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목차
중학교 1학년 아들에게 방을 정리하라고 하면 언제나 같은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네네, 알았어요.”
대답만 들으면 곧 움직일 것 같았지만, 한 시간이 지나도 아들은 침대에 누워 휴대전화만 보고 있었습니다. 숙제를 했는지 물어봐도 “할 거예요”, 씻으라고 말해도 “조금 있다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처음에는 사춘기라서 말대꾸를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아들은 제 눈을 보지 않았고, 제가 무슨 말을 해도 건성으로 대답했습니다. 듣기 싫어서 일부러 무시하는 것 같아 저도 점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

“네네”라는 대답 뒤에는 아무 행동도 없었습니다
어느 토요일 오후, 아들 방에 들어갔더니 바닥에는 벗어놓은 옷과 과자 봉지가 널려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교과서와 장난감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방이 이게 뭐야? 아침에도 치우라고 했잖아.”
아들은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습니다.
“네네, 치울게요.”
그 말투를 듣는 순간 화가 났습니다.
“아까부터 치운다고만 하고 왜 가만히 있어? 엄마 말이 말 같지 않아?”
아들은 아무 말 없이 이어폰을 꼈습니다. 저는 방이 지저분한 이유부터 평소 숙제를 미루는 습관까지 한꺼번에 꺼냈습니다. 아들은 가끔 “알았어요”라고 대답했지만 몸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결국 제가 휴대전화를 가져가려 하자 아들이 짜증을 냈습니다.
“치우면 되잖아요. 계속 말하니까 더 하기 싫어요.”
저는 그 말을 버릇없는 대답으로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방에서 나온 뒤 생각해 보니, 저는 아들이 움직일 때까지 같은 말을 쉬지 않고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아들은 제 말을 받아들이기보다 대화를 빨리 끝내기 위해 “네네”라고 대답하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여러 가지를 한꺼번에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날 이후에는 해야 할 일을 한꺼번에 늘어놓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방 정리, 숙제, 샤워, 가방 준비를 모두 말하면 결국 아무것도 시작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저녁을 먹은 뒤 아들에게 한 가지만 말했습니다.
“바닥에 있는 옷만 빨래 바구니에 넣어줘.”
아들은 습관처럼 “조금 있다가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몇 시에 할 수 있어?”
아들은 벽시계를 보더니 8시까지 하겠다고 했습니다. 저는 알겠다고 말하고 거실로 나왔습니다. 시간이 다가올 때마다 다시 확인하고 싶었지만 기다렸습니다.
8시가 조금 넘었는데도 아들은 방에서 나오지 않았습니다. 예전 같으면 곧바로 문을 열고 잔소리를 시작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10분 정도 더 기다렸다가 방문 앞에서 짧게 말했습니다.
“네가 말한 시간이 지났어. 옷 정리 부탁해.”
아들은 한숨을 쉬었지만 휴대전화를 내려놓았습니다. 방 전체를 치운 것은 아니었지만 바닥에 있던 옷을 하나씩 주웠습니다. 저는 책상과 과자 봉지까지 가리키지 않았습니다. 오늘 부탁한 일은 바닥의 옷을 정리하는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하지 않아도 대신 치워주지 않았습니다
제가 잔소리를 많이 했던 이유 중 하나는 기다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바로 움직이지 않으면 결국 제가 옷을 줍고 책상을 정리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혼잣말처럼 불평했습니다.
“엄마가 언제까지 네 뒤를 따라다녀야 하니?”
돌이켜보면 아들은 기다리면 제가 대신 해준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것입니다. 말은 계속 들었지만 자신이 끝까지 책임질 일은 많지 않았습니다.
어느 날 체육복을 세탁기에 넣지 않아 다음 날 입을 옷이 없다고 했습니다.
“엄마, 체육복 어디 있어요?”
“네 방 의자 위에 있던데.”
“왜 안 빨았어요?”
