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부모보다 먼저 집에 도착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매번 학교 앞에서 기다리거나 다른 사람에게 아이를 부탁하기도 어려워 집 열쇠를 하나 더 준비했습니다.열쇠 하나를 건네주는 일은 간단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막상 아이 손에 열쇠를 쥐여주려고 하니 여러 걱정이 들었습니다.학교에서 잃어버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친구들에게 열쇠를 보여주다가 누군가 가져가면 어떡하지? 문을 열어놓고 들어가지는 않을까?아들은 열쇠를 보자 자신도 이제 혼자 집에 들어갈 수 있다며 좋아했습니다.“이제 나도 내 열쇠가 있는 거야?”“네 열쇠이기는 하지만 잘 보관해야 해.”아이에게는 자랑스러운 물건이었지만 부모에게는 집의 안전과 연결된 중요한 물건이었습니다. 그래서 열쇠를 주기 전에 가족이 함께 지킬 약속부터 ..
가족이 외식하러 가면 메뉴판에는 여러 음식이 있었습니다. 새로운 음식도 먹어보고 싶었지만 아이가 메뉴판을 펼치면 선택은 늘 비슷했습니다.“나는 돈가스 먹을래.”지난번에도 돈가스를 먹었고 그전에도 같은 음식을 골랐습니다. 다른 식당에 가도 돈가스나 볶음밥처럼 이미 먹어본 음식만 찾았습니다.저는 메뉴판을 보여주며 다른 음식을 권했습니다.“오늘은 이것도 한번 먹어보는 게 어때?”“이 식당은 다른 음식도 맛있대.”하지만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싫어. 나는 먹던 거 먹을 거야.”처음에는 외식까지 나왔는데 매번 같은 음식만 고르는 것이 답답했습니다. 다양한 음식을 먹어보는 것도 아이에게 필요한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새로운 메뉴를 권할수록 아이의 표정이 굳었습니다한 번은 아이가 돈가스를 주문하려고 하자 다른 메..
학교 단체사진을 찍기 전날이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습니다.평소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에 잘 가던 아이였습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내일 학교에서 무슨 일 있어?”“사진 찍는 날이야.”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했습니다.“사진 한 장 찍는 건데 그냥 가면 되지.”그러자 아이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습니다.“나는 사진 찍는 게 싫어.”처음에는 사진 앞에서 웃는 것이 부끄러운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단체사진 때문에 학교까지 가기 싫다고 하는 데에는 아이만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사진 한 장인데 왜 싫은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부모 입장에서는 단체사진이 특별히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 친구들과 줄을 맞춰 서서 ..
아들은 다른 수업에서 있었던 일은 비교적 잘 이야기했습니다.“오늘 과학 시간에 실험했어.”“미술 시간에 그림을 완성했어.”그런데 체육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달라졌습니다.“오늘 체육 시간에는 뭐 했어?”“몰라. 체육 싫어.”처음에는 운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운동을 잘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하지만 체육이 있는 날 아침이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체육복을 챙기는 것을 미루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습니다. 운동을 못해서 싫은 것인지 먼저 물었습니다어느 날 아이가 체육복을 가방에 넣지 않고 있었습니다.“오늘 체육 있는 날 아니야?”제가 묻자 아이는 체육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체육 안 하면 안 돼?”처음에는 “..
아이의 필통을 확인하다가 새로 넣어준 연필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며칠 전에 넣어준 새 연필 어디 있어?”처음에는 학교에서 잃어버린 줄 알았습니다. 아이는 잠시 망설이다가 친구에게 줬다고 말했습니다.“친구가 연필이 없다고 해서 줬어.”친구에게 필요한 물건을 나누어준 마음은 기특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뒤에는 지우개가 없어졌고, 그다음에는 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어보면 아이는 비슷하게 대답했습니다.“친구가 필요하다고 해서 줬어.”한두 번 빌려주는 것은 괜찮지만 준비물을 계속 주는 것까지 그냥 두어야 하는지 고민됐습니다. 아이의 착한 마음을 혼내고 싶지는 않았지만 자기 물건을 지키는 방법도 알려줘야 했습니다.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친구에게 주고 있었습니다아이는 친구에게 준비물을 빌려주는 것..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학교에서 돌아와 조용히 말했습니다.“오늘 나 혼자 밥 먹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아이를 일부러 빼놓은 것은 아닌지, 학교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바로 학교에 연락해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루 혼자 밥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친구 관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왜 혼자 먹었어?”제가 묻자 아이는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습니다.“그냥 혼자 먹었어.”말은 짧았지만 아이의 표정은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저는 그날 바로 모든 대답을 받아내려고 하지 않고 며칠 동안 학교생활을 더 물어보기로 했습니다.혼자 먹었다는 말에 걱정부터 앞섰습니다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