”
저는 습관처럼 별로 아프지 않다고 말하려다가 멈췄습니다. 딸이 먼저 덧붙였습니다.
“지난번에도 안 아프다고 했잖아. 그런데 아팠어.”
그 말을 듣고 나니 더는 같은 말로 달랠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아이를 안심시키려고 했지만, 딸은 실제로 따끔했던 순간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어른에게는 잠깐 지나간 일이 아이에게는 다음 병원 방문을 걱정하게 만드는 일이 된 것입니다.
“맞아. 지난번에 따끔했지. 엄마가 안 아프다고 말해서 더 놀랐겠다.”
딸은 대답하지 않았지만 제 얼굴을 바라봤습니다.
“이번에도 따끔할 수 있어. 무서우면 엄마한테 말해줘. 엄마가 옆에 있을게.”
이 말을 했다고 아이가 곧바로 병원에 가겠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프지 않다는 말을 반복하며 설득하던 때와는 대화가 달랐습니다. 딸은 싫다는 말 대신 무엇이 걱정되는지 조금씩 이야기했습니다.
“또 팔이 아프면 어떡해?”
저는 괜찮다는 말부터 하기보다 아이가 기억하는 불편함을 먼저 들었습니다.
병원 이야기는 전날 짧게 꺼냈습니다
예전에는 미리 알려주면 계속 울 것 같아서 당일 아침에 병원에 간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 딸은 준비할 틈도 없이 옷을 갈아입고 따라나서야 했습니다.
이번에는 전날 저녁, 장난감을 정리한 뒤 짧게 이야기했습니다.
“내일 아침 먹고 병원에 갈 거야. 이번에는 예방접종을 하는 날이야.”
딸은 왜 또 가야 하느냐고 물었습니다. 저는 병에 걸리는 것을 예방하려고 맞는 주사라고 간단히 설명했습니다. 아이가 묻지 않은 내용까지 길게 이야기하거나 무서운 병 이야기를 덧붙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내일 함께할 일을 순서대로 말했습니다. 아침을 먹고, 병원에 가서 기다리고, 접종을 마친 뒤 집에 돌아오는 일정이었습니다.
“내 인형도 데려가도 돼?”
“그럼. 기다릴 때 같이 안고 있자.”
딸은 작은 토끼 인형을 골라 가방 옆에 놓았습니다. 주사를 좋아하게 된 것은 아니었지만, 내일을 위해 자신이 준비할 물건 하나가 생겼습니다.
잠들기 전에도 주사가 싫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이미 설명했으니 그만 이야기하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응, 아직 걱정되는구나. 내일도 엄마한테 말해줘.”
그날의 준비는 아이를 완벽하게 설득하는 일이 아니라, 걱정되는 마음을 숨기지 않아도 된다고 알려주는 시간이었습니다.
대기실에서 울음을 재촉하지 않았습니다
병원에 도착하자 딸은 토끼 인형을 꼭 끌어안았습니다. 다른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리자 눈에 눈물이 고였습니다.
예전 같으면 주변을 살피며 조용히 하라고 말했을 것입니다. 예약 시간은 다가오고 다른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 같아 제 마음부터 급해졌기 때문입니다.
이번에는 딸 옆에 앉아 목소리를 낮췄습니다.
“주사 생각하니까 무서워?”
딸은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엄마 손 잡을래.”
저는 손을 내밀었습니다. 딸이 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지만, 그 손을 풀며 이제 괜찮아졌느냐고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아이가 조금 진정될 때까지 함께 앉아 있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는 딸이 좋아하는 노래 이야기를 했습니다. 어떤 노래를 부를지 아이가 골랐고, 저희는 작은 목소리로 한 소절씩 불렀습니다. 노래를 부르다가도 딸은 주사를 맞아야 하느냐고 다시 물었습니다.
“응, 오늘은 접종하는 날이야. 엄마가 같이 들어갈 거야.”
싫다는 마음을 받아주는 것과 오늘 해야 할 일을 숨기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저는 병원에 온 이유를 바꾸지 않으면서도 딸의 질문에 같은 말투로 답하려고 했습니다.
접종을 앞두고는 아이가 많이 무서워한다는 점을 의료진에게 미리 말씀드렸습니다. 제가 혼자 빨리 끝내려고 서두르기보다, 아이의 상태를 알리고 안내를 따르는 편이 낫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눈물이 남아 있어도 해낸 일은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딸은 접종할 때 울었습니다. 끝난 뒤에도 바로 웃지 않았고, 제 품에 얼굴을 묻은 채 한동안 훌쩍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울었으니 잘하지 못했다고 생각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딸은 무서운 마음을 말했고, 제 손을 잡았으며, 접종을 마쳤습니다. 그 과정에서 아이가 애쓴 부분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무서웠는데 엄마한테 손잡아 달라고 말해줬네.”
“아팠어.”
“응, 따끔했구나. 이제 접종은 끝났어. 조금 쉬었다 가자.”
아프다는 말을 했을 때도 그 정도는 참을 수 있다는 말로 덮지 않았습니다. 딸이 느낀 일을 그대로 이야기할 수 있게 두었습니다.
아이가 안아 달라고 해서 꼭 안아줬습니다. 준비해 온 스티커도 건넸습니다. 울지 않으면 주겠다는 조건을 붙인 선물이 아니라, 오늘 함께 겪은 일을 마무리하며 고르는 작은 즐거움이었습니다.
딸은 토끼 스티커를 골라 인형 옷에 붙였습니다. 저는 다른 아이들은 울지 않았다거나 다음에는 더 씩씩해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오늘 딸이 해낸 일에 다음 시험까지 붙이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병원 이야기에 딸이 손부터 내밀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딸은 인형을 눕히고 병원 놀이를 했습니다. 인형의 팔을 만지며 제가 했던 말을 따라 했습니다.
“따끔할 수 있어. 내가 옆에 있을게.”
저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가만히 있었습니다. 아이에게 남은 것이 주사의 느낌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무서울 때 누군가 옆에 있어 주겠다고 말한 순간도 함께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이후 병원 이야기가 나왔을 때도 딸은 여전히 주사가 싫다고 했습니다. 한 번의 경험으로 두려움이 없어지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그 뒤에 다른 말을 붙였습니다.
“주사 맞으면 엄마 손 잡아도 되지?”
“그럼. 무서울 때 말해줘.”
제가 바라던 변화는 처음에는 울지 않고 접종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이제는 아이가 무서운 마음을 혼자 감추지 않고 저에게 말하는 것도 중요한 변화로 보입니다.
돌이켜보면 아이를 달래느라 제가 너무 많은 말을 했습니다. 안 아프다는 약속, 빨리 끝내자는 재촉, 다른 아이와의 비교가 딸의 걱정을 들을 틈을 막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는 그 말을 줄이고 아이가 하는 말을 조금 더 기다렸습니다.
다음 접종에서도 딸은 울 수 있습니다. 저 역시 바쁜 대기실에서 마음이 급해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는 울음을 멈추게 하는 데만 매달리지 않고, 딸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다시 물어보려고 합니다.
주사를 좋아하게 만들지는 못했지만, 딸은 이제 무서울 때 제 손을 찾습니다. 저는 그 손을 잡으며 사실과 다른 말로 안심시키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약속합니다. 아이가 병원에서 필요로 했던 것은 아프지 않다는 확신보다, 무섭다고 말해도 곁에 남아 있는 엄마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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