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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와 아이 마음

유치원에서 혼자 노는 아이, 또래 소외를 알게 된 뒤 한 일

nzhappyworld 2026. 9. 4. 00:02

목차


    어느 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는데, 당시 일곱 살이었던 딸은 여자아이들 옆에 있으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고 딸은 그 앞에서 “야옹, 야옹”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동물 놀이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친구들은 계속 주인 역할을 하고 딸에게는 고양이나 강아지 역할만 시키고 있었습니다. 딸도 놀이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제가 본 짧은 장면만으로 다른 아이들을 나쁘게 판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내리지 않고 딸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동물 놀이에 마음이 걸렸습니다

    집에 도착한 뒤 딸에게 조심스럽게 물었습니다.

    “아까 아빠가 봤는데 친구가 네 머리를 만지고 너는 야옹야옹 소리를 내더라. 그게 무슨 놀이였어?”

    딸은 친구들과 동물 놀이를 했다고 말했습니다. 여자아이들이 주인 역할을 맡고 자신에게는 고양이나 강아지 역할을 시켰다고 했습니다.

    “그럼 너도 고양이 주인을 해본 적이 있어?”

    딸은 자신도 주인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지만 역할을 바꿔달라고 하면 친구들이 갑자기 놀이를 끝냈다고 했습니다. 그제야 딸이 원해서 계속 고양이 역할을 한 것이 아니라, 놀이에서 빠지지 않으려고 친구들이 정해준 역할을 받아들이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그 친구들이 나쁜 아이들이야”라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대신 딸에게 어떤 놀이가 재미있었고 어떤 순간이 싫었는지를 물었습니다. 딸은 함께 놀고 싶었지만 계속 같은 역할만 하는 것은 싫었다고 솔직하게 말했습니다.

    “내일 놀자”라는 말이 반복됐습니다

    그날 이후에는 “오늘 유치원 어땠어?”라고만 묻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물으면 딸은 대부분 “좋았어” 또는 “그냥”이라고 짧게 대답했기 때문입니다.

    “오늘은 누구와 어떤 놀이를 했어?”

    “네가 하고 싶은 역할도 해봤어?”

    “다른 놀이를 하자고 말하면 친구들은 뭐라고 했어?”

    그러자 딸은 여자아이들에게 같이 놀자고 하면 “내일 놀자”라는 말을 자주 들었다고 했습니다. 다음 날 다시 물어봐도 친구들은 또 내일 놀자며 미뤘습니다.

    한두 번이라면 친구들이 이미 다른 놀이를 하고 있었거나 그날 하고 싶은 것이 달랐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같은 말이 반복되면서 딸은 여자아이들의 놀이에 쉽게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딸이 혼자 지냈다는 사실도 마음 아팠지만, 이런 일을 부모에게 먼저 말하지 않았다는 점이 더 걱정됐습니다. 말해도 달라질 것이 없다고 생각했거나 자신이 잘못해서 친구들과 놀지 못한다고 여겼을 수도 있습니다.

    인형과 가방도 마음대로 보게 하지 않았습니다

    친구 관계를 더 물어보면서 딸의 물건과 관련된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딸이 마음에 드는 인형을 가져가면 다른 아이가 자기 인형과 바꾸자고 했습니다. 딸은 자신의 인형이 더 마음에 들어 교환하고 싶지 않았지만 거절하면 함께 놀지 못할까 봐 걱정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친구가 딸의 가방을 열어 안에 무엇이 있는지 확인한 적도 있다고 했습니다. 어린아이가 궁금해서 한 행동일 수 있지만 허락 없이 다른 사람의 가방을 여는 것은 싫다고 말해도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네 물건이니까 바꾸고 싶지 않으면 안 바꿔도 돼.”

    “내 가방은 열지 말라고 말해도 괜찮아.”

    “그렇게 말한다고 네가 나쁜 친구가 되는 것은 아니야.”

    처음에는 딸이 거절하면 친구와 다투게 되는 것은 아닐까 걱정했습니다. 하지만 싫은 것을 싫다고 말하는 것과 친구를 공격하는 것은 다른 일이었습니다. 딸이 계속 참기보다 자신의 생각과 물건을 지킬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딸이 편하게 노는 친구도 찾아봤습니다

    딸의 이야기를 들은 뒤 선생님에게 제가 본 장면과 딸이 말해준 일을 차분하게 설명했습니다. 특정 아이를 나쁜 아이로 정해놓고 말하기보다 동물 놀이에서 딸이 계속 같은 역할만 했던 일, 같이 놀자는 말을 여러 번 미뤘던 일, 물건을 바꾸자고 했던 일을 그대로 전달했습니다.

    선생님과 이야기했다고 모든 일이 바로 해결된 것은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의 관계는 어른이 보지 않는 곳에서도 계속 달라졌기 때문에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딸에게도 불편한 일이 반복되면 놀이에서 잠시 나오거나 선생님에게 말해도 된다고 알려주었습니다.

    딸이 여자아이들과 꼭 어울려야 한다고 재촉하지도 않았습니다. 집에 편하게 생각하는 친구를 초대해 함께 놀게 했고, 부모가 지켜볼 수 있는 곳에서 다른 아이와 시간을 보낼 기회도 만들었습니다. 딸은 여자아이들보다 남자아이들과 더 편하게 노는 날도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여자아이는 여자아이들과 놀아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 남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중요한 것은 친구의 성별이나 무리의 크기가 아니었습니다. 자신의 말을 들어주고 싫다는 표현을 존중해 주는 친구와 편하게 지내는 것이 더 중요했습니다.

    이 일을 겪으며 저는 유치원에서 문제가 생긴 날에만 아이를 붙잡고 묻는 것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평소에 나누는 짧은 대화가 쌓여야 아이도 힘든 일을 말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은 “오늘 유치원 어땠어?”라는 질문에서 끝내지 않습니다. 누구와 무엇을 했는지, 어떤 기분이 들었는지, 싫다고 말했을 때 친구가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자연스럽게 묻습니다.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모든 친구와 잘 지내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불편했던 일을 말해도 혼나지 않고, 자신의 마음을 믿어주는 부모가 있다는 안심이 먼저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