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생일에 평소 갖고 싶어 하던 장난감을 사줬습니다.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지만 아이가 좋아할 모습을 생각하며 준비했습니다.포장을 열자 아이는 장난감을 꺼내 잠깐 살펴봤습니다. 버튼을 눌러보고 움직이는 모습도 확인했습니다.그런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장난감은 바닥에 놓고 포장 상자를 가져갔습니다.“이 상자는 왜 가져가?”제가 물으니 아이는 상자 안에 들어가 앉았습니다.“여기가 내 집이야.”비싼 장난감은 옆에 그대로 있었고 아이는 상자의 뚜껑을 열고 닫으며 한참을 놀았습니다. 처음에는 장난감을 사준 것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상자를 버리려고 하자 아이가 급하게 막았습니다며칠 뒤 거실을 정리하다가 포장 상자를 발견했습니다. 한쪽이 찌그러져 있었고 바닥에는 색연필 자국도 있었습니다.저는 장난감 포장 ..
아이 방에는 바퀴가 빠진 장난감과 찌그러진 상자, 그림을 그리고 남은 종이까지 계속 쌓였습니다. 부모 눈에는 오래 쓰지 않은 물건이었지만 아이는 하나도 버리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처음에는 정리할 때마다 아이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늘 “다 필요해”, “나중에 쓸 거야”였습니다. 저는 방을 빨리 정리하고 싶은 마음에 아이가 학교에 간 사이 몇 가지를 몰래 버렸습니다. 그 행동이 정리보다 더 큰 문제를 만들었습니다.몰래 버린 상자를 아이가 찾았습니다며칠 뒤 아이가 방 안을 한참 뒤지다가 작은 상자를 찾았습니다.“내 상자 어디 있어?”“너무 낡았고 안 쓰는 것 같아서 버렸어.”“왜 내 물건을 마음대로 버려?”아이는 그 상자로 작은 장난감 집을 만들려고 했다고 했습니다. 제게는 찌그러진 빈 상자였지만 아이에게는 아..
학교에 가려고 현관에 나서면 아이가 운동화를 신은 뒤 저를 불렀습니다.“아빠, 신발 끈 묶어줘.”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묶어줬습니다. 제가 하면 몇 초 만에 끝나고 아이도 편하게 학교에 갈 수 있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부모에게만 부탁했습니다. 제가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엄마에게 운동화를 들고 갔습니다.“엄마가 해줘.”아이가 못하는 것인지, 해보지 않으려는 것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신발 끈을 잡고 당길 수는 있었지만 매듭을 만들려고 하면 금방 손을 놓았습니다.부모가 빨리 묶어주는 것이 편했지만 계속 대신해 주면 아이가 직접 연습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바쁜 아침에는 기다려주기가 어려웠습니다아이가 신발 끈을 묶어달라고 하는 시간은 대부분 학교에 가기 직전이었습니다.가방을 챙기고 물..
아이 옷장에는 옷이 부족하지 않았습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필요한 옷을 샀고, 친척에게 받은 옷도 몇 벌 있었습니다.그런데 아이는 늘 비슷한 옷만 찾았습니다. 여러 벌의 티셔츠가 있어도 부드러운 파란색 티셔츠만 입으려고 했고, 바지도 고무줄이 있는 회색 바지를 가장 좋아했습니다.세탁해서 마르기도 전에 그 옷을 찾을 때도 있었습니다.“오늘은 새로 산 티셔츠 입어보자.”제가 옷을 꺼내주면 아이는 고개를 저었습니다.“싫어. 파란색 입을 거야.”처음에는 새 옷을 사줘도 입지 않는 아이가 이해되지 않았습니다. 아침마다 옷 때문에 실랑이를 하다 보니 저도 점점 목소리가 커졌습니다.옷장에 옷이 많은데 왜 같은 옷만 입는지 답답했습니다부모 눈에는 새 옷이 더 깨끗하고 보기 좋았습니다. 학교에 갈 때마다 같은 옷을 입..
학교 단체사진을 찍기 전날이었습니다. 아이가 갑자기 다음 날 학교에 가기 싫다고 했습니다.평소에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학교에 잘 가던 아이였습니다. 아프지도 않은데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니 이유가 궁금했습니다.“내일 학교에서 무슨 일 있어?”“사진 찍는 날이야.”저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말했습니다.“사진 한 장 찍는 건데 그냥 가면 되지.”그러자 아이의 표정이 더 어두워졌습니다.“나는 사진 찍는 게 싫어.”처음에는 사진 앞에서 웃는 것이 부끄러운가 보다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단체사진 때문에 학교까지 가기 싫다고 하는 데에는 아이만의 이유가 있을 것 같았습니다.사진 한 장인데 왜 싫은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부모 입장에서는 단체사진이 특별히 어려운 일처럼 보이지 않았습니다. 반 친구들과 줄을 맞춰 서서 ..
아들은 다른 수업에서 있었던 일은 비교적 잘 이야기했습니다.“오늘 과학 시간에 실험했어.”“미술 시간에 그림을 완성했어.”그런데 체육 이야기만 나오면 표정이 달라졌습니다.“오늘 체육 시간에는 뭐 했어?”“몰라. 체육 싫어.”처음에는 운동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도 아이에게 운동을 잘해야 한다고 강요하고 싶지는 않았습니다.하지만 체육이 있는 날 아침이면 학교에 가기 싫다고 하거나 체육복을 챙기는 것을 미루는 모습을 보면서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닌지 궁금해졌습니다. 운동을 못해서 싫은 것인지 먼저 물었습니다어느 날 아이가 체육복을 가방에 넣지 않고 있었습니다.“오늘 체육 있는 날 아니야?”제가 묻자 아이는 체육복을 만지작거리며 말했습니다.“체육 안 하면 안 돼?”처음에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