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 가려고 현관에 나서면 아이가 운동화를 신은 뒤 저를 불렀습니다.“아빠, 신발 끈 묶어줘.”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묶어줬습니다. 제가 하면 몇 초 만에 끝나고 아이도 편하게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부모에게만 부탁했습니다.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엄마에게 운동화를 들고 갔습니다.“엄마가 해줘.”아이가 못하는 것인지, 해보지 않으려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신발 끈을 잡고 당길 수는 있었지만 매듭을 만들려고 하면 금방 손을 놓았습니다.부모가 빨리 묶어주는 것이 편했지만 계속 대신해 주면 아이가 직접 연습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바쁜 아침에는 기다려주기가 어려웠습니다아이가 신발 끈을 묶어달라고 하는 시간은 대부분 학교에 가기 직전이었습니다.가방을 챙기고 물..
아이 옷장에는 옷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옷을 샀고, 친척에게 받은 옷도 몇 벌 있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늘 비슷한 옷만 찾았습니다. 여러 벌의 티셔츠가 있어도 부드러운 파란색 티셔츠만 입으려고 했고, 바지도 고무줄이 있는 회색 바지를 가장 좋아했습니다.세탁해서 마르기도 전에 그 옷을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오늘은 새로 산 티셔츠 입어보자.”제가 옷을 꺼내주면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싫어. 파란색 입을 거야.”처음에는 새 옷을 사줘도 입지 않는 아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옷 때문에 실랑이를 하다 보니 저도 점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옷장에 옷이 많은데 왜 같은 옷만 입는지 답답했습니다부모 눈에는 새 옷이 더 깨끗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같은 옷을 입..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친구 집에 놀러 가기로 한 적이 있습니다. 약속을 정한 날부터 아이는 무척 좋아했습니다.“친구 집에서 같이 놀 거야.”전날까지도 무슨 장난감을 가지고 놀지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약속 당일이 되자 아이의 태도가 갑자기 달라졌습니다.“나 오늘 안 가면 안 돼?”처음에는 아이가 그날 기분에 따라 말을 바꾸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친구와 한 약속이니 싫어도 지켜야 한다고 말하려다가 잠시 멈췄습니다.어제까지 기다리던 아이가 갑자기 가지 않겠다고 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 무조건 약속을 지키라고 하기 전에 아이의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약속을 가볍게 생각한다고 여겼습니다아이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자 처음에는 화가 났습니다. 친구 부모도 아이가 오는 시간에 맞춰..
아이가 친구에게 연필이나 지우개를 빌려주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그런데 빌려준 물건을 돌려받지 못한 채 집에 오는 일이 반복되면 부모는 답답해집니다.“네 물건인데 돌려달라고 말하면 되잖아.”부모에게는 간단한 말이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 있습니다. 돌려달라고 했다가 친구가 싫어할까 봐 걱정하기도 하고, 친구 사이가 멀어질까 봐 그냥 참기도 합니다. 이럴 때 부모가 바로 나서기보다 아이가 직접 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과정이 필요했습니다. “왜 말도 못 했어?”라는 말부터 나왔습니다아이가 빌려준 연필을 며칠째 받아오지 못했을 때 처음에는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네가 빌려준 거니까 돌려달라고 하면 되잖아.”그러자 아이는 친구가 내일 준다고 했다며 말을 흐렸습니다. 조금 더 물어보니 돌려달라고 말했..
평소에는 별말 없이 학교에 가던 아이가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아빠, 오늘 학교 안 가면 안 돼?”처음에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줄 알았습니다. 전날까지 잘 놀았고 아침밥도 평소처럼 먹었기 때문입니다.“학교 갈 시간이 되니까 갑자기 배가 아픈 거야?”제가 묻자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가방만 바라봤습니다. 계속 이유를 물어보니 그날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발표가 있는 날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단순한 꾀병으로만 볼 수 없었습니다.배가 아프다는 말 뒤에는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아이는 평소 가족 앞에서는 말을 잘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도 목소리가 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그렇게 힘들어할 것이..
아들이 4학년이 되면서 전에는 하지 않던 거친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에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제가 주의를 주면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한다며 대꾸했습니다. 처음에는 함께 어울리는 친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보면서 친구를 떼어 놓는 것보다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는 기준을 알려주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친구와 놀지 말라는 말부터 했습니다아이가 동생에게 욕을 하거나 부모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자 화부터 났습니다. 평소에는 쓰지 않던 말이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친구에게 배웠다고 단정했습니다.“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네가 달라졌어.”“앞으로는 그 친구하고 놀지 마.”아들은 곧바로 입을 닫았습니다. 누구와 놀았는지 물으면 “몰라”라고 짧게 답했고, 학교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