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숙제를 하다가 문제집을 한참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연필을 들고 있었지만 답을 쓰지는 못했습니다.“왜 안 하고 있어?”제가 묻자 아이가 작은 목소리로 말했습니다.“이거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어.”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설명해주지 않았느냐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설명을 들었지만 잘 이해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그럼 선생님한테 다시 물어보지 그랬어?”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에 수업을 제대로 듣지 않았거나 숙제를 하기 싫어서 그러는 줄 알았습니다.하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아이가 모르는 것보다 질문하는 일을 더 어려워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모르는 문제를 그대로 가지고 집에 왔습니다아이는 학교에서 이해하지 못한 문제가 있어도 그냥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집에서 숙제를 시작한 뒤에..
아이가 초등학교 저학년이었을 때 학교에서 돌아와 조용히 말했습니다.“오늘 나 혼자 밥 먹었어.”그 말을 듣는 순간 여러 생각이 들었습니다. 친구들이 아이를 일부러 빼놓은 것은 아닌지, 학교에서 혼자 지내는 것은 아닌지 걱정됐습니다.바로 학교에 연락해 확인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가 하루 혼자 밥을 먹었다는 사실만으로 친구 관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고 판단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왜 혼자 먹었어?”제가 묻자 아이는 처음에는 별일 아니라는 듯 대답했습니다.“그냥 혼자 먹었어.”말은 짧았지만 아이의 표정은 평소와 조금 달라 보였습니다. 저는 그날 바로 모든 대답을 받아내려고 하지 않고 며칠 동안 학교생활을 더 물어보기로 했습니다. 혼자 먹었다는 말에 걱정부터 앞섰습니다부모 입장에서는 아이가 학교..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화장실로 뛰어간 적이 있었습니다.처음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니 화장실 가는 것을 잊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어떤 날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다리를 꼬고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학교에서 화장실 안 갔어?”제가 물으면 아이는 짧게 대답했습니다.“응.”처음에는 학교에 화장실이 있는데 왜 집에 올 때까지 참았을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학교 화장실이 싫다는 아이어느 날 아이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학교 화장실 가기 싫어?”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애들이 많아.”또 어떤 때는 화장실이 지저분해서 싫..
아들이 4학년이 되면서 학교 준비물을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지우개를 다시 챙겨주면 며칠 뒤에는 연필이나 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병과 모자까지 없어지니 저도 점점 예민해졌습니다.“지난번에 챙겨준 지우개 어디 있어?”“친구가 가져갔어.”모자는 바람에 날아갔다고 했고, 책상에 놓았는데 없어졌다고도 했습니다. 어느 날에는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가버렸나 봐”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처음에는 아이의 설명을 들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자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수업에 필요하니 다시 챙겨줘야 하는데, 매번 새것을 꺼내주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됐습니다. 이유를 따져 묻다 보니 잔소리만 길어졌습니다준비물이 없어졌다고 하면 저는 먼저 “이번에는 왜 잃어버렸어?”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친구가 빌려 갔거나 분명히 놓아둔 곳에서..
아이들이 크면서 갖고 싶어 하는 물건의 가격도 달라졌습니다. 예전에는 작은 자동차나 스티커 한 장으로도 만족했는데, 요즘은 친구가 가진 장난감이나 전자기기를 보고 와서 같은 것을 사달라고 할 때가 있습니다.얼마 전 장난감 가게에서 아들이 큰 레고 상자를 가리켰습니다.“아빠, 친구도 이거 있어. 나도 사주면 안 돼?”가격표를 본 저는 반사적으로 “너무 비싸. 안 돼”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아이가 잠시 머뭇거리더니 “우리 집은 돈이 없어?”라고 물었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질문이라 바로 대답하지 못했습니다.우리 형편을 솔직히 알려주는 것과 어른의 걱정을 아이에게 떠넘기는 것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그날부터 저는 통장에 얼마가 있는지를 설명하기보다, 우리 가족이 돈을 어떤 순서로 쓰는지 이야기해 주기로 ..
우리 아이가 숟가락을 왼손으로 잡을 때마다 저는 무심코 말했습니다.“그 손 말고 오른손으로 먹어야지.”연필을 왼손으로 잡으면 오른손에 다시 쥐여주었고, 가위를 사용할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가 어릴 때 바로잡아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숟가락을 내려놓으며 말했습니다.“엄마, 나는 이 손이 더 편해.”그 말을 듣는데 마음이 조금 이상했습니다. 아이는 그저 편한 손으로 밥을 먹고 있었을 뿐인데, 저는 계속 틀렸다고 말하고 있었던 것입니다.그날부터 아이의 손을 바꾸려고 하기보다 어떤 상황에서 불편해하는지 먼저 지켜보기로 했습니다. 오른손으로 바꿔주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처음에는 왼손을 사용하는 것이 단순한 습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오른손에 연필을 쥐여주고 계속 연습하면 자연스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