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입에서 처음 욕이 튀어나온 날을 아직도 기억합니다.순간 귀를 의심했습니다.‘내가 잘못 들었나?’한 번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분명했습니다. 아이가 욕을 한 겁니다.머릿속에서는 곧바로 여러 생각이 지나갔습니다.‘친구한테 배웠나?’‘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내가 아이를 잘못 키우고 있는 건가?’그리고 저도 모르게 목소리가 커졌습니다.“그런 말 어디서 배웠어?”지금 생각하면 참 이상합니다.아이의 욕은 몇 초였는데, 제 잔소리는 몇 분이나 계속됐습니다.욕이 왜 나왔는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욕을 했다는 사실 하나에만 매달렸습니다.그런데 더 당황스러운 일은 그다음부터였습니다.제가 그렇게 화를 냈으니 아이가 다시는 안 할 줄 알았습니다.반대였습니다.며칠 지나자 또 나왔습니다.그때 처음 궁금해졌습니다.‘혹시..
아이 셋을 키우면서 가장 자주 겪었던 것 중 하나가 콧물이었습니다.특히 첫아이 때는 콧물만 나도 감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아직 말을 제대로 못 하는 아이는 어디가 어떻게 불편한지 설명하지 못합니다.“목이 아파?”“코가 간지러워?”“몸이 아파?”물어봐도 제대로 대답할 수 없는 나이였습니다.그래서 콧물이 계속되면 감기가 오래가는 건가 싶어 병원에 갔고, 조금 괜찮아졌다가 다시 콧물이 나면 또 감기에 걸렸나 생각했습니다.그러다 둘째, 셋째까지 키우면서 저도 조금씩 육아 ‘경력’이 생겼습니다.아이의 콧물만 보는 것이 아니라 콧물이 날 때 아이가 함께 보여주는 행동을 보기 시작한 것입니다.처음에는 그저 아이들을 키우면서 생긴 제 나름의 관찰법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께 제가 아이를 보..
“이제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마랑 자려고 해?”아이를 키우다 보면 한 번쯤 듣게 되는 말입니다.친구 아이는 벌써 자기 방에서 혼자 잔다고 하고, 인터넷을 찾아보면 몇 살부터 분리수면을 시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쏟아집니다.그러다 보면 부모 마음이 급해집니다.‘우리 아이만 늦는 건 아닐까?’‘계속 같이 자면 독립심이 부족해지는 건 아닐까?’저 역시 처음에는 분리수면을 ‘언제 시작하느냐’의 문제로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여러 아이의 사례를 접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중요한 것은 달력에 적힌 나이보다 아이가 왜 혼자 자는 것을 힘들어하는지였습니다.혼자 자지 못하는 행동만 고치려고 하면 매일 밤이 부모와 아이의 전쟁이 될 수 있습니다.반대로 그 행동 뒤에 숨어 있는 이유를 찾으면 해결 방법도 달라집니다.분리수면에는 ..
“숙제했어?”“응, 했어.”그런데 가방을 열어보니 숙제는 그대로였습니다.“양치했어?”“했어.”칫솔은 마른 채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예전의 저는 이런 일이 반복될 때마다 아이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분명하지 않았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했어”라고 말하니 화가 날 때도 있었습니다.처음에는 버릇의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그래서 더 정확하게 물어보고, 확인하고, 때로는 야단도 쳤습니다. 하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아이가 일부러 저를 속이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 때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정말 자기가 했다고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지을 때도 있었습니다.그때부터 저는 다른 질문을 하기 시작했습니다.‘혹시 이 아이는 거짓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하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은 아닐까?..
“엄마, 다리가 아파.”하루 종일 잘 뛰어놀던 아이가 잠자리에 들 무렵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고 하면 부모는 당황합니다. 조금 주물러주면 괜찮아져 잠들기도 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언제 아팠냐는 듯 뛰어다니기도 합니다.그러면 자연스럽게 이런 생각이 듭니다.“키가 크느라 그런가?”저 역시 처음에는 성장기 아이에게 흔히 나타나는 일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다고 봤습니다. 하지만 성장통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성장통이 맞는지’보다 성장통과 비슷하게 보이는 다른 문제의 신호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성장통이 주로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는지, 집에서는 무엇을 관찰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경우에는 병원을 찾아야 하는지를 부모 입장에서 쉽게 정리해 보겠습니다.성장통이라고 부르지만,..
아이와 밥을 먹다 보면 유난히 시간이 길게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저희 집도 한동안 식사시간이 그랬습니다.밥 한 숟가락을 먹고 한참 앉아 있고, 반찬을 만지작거리다가 물을 마시고, 다시 한 숟가락을 먹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저도 모르게 같은 말을 반복했습니다.“밥 먹자.”“빨리 먹어.”“언제까지 먹을 거야?”그런데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아이가 왜 이렇게 늦게 먹는지 제대로 살펴본 적이 있었나?그날부터 빨리 먹게 만드는 것보다 왜 오래 먹는지를 먼저 관찰해보기로 했습니다.밥을 늦게 먹는 이유부터 살펴봤습니다처음에는 단순한 습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지켜보니 매일 똑같이 느린 것은 아니었습니다.좋아하는 반찬이 나오거나 밖에서 신나게 놀고 온 날에는 생각보다 잘 먹었습니다. 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