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들의 방은 늘 장난감과 책, 옷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자동차는 바닥에 줄지어 놓여 있었고 블록 사이에는 종이와 색연필이 섞여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도 학용품과 장난감이 쌓여 숙제할 자리를 찾기 어려운 날이 많았습니다.처음에는 방문 앞에서 “방 좀 정리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장난감만 만지작거렸습니다. 같은 말을 여러 번 반복하다 보면 제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답답해진 제가 대신 치웠습니다.다음 날이면 방은 다시 어질러졌습니다. 아이는 물건이 어디에 있는지 몰라 “아빠, 내 자동차 어디 있어?”라고 물었습니다. 정리를 가르치려고 시작했지만 실제로는 제가 치우고 아이는 다시 어지르는 일이 반복되고 있었습니다. 장난감을 버리겠다는 말에 싸움만 커졌습니다처음에는 아..
우리 아들은 먹는 욕심이 있는 편입니다. 과일이나 사탕, 자신이 좋아하는 반찬이 있으면 동생들보다 많이 먹으려고 했습니다.맛있는 음식이 식탁에 올라오면 자기 밥그릇에 먼저 가져갔고, 동생들이 아직 먹지 않았는데도 남은 음식을 더 가져갈 때가 있었습니다. 반대로 입맛에 맞지 않는 음식은 조금만 먹거나 그대로 남기기도 했습니다.처음에는 단순히 식성이 좋은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세 아이가 함께 먹다 보니 한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을 먼저 가져가면 다른 아이가 먹을 몫이 부족해지는 일이 생겼습니다.“동생들도 먹어야 하니까 그만 가져가.”같은 말을 자주 했지만 그 순간에만 멈출 뿐, 비슷한 일이 다시 반복됐습니다. 그래서 혼내기보다 우리 가족이 함께 지킬 수 있는 식사 규칙을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맛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정답을 찾기 어려운 질문을 자주 만나게 됩니다. 그중 하나가 부모와 아이가 언제까지 함께 목욕해도 되는지에 관한 문제였습니다.인터넷을 찾아보면 대체로 비슷한 나이가 언급됩니다. 하지만 실제로 두 아이를 키워보니 아이마다 반응과 속도가 달랐습니다. 우리 아들은 여섯 살 무렵 먼저 부끄럽다고 말했지만, 여덟 살 딸은 여전히 아빠와 함께 씻고 싶어 했습니다.그 경험을 통해 저는 숫자로 정해진 기준보다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아들은 여섯 살에 먼저 부끄럽다고 했습니다아들은 어릴 때 엄마와 함께 씻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습니다. 목욕하면서 그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하고 물장난을 치는 것도 좋아했습니다.그러던 어느 날 아들이 조심스럽게 말했습니다...
아이가 초등학교 5학년이 되면서 질문이 조금씩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에는 아침에 일어난 뒤 몸에서 느껴지는 변화가 이상하지 않은지 물었고, 또 어느 날에는 남녀가 서로 좋아하는 마음과 스킨십에 관해 궁금해했습니다.저는 아이를 앉혀 놓고 “어디까지 알고 있어?”라고 확인한 적이 없습니다. 민감한 이야기가 나오면 그때그때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어갔습니다. 아이가 하나를 물으면 그 질문에 먼저 답하고, 표정을 살핀 뒤 조금 더 설명하는 식이었습니다.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아이는 이미 학교뿐만 아니라 친구와 인터넷을 통해 여러 내용을 접하고 있었습니다. 제가 모르고 있던 이야기도 많았습니다. 아이에게 모든 답을 한 번에 알려주는 것보다 궁금한 일이 생겼을 때 부모에게 다시 물어볼 수 있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
저는 열다섯 살에 처음 생리를 했습니다. 생리가 무엇인지는 어느 정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제 몸에서 처음 피가 나오는 모습을 보니 놀랐습니다. 알고 있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달랐습니다.그때 제가 가장 먼저 이야기한 사람은 엄마가 아니라 친구들이었습니다. 엄마와 사이가 나빴던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평소에는 엄마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그런데 이상하게 생리에 관한 이야기는 친구들에게 먼저 하게 됐습니다. 엄마에게 이야기한 것은 생리대를 사야 할 때였습니다.지금 제가 엄마가 되어 딸을 생각해 보니 그때의 제 마음이 조금 이해됩니다. 부모와 아무리 가까워도 아이에게는 친구에게 먼저 말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습니다.그래서 딸이 첫 생리를 했을 때 엄마에게 바로 말하지 않더라도 서운해하기보다, 필..
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면서 전과 다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처럼 말을 걸었을 뿐인데 짜증을 내거나, 별일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방문을 세게 닫고 들어갔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사소한 일이었지만 아이에게는 그렇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처음에는 아이가 왜 그러는지 바로 알아내야 마음이 놓였습니다. 방문을 닫고 들어가면 곧바로 따라가 이유를 물었습니다. 아이가 대답하지 않으면 같은 질문을 반복했고, 결국 서로 목소리가 커지는 날도 있었습니다.아이가 달라졌다고만 생각했지만 돌아보니 저도 달라져야 했습니다. 아이가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순간마다 바로 답을 요구하기보다 혼자 진정할 시간을 주고, 마음이 가라앉은 뒤 다시 이야기해 보는 방법을 시작했습니다. 따라가서 물을수록 더 멀어졌습니다아이가 방문을 세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