예전 같으면 급하게 손세탁이라도 해줬겠지만, 그날은 아들이 벗어놓은 옷까지 제가 찾아서 빨아줄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아들은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체육복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한참 뒤 서랍 안에서 예비 체육복을 찾아냈습니다. 옷은 조금 구겨져 있었지만 학교에 입고 갈 수는 있었습니다. 그날 저녁 아들은 집에 오자마자 입었던 체육복을 빨래 바구니에 넣었습니다.
제가 여러 번 말했을 때보다 한 번 불편을 겪은 뒤의 행동이 더 빨랐습니다. 무조건 혼내거나 내버려 두려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할 수 있는 일까지 제가 먼저 처리하지 않으려고 했습니다.
움직였을 때는 결과를 구체적으로 말했습니다
아들이 부탁한 일을 했을 때도 예전에는 당연한 일이라며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하지 않았을 때는 여러 번 지적하면서, 했을 때는 조용히 넘어갔던 것입니다.
그 뒤로는 작은 일이라도 행동으로 옮기면 제가 본 것을 짧게 말했습니다.
“말한 시간에 옷을 정리했네. 고마워.”
“오늘은 숙제부터 하고 휴대전화를 보는구나.”
“가방을 미리 챙겨 놓으니 아침이 덜 바쁘겠다.”
처음에는 아들도 어색한 표정을 지었습니다.
“그냥 한 건데요.”
“그래도 네가 스스로 한 일이니까 말해주고 싶었어.”
칭찬을 길게 이어가거나 동생과 비교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날 실제로 한 행동만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들도 제가 부탁하면 무조건 “네네”라고 대답하는 대신 언제 할 수 있는지 말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것만 보고 10분 뒤에 할게요.”
물론 10분이 지나도 잊어버리는 날이 있었습니다. 그래도 아무 생각 없이 대답하던 때보다는 서로 확인할 수 있는 말이 생겼습니다.
아들의 대답보다 제 말의 횟수를 먼저 세어봤습니다
아들이 하루아침에 달라진 것은 아닙니다. 지금도 방을 치우라고 하면 귀찮은 표정을 짓고, 숙제를 미루는 날도 있습니다. 저 역시 바쁜 날에는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합니다.
하지만 예전처럼 아들이 움직일 때까지 쉬지 않고 말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먼저 눈을 보고 한 가지를 짧게 부탁하고, 언제 할 수 있는지 묻습니다. 정한 시간이 지나면 한 번 알려주되 제가 대신 처리하지 않습니다.
며칠 전에는 아들 방에 벗어놓은 옷이 보였습니다. 잔소리가 나오려는 순간 아들이 먼저 말했습니다.
“알아요. 씻고 나서 빨래 바구니에 넣을 거예요.”
저는 정말 할 것인지 다시 묻고 싶었지만 기다렸습니다. 잠시 후 아들은 옷을 들고 세탁실로 나왔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아이의 “네네”라는 말만 문제로 여기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들이 듣는 척했던 것처럼 저도 아이의 대답을 제대로 듣지 않고 제 말만 반복하고 있었습니다.
잔소리를 줄인다고 모든 생활습관이 곧바로 좋아지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집 안에서 언성이 높아지는 일이 줄었고, 아들이 자신의 시간을 말로 정하는 일이 늘었습니다.
요즘 저는 아들이 대답한 뒤 바로 움직이지 않더라도 잠시 기다려봅니다. 아이가 스스로 행동할 자리를 남겨두는 것도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부모와 아이 마음'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중학생 딸에게 남자 친구가 생긴 것 같을 때, 먼저 묻지 않고 기다렸습니다 (0) | 2026.09.10 |
|---|---|
| 반려동물이 떠난 뒤, 아이에게 “여행 갔어”라고 말했다가 바꾼 말 (0) | 2026.09.08 |
| 첫째 둘째 다르게 대하는 마음 (죄책감, 바운더리, 자존감) (0) | 2026.09.05 |
| 유치원에서 혼자 노는 아이, 또래 소외를 알게 된 뒤 한 일 (0) | 2026.09.04 |
| 동생이 태어나자 아기가 되어버린 아들, 그때는 왜 그러는지 몰랐습니다 (0) | 2026.08.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