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착각하고 있었습니다. 아이가 낫지 않는 건 제가 아직 좋은 방법을 못 찾아서라고요. 3년 가까이 병원을 오가고, 수행 프로그램과 명상 센터를 전전하면서도 결과가 없으니 더 좋은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 믿었습니다. 강박장애를 안고 있는 아이 곁에서, 부모가 진짜 내려놓아야 할 것과 끝까지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 그걸 제가 깨닫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조급함이 아이를 더 무겁게 만든다는 걸 몰랐습니다아들이 중학교 2학년 무렵부터 아침에 일어나지 못하고 몸이 무겁다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처음엔 단순한 사춘기 증상이려니 했는데, 병원에서 강박장애(OCD, Obsessive-Compulsive Disorder) 진단을 받은 뒤부터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강박장애란 원하지 않는 반..
아이를 믿는다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 저도 모르게 의심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고등학생이 된 아이를 보며 '왜 이렇게 철이 없을까'라는 말을 반복했던 부모라면 한 번쯤 생각해 볼 이야기입니다. 저도 비슷한 이야기를 옆에서 들으면서 "그게 정말 아이 문제일까?"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상담 현장에서 나온 답은 뜻밖에도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엄마의 불신"이었습니다.부모 불신이 아이 자존감을 갉아먹는 이유아들 둘을 키우는 어머니가 상담사를 찾은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고1 첫째가 또래보다 현실감이 없어 보이고, 담임 선생님도 같은 말씀을 하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상담사의 첫마디는 "엄마가 철이 없어서 아이가 철이 없는 겁니다"였습니다. 저는 이 말을 처음 접했을 때 다소 당혹스러웠는데, 곱씹어 보니 여기..
아이가 언제부터인지 공부를 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비슷한 고민을 가진 한 학부모와 함께 상담을 받아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2025년 5월 모의고사 성적표를 받아 든 날, 저도 모르게 한숨부터 나왔습니다. 아이의 점수가 왜 이렇게 내려가는지 답답했고, 상담을 받으면서 저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아이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부모의 반응 방식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아이보다 제 모습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부모의 불안과 긴장은 말뿐 아니라 표정과 행동, 집안 분위기를 통해 아이에게 전달될 수 있습니다아들이 고등학교에 입학하고 나서 처음 몇 달은 정말 불안했습니다.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나름 성실하게 공부하던 아이가, 고1이 되자마자 책상 앞에..
이번에는 딸아이 지연이가 아기였을 때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우리 딸아기 지연이의 머리를 감기다 두피에 노랗고 딱딱한 각질 덩어리가 손에 잡혔을 때, 저도 처음엔 씻기는 걸 제대로 못 해서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실제 원인은 청결과 거의 무관합니다. 영아기 지루성 피부염(Seborrheic Dermatitis)은 피지 분비가 일시적으로 과활성화된 아이 몸 상태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우리 딸 지연이도 한 달 넘게 악화와 호전을 반복하다 처방을 받고 저희 아이의 경우 처방 후 다음 날부터 눈에 띄게 호전되는 모습을 확인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확실히 배운 것들을 정리하겠습니다.원인: 청결 문제가 아니라 피지 분비 문제입니다영아기 두피에 기름진 노란 각질이 생기는 현상을 의학적으로 영아 두피 지루성 피부염..
감기 증상이 전혀 없는데 39도가 넘는 열이 이틀째 떨어지지 않는다면, 혹시 요로감염을 의심해 보셨습니까? 저도 제 딸아이 지연이가 세 살 때 그 상황을 겪었고, 처음엔 그냥 열감기겠거니 했다가 소변 검사 결과를 보고 나서야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콧물도 기침도 없이 열만 나는 상황, 생각보다 많은 부모가 이 순간 판단을 망설입니다.고열만 나는데 감기가 아니라고요? 증상과 진단딸아이 지연이가 열이 처음 오르던 날, 저는 체온계를 보고도 한동안 이것저것 따져봤습니다. 콧물도 없고, 기침도 없고, 발진도 없었습니다. 그래도 감기 초기라고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해열제를 먹였습니다. 이틀이 지나도 열이 꺾이지 않고 아이가 유독 축 처지는 모습을 보고 나서야 분당 차 병원을 갔습니다.차병원 소아청소년과 김 ..
아이가 달라졌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 건 말투 때문이었습니다.예전에는 제가 무슨 말을 하면 싫더라도 대답은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대화가 자꾸 짧아졌습니다.“숙제했어?”“알아서 할게.”“오늘 왜 이렇게 늦었어?”“친구들이랑 있었어.”“어디서?”“아, 좀 그만 물어봐.”처음에는 사춘기니까 그러려니 했습니다.아이를 키우면서 사춘기가 오면 부모와 부딪히는 일이 생긴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으니까요.그런데 막상 매일 겪어보니 이야기가 달랐습니다.아이의 퉁명스러운 말 한마디가 그렇게 신경 쓰일 줄 몰랐습니다.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고, 제가 화를 내면 아이는 더 크게 반발했습니다.결국 아이는 방문을 닫고 들어가고 저는 거실에 혼자 남는 일이 반복됐습니다.어느 날은 아이가 방문을 세게 닫고 들어가자 저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