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는 별말 없이 학교에 가던 아이가 발표를 앞두고 갑자기 배가 아프다고 했습니다.“아빠, 오늘 학교 안 가면 안 돼?”처음에는 학교에 가기 싫어서 핑계를 대는 줄 알았습니다. 전날까지 잘 놀았고 아침밥도 평소처럼 먹었기 때문입니다.“학교 갈 시간이 되니까 갑자기 배가 아픈 거야?”제가 묻자 아이는 대답하지 않고 가방만 바라봤습니다. 계속 이유를 물어보니 그날 수업 시간에 친구들 앞에서 발표해야 한다고 했습니다.발표가 있는 날마다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단순한 꾀병으로만 볼 수 없었습니다.배가 아프다는 말 뒤에는 발표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아이는 평소 가족 앞에서는 말을 잘했습니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할 때도 목소리가 작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사람들 앞에서 말하는 것을 그렇게 힘들어할 것이..
학교가 끝나고 집에 돌아온 아이가 현관문을 열자마자 가방도 내려놓지 않고 화장실로 뛰어간 적이 있었습니다.처음에는 학교에서 친구들과 신나게 놀다 보니 화장실 가는 것을 잊었나 보다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어떤 날은 집에 들어오면서부터 다리를 꼬고 급하게 화장실로 뛰어갔습니다.“학교에서 화장실 안 갔어?”제가 물으면 아이는 짧게 대답했습니다.“응.”처음에는 학교에 화장실이 있는데 왜 집에 올 때까지 참았을까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이와 천천히 이야기를 해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과 조금 달랐습니다.학교 화장실이 싫다는 아이어느 날 아이에게 다시 물어봤습니다.“학교 화장실 가기 싫어?”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했습니다.“애들이 많아.”또 어떤 때는 화장실이 지저분해서 싫..
아들이 4학년이 되면서 학교 준비물을 자주 잃어버렸습니다. 지우개를 다시 챙겨주면 며칠 뒤에는 연필이나 자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물병과 모자까지 없어지니 저도 점점 예민해졌습니다.“지난번에 챙겨준 지우개 어디 있어?”“친구가 가져갔어.”모자는 바람에 날아갔다고 했고, 책상에 놓았는데 없어졌다고도 했습니다. 어느 날에는 “발이 달려서 어디로 가버렸나 봐”라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처음에는 아이의 설명을 들었지만 같은 일이 반복되자 잔소리가 늘었습니다. 수업에 필요하니 다시 챙겨줘야 하는데, 매번 새것을 꺼내주는 것이 맞는지도 고민됐습니다. 이유를 따져 묻다 보니 잔소리만 길어졌습니다준비물이 없어졌다고 하면 저는 먼저 “이번에는 왜 잃어버렸어?”라고 물었습니다. 아이는 친구가 빌려 갔거나 분명히 놓아둔 곳에서..
아들이 4학년이 되면서 전에는 하지 않던 거친 말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동생에게 퉁명스럽게 말하고, 제가 주의를 주면 친구들도 다 그렇게 한다며 대꾸했습니다. 처음에는 함께 어울리는 친구 때문이라고 생각해 만나지 못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를 지켜보면서 친구를 떼어 놓는 것보다 스스로 행동을 선택하는 기준을 알려주는 일이 먼저라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친구와 놀지 말라는 말부터 했습니다아이가 동생에게 욕을 하거나 부모에게 대드는 모습을 보자 화부터 났습니다. 평소에는 쓰지 않던 말이라 가장 가까이 지내는 친구에게 배웠다고 단정했습니다.“그 친구를 만나고 나서 네가 달라졌어.”“앞으로는 그 친구하고 놀지 마.”아들은 곧바로 입을 닫았습니다. 누구와 놀았는지 물으면 “몰라”라고 짧게 답했고, 학교에서 ..
아이가 초등학교 1학년일 때였습니다. 아이에게도 스마트폰이 있었지만 하루에 사용할 수 있는 시간을 두 시간 정도로 정해 놓았습니다.“두 시간 다 사용했으니까 오늘은 그만해야 해.”“조금만 더 보면 안 돼?”“약속한 시간이 끝났으니까 내일 보자.”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오래 보면 안 된다고 말하면서도 부모가 정한 규칙이니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그런데 어느 날 아이가 저희 부부를 바라보며 말했습니다.“엄마 아빠 또 핸드폰 봐.”순간 아무 말도 하지 못했습니다. 아이에게는 하루 두 시간이라는 규칙을 만들어 놓고 정작 엄마와 아빠는 아이 옆에서 수시로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아빠, 이것 좀 봐”라는 말을 여러 번 놓쳤습니다아이는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만들면 저에게 보여주려고 했습니다.“..
아들이 3학년일 때만 해도 학교에서 돌아오면 이야기가 많았습니다.“오늘 친구가 장난을 쳤는데 내가 이렇게 말했어.”“선생님이 문제를 냈는데 내가 맞혔어.”제가 물어보지 않아도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자세히 말했습니다. 그런데 4학년이 되면서 아들의 말수가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오늘 학교 어땠어?”“응.”“친구들이랑 잘 지냈어?”“그래.”“무슨 일 있었어?”“아니.”계속 물으면 고개를 젓거나 숙제해야 한다며 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인지, 제가 모르는 일이 있는 것인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새 반에 아는 친구가 한 명도 없었습니다4학년이 되면서 반이 바뀌었습니다. 3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친구가 새 반에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저는 가장 먼저 친구 관계를 걱정했습니다. 새로운 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