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학년 아들에게 방을 정리하라고 하면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네네, 알았어요.”대답만 들으면 곧 움직일 것 같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아들은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습니다. 숙제를 했는지 물어봐도 “할 거예요”, 씻으라고 말해도 “조금 있다가요”라고 대답했습니다.처음에는 사춘기라서 말대꾸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제 눈을 보지 않았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듣기 싫어서 일부러 무시하는 것 같아 저도 점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네네”라는 대답 뒤에는 아무 행동도 없었습니다어느 토요일 오후,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바닥에는 벗어놓은 옷과 과자 봉지가 널려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 장난감이 뒤섞여 있었습니다.“방이 ..
중학교 1학년 딸이 어느 날부터 거울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 옷을 여러 번 바꿔 입었고, 휴대전화를 보며 웃다가 제가 가까이 가면 화면을 살짝 가리기도 했습니다.식사할 때는 특정 친구의 이름을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제가 관심을 보이면 갑자기 말을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딸에게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긴 것은 아닐까 궁금했습니다.그러나 바로 물어보면 딸이 마음의 문을 닫을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직접 묻자 딸은 방문을 닫았습니다어느 날 딸이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며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가까이 가서 물었습니다.“요즘 좋아하는 남자친구 생겼어?”딸은 웃음을 멈추더니 바로 표정을 굳혔습니다.“아니야. 그런 거 없어.”저는 딸이 편하게 말해주기를 바라는 마..
우리 가족과 오랫동안 함께 살던 강아지가 세상을 떠난 날이었습니다. 아이에게 사실대로 말하면 너무 큰 충격을 받을 것 같았습니다.저는 한참을 망설이다가 “댕댕이는 멀리 여행을 갔어”라고 말했습니다. 아이가 덜 슬퍼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한 말이었습니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서 그 말이 오히려 아이를 계속 기다리게 한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댕댕이는 언제 돌아와?”아이는 아침에 일어나면 강아지가 자주 누워 있던 자리를 먼저 살펴봤습니다. 현관문이 열릴 때마다 밖을 내다보기도 했습니다.“엄마, 댕댕이는 오늘 와?”저는 그때마다 “조금 더 기다려 보자”라고 대답을 미뤘습니다. 그 말을 들은 아이는 강아지 밥그릇과 장난감을 그대로 두려고 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면 배가 고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그 모습..
“엄마는 왜 나한테만 뭐라고 해?”첫째가 어느 날 툭 던진 말이 오래 마음에 남았습니다. 처음에는 두 아이를 똑같이 키우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같은 간식을 나누어 주고, 잘못했을 때는 같은 기준으로 말하려고 노력했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돌아보니 첫째의 실수에는 목소리가 커졌고, 둘째가 비슷한 행동을 하면 아직 어리다며 웃어넘긴 적이 많았습니다.저는 그것을 자연스러운 차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첫째는 말을 잘 알아듣고 동생보다 컸으니 조금 더 참아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러나 첫째의 눈에는 엄마가 동생 편만 드는 것처럼 보였을 수 있습니다. 두 아이에게 똑같은 것을 주는 것만 생각했지, 각자의 마음을 충분히 살펴보지는 못했습니다. 첫째의 한마디에 대답하지 못했습니다어느 날 둘째가 첫째가 오랫동안 쌓아 올린..
어느 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유치원에 도착했습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는데, 당시 일곱 살이었던 딸은 여자아이들 옆에 있으면서도 함께 어울리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한 아이가 딸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고 딸은 그 앞에서 “야옹, 야옹”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처음에는 아이들이 재미있게 동물 놀이를 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친구들은 계속 주인 역할을 하고 딸에게는 고양이나 강아지 역할만 시키고 있었습니다. 딸도 놀이에 참여하고 있었지만 표정이 편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도 그 모습이 마음에 남았습니다. 제가 본 짧은 장면만으로 다른 아이들을 나쁘게 판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결론부터 내리지 않고 딸에게 그날 있었던 일을 하나씩 물어보기로 했..
딸들이 태어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들의 행동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에는 바닥을 기어 다니더니 아기처럼 “응애, 응애” 하며 울었습니다. 동생이 입에 물고 있던 쪽쪽이를 슬쩍 빼앗아 자기 입에 물기도 했습니다.“너 왜 그래? 이제 오빠잖아.”저도 모르게 이런 말을 자주 했습니다. 동생들을 괴롭힐 때도 “오빠가 그러면 안 되지”라며 혼냈습니다. 당시에는 동생이 생겨 질투하는 것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돌아보니 아들은 갑자기 달라진 자기 자리를 확인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오빠가 그러면 안 돼”라는 말을 자주 했습니다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한 번쯤 비슷한 말을 하게 됩니다.“넌 형이니까 양보해야지.”“동생보다 큰 아이가 그러면 안 되지.”저희 집도 그랬습니다. 아들이 동생의 물건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