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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3학년일 때만 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오늘 친구가 장난을 쳤는데 내가 이렇게 말했어.”
“선생님이 문제를 냈는데 내가 맞혔어.”
제가 물어보지 않아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4학년이 되면서 아들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오늘 학교 어땠어?”
“응.”
“친구들이랑 잘 지냈어?”
“그래.”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계속 물으면 고개를 젓거나 숙제해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제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것인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새 반에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
4학년이 되면서 반이 바뀌었습니다.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새 반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는 가장 먼저 친구 관계를 걱정했습니다. 새로운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하거나 쉬는 시간에 혼자 지내는 것은 아닌지 궁금했습니다.
“새 반 친구들은 어때?”
“괜찮아.”
“쉬는 시간에는 누구랑 놀아?”
“그냥 친구들이랑.”
“너를 불편하게 하는 아이가 있어?”
“없어.”
아들은 질문할 때마다 짧게 대답했습니다. 대답을 들을수록 안심되기보다 제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것 같아 더 답답했습니다.
담임 선생님에게도 아이의 학교생활을 물어봤습니다. 수업과 친구 관계에서 눈에 띄는 문제는 보이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예전에 친하게 지냈던 아이의 부모에게도 물어봤지만 특별한 이야기는 듣지 못했습니다.
학교에서도 문제가 없다고 하고 아들도 괜찮다고 했지만 제 걱정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학교 질문을 줄이고 집에서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처음에는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뚜렷한 이유를 찾지 못하자 집에서 달라진 모습도 살펴봤습니다.
아들은 식사를 거부하지는 않았지만 밥을 먹으라고 여러 번 불러야 방에서 나왔습니다. 어떤 날에는 열 번 가까이 불러야 식탁에 앉았습니다. 식탁에 나오면 평소처럼 밥은 먹었습니다.
잠드는 시간도 조금 늦어진 것 같았습니다. 정확히 몇 시에 잠드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제가 잠자리에 들 때까지 방에 불이 켜져 있는 날이 늘었습니다.
게임하는 시간도 많아졌습니다.
“이제 게임 끄고 자야 해.”
제가 말하면 게임을 끄고 자리에 누웠지만 학교 이야기를 할 때보다 게임 이야기를 할 때 표정이 편해 보였습니다.
형제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는 횟수도 늘었습니다. 동생이 자기 물건을 만지거나 방에 들어오면 전보다 쉽게 화를 냈습니다.
이런 모습을 하나씩 보고 나니 ‘왜 학교 이야기를 하지 않을까?’라는 질문 하나에만 매달릴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새로운 반, 달라진 공부, 늦어진 잠, 늘어난 게임 시간처럼 여러 변화가 함께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이유를 찾으려고 할수록 대화가 짧아졌습니다
저는 머릿속으로 여러 이유를 생각했습니다.
‘새 반에서 친구를 사귀기 어려운 걸까?’
‘공부가 예전보다 힘들어진 걸까?’
‘학원에서 불편한 일이 있는 걸까?’
제가 생각한 이유를 하나씩 질문으로 바꾸어 아들에게 물었습니다.
“친구랑 무슨 일 있었어?”
“아니.”
“공부가 너무 어려워졌어?”
“아니.”
“학원 선생님이 불편해?”
“아무 일도 없다니까.”
마지막 질문을 했을 때 아들은 짜증을 내며 방문을 닫았습니다. 저는 아이가 사실을 숨긴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나중에 돌아보니 제가 이미 답을 정해 놓고 확인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아이에게는 대화가 아니라 조사를 받는 것처럼 느껴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날 이후 학교에서 돌아오자마자 여러 질문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학교 잘 다녀왔어?”
한마디만 하고 간식을 준비했습니다. 아이가 먼저 이야기하지 않으면 바로 학교생활을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함께 간식을 먹거나 아이가 게임을 마친 뒤 거실에 나오면 부담이 적은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처음 며칠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아들은 여전히 짧게 대답하고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래도 제가 질문을 이어가지 않으니 짜증을 내는 횟수는 조금 줄었습니다.
“오늘 어땠어?” 대신 함께 있는 시간을 남겨뒀습니다
예전에는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하루를 보고받듯 물었습니다. 학교는 어땠는지, 누구와 놀았는지, 숙제는 무엇인지 차례로 확인했습니다.
요즘은 간식을 먹을 때 옆에 잠시 앉아 있거나 아들이 거실에 나오면 가벼운 이야기를 합니다. 꼭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알아내려고 하지는 않습니다.
며칠 전 저녁을 먹던 아들이 갑자기 말했습니다.
“우리 반에 웃긴 애가 한 명 있어.”
예전 같으면 누구인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연달아 물었을 것입니다. 이번에는 한 가지만 물었습니다.
“어떻게 웃긴데?”
아들은 수업 시간에 그 친구가 했던 말을 들려줬습니다. 긴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오랜만에 아들이 먼저 꺼낸 학교 이야기였습니다.
아이의 말수가 예전처럼 완전히 돌아온 것은 아닙니다. 밥을 먹으라고 여러 번 불러야 하는 날도 있고, 게임을 그만하라는 말에 인상을 쓰는 날도 있습니다. 형제들과 사소한 일로 다투기도 합니다.
그래도 이제는 “무슨 일이 있는 거야?”라는 질문으로 답을 받아내는 데만 매달리지 않으려고 합니다. 식사, 잠, 게임, 형제 관계처럼 생활 속 변화를 함께 살피면서 아이가 말하고 싶을 때 들을 준비를 하려고 합니다.
부모가 열심히 캐묻는다고 아이의 마음을 바로 알 수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모든 이유를 찾아내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언젠가 말하고 싶어졌을 때 부담 없이 말을 꺼낼 수 있는 자리를 남겨두는 것이었습니다.
3학년 때처럼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아들의 짧은 한마디를 놓치지 않고 들어주는 것, 지금은 그것이 조용해진 아이에게 제가 해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기다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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