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잠깐 혼자 집에 있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습니다. 부모가 가까운 곳에 다녀오는 동안 함께 나가자고 하면 아이는 자신 있게 말했습니다.“나 혼자 있어도 돼.”아이의 말만 들으면 당장 혼자 있어도 될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되는 일이 많았습니다.누군가 초인종을 누르면 문을 열어주지는 않을까? 갑자기 정전되거나 연기가 나면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에게 전화해야 하는 상황을 스스로 판단할 수 있을까?처음에는 아이의 나이만 생각했습니다. 초등학교 4학년이면 잠깐 혼자 있어도 되는지 주변 부모들에게 물어보기도 했습니다.하지만 같은 나이라도 아이마다 행동이 다릅니다. 평소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도 당황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나이만 보고 결정하기..
가족 다섯 명의 일정을 맞춰 숙소까지 예약한 뒤 아이들에게 여행 계획을 이야기했습니다. 두 딸은 어디로 가느냐며 좋아했지만 큰아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습니다.“나는 안 가고 집에 있을래.”저는 처음에 장난이나 투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어렵게 준비한 여행인데 고마워하지 않는 것 같아 서운했고, 이유를 묻기보다 계획대로 따라오라고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아이에게 여행이 즐거울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은 부모였고, 정작 아이가 무엇을 힘들어하는지는 듣지 않았습니다.설득할수록 아이는 입을 닫았습니다“가족이 다 같이 가는데 너만 어떻게 집에 있어?”“그래도 나는 가기 싫어.”저는 집에 있는 것보다 여행이 재미있고 좋은 추억도 만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숙소도 이미 예약했다고 덧붙였습니다. 말을 길게 할수록 아이의 표정..
다섯 식구가 함께 외식하면 음식을 주문하는 일부터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마다 먹고 싶은 음식이 다르기 때문에 메뉴를 고르는 데도 시간이 걸립니다.겨우 주문을 마치고 기다리고 있으면 아이가 금방 묻습니다.“아빠, 음식 언제 나와?”“조금만 기다리면 나올 거야.”그렇게 대답하고 몇 분이 지나면 또 물었습니다.“아직도 안 나와?”주방 쪽을 계속 바라보다가 지나가는 직원을 보고는 우리 음식이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다른 식탁에 음식이 먼저 나오면 자기 음식은 왜 나오지 않느냐며 목소리가 커졌습니다.처음에는 배가 많이 고파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식당에 갈 때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됐습니다.기다리지 못하는 아이를 조용히 시키기 위해 가장 쉽게 사용했던 방법은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조용히 기다리게 하려고 스마트..
저희 집은 다섯 식구라 가족이 차를 타면 큰아들과 두 딸이 뒷자리에 나란히 앉습니다. 두 자리뿐인 창가를 두고 출발 전부터 다투는 날이 많았습니다.“내가 창가에 앉을 거야.”“지난번에도 오빠가 앉았잖아.”“내가 먼저 문 열었어.”가운데는 답답하다며 아무도 앉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부모가 그날그날 자리를 정하면 선택받지 못한 아이가 서운해했고, 즐겁게 외출하려다가 차에 타기 전부터 분위기가 나빠졌습니다. 먼저 타기와 양보시키기는 통하지 않았습니다처음에는 큰아이에게 “오늘은 동생에게 양보해”, “오빠니까 가운데에 앉아”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배려라고 생각했지만 큰아들은 자신만 계속 손해 본다고 느꼈습니다. 두 딸도 서로 지난번에 누가 창가에 앉았는지를 다르게 기억했습니다.다음에는 차에 먼저..
아이 생일에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줬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포장을 열자 아이는 장난감을 꺼내 잠깐 살펴봤습니다. 버튼을 눌러보고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했습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난감은 바닥에 놓고 포장 상자를 가져갔습니다.“이 상자는 왜 가져가?”제가 물으니 아이는 상자 안에 들어가 앉았습니다.“여기가 내 집이야.”비싼 장난감은 옆에 그대로 있었고 아이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닫으며 한참을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사준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상자를 버리려고 하자 아이가 급하게 막았습니다며칠 뒤 거실을 정리하다가 포장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한쪽이 찌그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색연필 자국도 있었습니다.저는 장난감 포장 ..
아이 방에는 바퀴가 빠진 장난감과 찌그러진 상자, 그림을 그리고 남은 종이까지 계속 쌓였습니다. 부모 눈에는 오래 쓰지 않은 물건이었지만 아이는 하나도 버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처음에는 정리할 때마다 아이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늘 “다 필요해”, “나중에 쓸 거야”였습니다. 저는 방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몇 가지를 몰래 버렸습니다. 그 행동이 정리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었습니다.몰래 버린 상자를 아이가 찾았습니다며칠 뒤 아이가 방 안을 한참 뒤지다가 작은 상자를 찾았습니다.“내 상자 어디 있어?”“너무 낡았고 안 쓰는 것 같아서 버렸어.”“왜 내 물건을 마음대로 버려?”아이는 그 상자로 작은 장난감 집을 만들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제게는 찌그러진 빈 상자였지만 아이에게는 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