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4학년 아들은 아침마다 등교 준비를 늦게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부족해지면 제가 양말과 준비물을 찾아주고 가방까지 현관에 가져다 놓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많이 도와줄수록 아이는 오히려 더 천천히 움직였습니다. 제가 재촉할수록 아이의 움직임은 느려졌습니다등교를 앞둔 아침이면 집 안에서 같은 말이 반복됐습니다.“양치했어?”“아직.”“가방은 챙겼어?”“어디 있는지 모르겠어.”아들은 필요한 물건이 생기면 자기 방부터 찾아보지 않고 저부터 불렀습니다.“아빠, 체육복 못 찾겠어.”저는 아이가 학교에 늦을까 봐 옷장을 열어 체육복을 찾아줬습니다. 물병에 물을 담고 준비물도 가방에 넣어줬습니다. 모든 준비가 끝나고 나면 아이보다 제가 더 지쳤습니다.차 안에서는 “내일은 일찍 준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들도..
일곱 살 아들은 병원에 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그중에서도 치과를 가장 무서워했습니다. 대기실까지는 잘 들어가다가도 진료 의자만 보면 제 손을 잡고 뒤로 물러났습니다.“아빠, 오늘은 치료 안 하면 안 돼?”저는 충치가 더 심해질까 걱정돼 아이를 달랬습니다.“조금만 참으면 금방 끝나. 하나도 안 아파.”하지만 막상 진료가 시작되면 아이는 입을 꼭 다물었습니다. 선생님이 입 주변에 손을 대려고 하면 고개를 돌렸고, 팔과 다리를 계속 움직였습니다. 한번은 의자에서 내려와 진료실 밖으로 뛰어나간 적도 있었습니다.그때까지 저는 아이가 겁이 많고 참을성이 부족해서 그런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여러 번 치료를 중단하고 돌아오면서, 억지로 의자에 앉히는 것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아프지 ..
아이가 잘못한 일을 형제나 친구 탓으로 돌릴 때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거짓말부터 고쳐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이가 사실을 숨기는 이유를 먼저 살펴보니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도 달라졌습니다. 물컵을 깨뜨리고 동생 탓을 했습니다어느 날 거실에서 유리 깨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달려가 보니 바닥에 물컵 조각이 흩어져 있었고 아들은 당황한 얼굴로 서 있었습니다. 다친 곳이 없는지 먼저 확인한 뒤 물었습니다.“컵은 어떻게 깨졌어?”아들은 잠시 망설이더니 거실 반대편에 있던 동생을 가리켰습니다.“동생이 내 옆으로 지나가서 그랬어.”하지만 상황을 살펴보니 아들이 컵을 건드린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화가 나서 다시 물었고 아들은 자기가 깨뜨리지 않았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결국 아이는 울면서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컵 ..
아들이 여덟 살이 되면서 책 읽는 시간을 자꾸 피했습니다. 처음에는 공부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이 옆에서 책을 함께 읽어보니 게으른 것이 아니라 어려운 책 앞에서 자신감을 잃고 있었습니다. 책을 펴면 다른 행동부터 했습니다숙제 시간이 되면 저는 아이가 몇 쪽을 읽었는지부터 확인했습니다. 아이가 창밖을 바라보면 집중하라고 말했고, 틀린 답을 쓰면 지우고 다시 풀게 했습니다.“이것만 끝내면 놀 수 있어.”아이에게 힘을 주려고 한 말이었지만 아이는 책 읽기를 빨리 끝내야 하는 숙제로 받아들였습니다. 모르는 내용이 나와도 질문하지 않고 다음 줄로 넘어갔습니다.제가 “왜 이것도 모르니?”라고 말한 날에는 아이의 표정이 더 굳었습니다. 아들은 책을 덮거나 물을 마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
초등학교 5학년 아들은 아침마다 쉽게 일어나지 못했습니다. 알람을 여러 번 꺼도 다시 잠들었고, 결국 제가 옷과 가방까지 챙겼습니다. 처음에는 게으르다고 생각했지만 매일 대신 준비해 주는 행동도 아이가 스스로 일어날 기회를 줄이고 있었습니다. 여러 번 깨울수록 더 버티려고 했습니다처음 알람이 울리면 저는 방문을 열고 아들을 불렀습니다. 그래도 일어나지 않으면 이불을 걷고 몸을 흔들었습니다.“이제 일어나야 해. 학교 늦겠어.”아들은 눈을 감은 채 “조금만 더 잘래”라고 말했습니다. 저는 5분마다 방에 들어갔고 시간이 부족해지면 목소리가 커졌습니다.“엄마가 몇 번을 깨워야 해?”“나도 일어나려고 했어.”서로 화를 내다 보면 아침밥을 거르거나 준비물을 빠뜨리는 날도 있었습니다. 학교에 늦지 않게 보내는 것이 ..
중학교 1학년 딸이 어느 날부터 거울 앞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학교에 가기 전 옷을 여러 번 바꿔 입었고, 휴대전화를 보며 웃다가 제가 가까이 가면 화면을 살짝 가리기도 했습니다.식사할 때는 특정 친구의 이름을 자주 이야기하면서도 제가 관심을 보이면 갑자기 말을 멈췄습니다. 처음에는 딸에게 좋아하는 남자아이가 생긴 것은 아닐까 궁금했습니다.그러나 바로 물어보면 딸이 마음의 문을 닫을 것 같아 조금 더 기다려보기로 했습니다. 직접 묻자 딸은 방문을 닫았습니다어느 날 딸이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내며 웃고 있었습니다. 저는 별생각 없이 가까이 가서 물었습니다.“요즘 좋아하는 남자친구 생겼어?”딸은 웃음을 멈추더니 바로 표정을 굳혔습니다.“아니야. 그런 거 없어.”저는 딸이 편하게 말해주기를 바라는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