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아이 성장-육아
준비물을 친구에게 계속 빌려주는 아이
nzhappyworld
2026. 10. 4. 00:41
아이의 필통을 확인하다가 새로 넣어준 연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며칠 전에 넣어준 새 연필 어디 있어?”
처음에는 학교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친구에게 줬다고 말했습니다.
“친구가 연필이 없다고 해서 줬어.”
친구에게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준 마음은 기특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지우개가 없어졌고, 그다음에는 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면 아이는 비슷하게 대답했습니다.
“친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줬어.”
한두 번 빌려주는 것은 괜찮지만 준비물을 계속 주는 것까지 그냥 두어야 하는지 고민됐습니다. 아이의 착한 마음을 혼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기 물건을 지키는 방법도 알려줘야 했습니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주고 있었습니다
아이는 친구에게 준비물을 빌려주는 것과 완전히 주는 것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습니다.
“친구가 나중에 돌려준다고 했어?”
제가 물으면 아이는 잘 모르겠다고 대답했습니다. 돌려달라는 말을 하지 않았고, 다음 날 다시 확인하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면 자신의 필통에서 물건을 꺼내줬습니다. 친구를 도와줬다는 생각이 더 컸고, 그 물건을 다시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하지 못한 것 같았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좋은 마음으로 나누어준 것인데 너무 따지지 말아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필과 지우개가 계속 없어지자 부모가 다시 채워주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친구에게 잘해주는 것은 좋은 일이야. 그런데 네가 학교에서 사용할 물건까지 모두 주면 너는 무엇으로 공부할까?”
아이에게 물었지만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 친구를 도와주는 것과 자신의 준비물을 지키는 일을 함께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습니다.
나누어주는 마음을 잘못이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왜 또 줬어?”라는 말이 먼저 나왔습니다. 부모가 준비한 물건을 아이가 계속 다른 사람에게 주니 화도 났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말하면 아이는 친구를 도와준 행동 자체가 잘못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먼저 아이의 마음을 인정해주려고 했습니다.
“친구가 연필이 없어서 도와주고 싶었구나.”
그다음에 빌려주는 것과 주는 것의 차이를 설명했습니다.
“빌려주는 것은 친구가 사용한 뒤 네게 돌려주는 거야. 주는 것은 이제 그 물건이 친구 것이 되는 거야.”
아이가 친구에게 정말 주고 싶었다면 왜 주고 싶었는지도 물었습니다. 친구가 한 번 준비물을 잊어버린 것인지, 계속 달라고 하는 것인지도 확인하려고 했습니다.
친구에게 나누어주는 마음은 소중하지만 상대방이 달라고 할 때마다 무조건 줘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자신의 물건을 주지 않는다고 해서 나쁜 친구가 되는 것도 아니라고 알려줬습니다.
빌려줄 때 사용할 말을 함께 연습했습니다
아이는 친구에게 물건을 준 뒤 돌려달라는 말을 어려워했습니다. 이미 빌려줬는데 다시 달라고 하면 친구가 싫어할까 봐 걱정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집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짧은 말을 함께 연습했습니다.
“이거 빌려줄게. 수업 끝나면 돌려줘.”
“나도 써야 해서 지금은 줄 수 없어.”
“어제 빌려준 연필 돌려줄래?”
제가 친구 역할을 하고 아이가 자기 물건을 빌려주는 상황을 만들어봤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웃으며 장난처럼 말했지만 같은 문장을 몇 번 반복하자 조금 자연스러워졌습니다.
거절하는 말도 연습했습니다.
“미안하지만 이건 하나밖에 없어서 못 빌려줘.”
거절할 때 길게 이유를 설명하거나 친구의 허락을 받을 필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기에게 꼭 필요한 물건이라면 주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습니다.
준비물에 대한 우리 집의 기준을 정했습니다
아이에게 아무것도 빌려주지 말라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몇 가지 기준을 함께 정했습니다.
연필처럼 여러 개 있는 물건은 한 번 빌려줄 수 있지만 수업이 끝나면 돌려받기로 했습니다. 하나밖에 없는 자나 지우개처럼 자신도 계속 사용해야 하는 물건은 함부로 주지 않기로 했습니다.
친구에게 완전히 선물하고 싶은 물건이 있다면 먼저 부모에게 이야기하도록 했습니다. 부모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뜻보다, 정말 주어도 괜찮은 물건인지 함께 생각해보기 위해서였습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필통도 가끔 확인했습니다.
“오늘 빌려준 물건이 있어?”
없어진 물건부터 따지는 대신 빌려준 물건이 있는지 물어봤습니다. 아이가 친구에게 빌려줬다고 하면 다음 날 돌려달라고 말할 문장을 다시 확인했습니다.
처음부터 모든 물건을 잘 챙기지는 못했습니다. 그래도 준비물이 없어졌을 때 무조건 “몰라”라고 하기보다 누구에게 빌려줬는지 떠올리는 일이 조금씩 생겼습니다.
착한 마음과 자기 물건을 지키는 일은 함께 배울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친구에게 준비물을 계속 주는 모습을 보며 물건을 소중하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아이는 친구를 도와주고 싶었고, 돌려달라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랐습니다. 친구에게 필요한 물건을 주지 않으면 미안하다는 마음도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나누어주는 행동을 막기보다 빌려주는 것과 주는 것을 구분하고, 자기에게 필요한 물건은 지킬 수 있도록 알려주기로 했습니다.
“친구를 도와주는 것은 좋은 일이야. 하지만 네 물건을 전부 줘야 좋은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야.”
아이가 계속 연필과 지우개를 잃어버리지 않는 것만이 목표는 아닙니다. 친구에게 친절하게 대하면서도 필요한 순간에는 “이건 내가 써야 해”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과 자기 물건을 지키는 태도는 서로 반대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가 두 가지를 함께 배울 수 있도록 우리 집의 기준을 천천히 알려주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