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했어?”라고 물으면 아이는 자연스럽게 “응, 했어”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런데 가방을 열어보니 숙제는 그대로였고, 양치했다는 말과 달리 칫솔도 말라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아이가 저를 속인다고 생각했지만 비슷한 일이 반복되면서 질문을 조금 다르게 해 보기로 했습니다.“했어”라는 말을 모두 거짓말로 보지 않았습니다예전에는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하면 바로 잘못부터 따졌습니다. “안 했는데 왜 했다고 말해?”라고 물으면 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거나 변명했습니다. 저도 화가 나서 목소리가 커졌고 대화는 결국 혼내는 것으로 끝났습니다.그런데 아이의 표정을 살펴보면 일부러 속이고 즐거워하는 모습과는 달랐습니다. 정말 했다고 생각하는 것 같거나 무엇을 빼먹었는지 자신도 잘 모르는 때가 있었습니다.숙제를 해야 ..
하루 종일 잘 뛰어놀던 아이가 잠자리에 들 무렵 다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조금 주물러 주니 잠이 들었고, 다음 날 아침에는 언제 아팠냐는 듯 멀쩡하게 움직였습니다.처음에는 아이들이 자랄 때 흔히 겪는 성장통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통증이 반복되자 무조건 괜찮다고 말하기보다 언제, 어느 쪽이, 어떻게 아픈지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밤에는 아팠지만 아침에는 괜찮았습니다아이가 다리를 아파한 시간은 주로 늦은 저녁이나 잠자리에 들 무렵이었습니다. 허벅지나 종아리가 불편하다고 했고, 어떤 날은 양쪽 다리가 모두 아프다고 했습니다.“어디가 제일 아파?”“여기부터 여기까지 아파.”아이가 가리킨 곳을 가볍게 주물러 주거나 따뜻하게 해주면 조금 편안해했습니다. 그렇게 잠이 들고 나면 다음 날 아침에는 평소처럼 학..
아이가 밥을 너무 천천히 먹을 때마다 “빨리 먹어”라는 말을 반복했습니다. 하지만 재촉할수록 식사 시간이 더 힘들어져, 아이를 바꾸기 전에 늦게 먹는 이유부터 살펴봤습니다. 매일 천천히 먹는 것은 아니었습니다처음에는 아이가 원래 밥을 늦게 먹는 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한 끼를 먹는 동안 숟가락을 내려놓고 딴생각을 하거나 주변 물건을 만지는 날이 많았습니다.하지만 며칠 동안 지켜보니 항상 같은 속도로 먹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좋아하는 반찬이 나오는 날에는 생각보다 빨리 먹었습니다. 밖에서 신나게 놀고 들어와 배가 고픈 날에도 식사가 길어지지 않았습니다.반대로 오후에 간식을 많이 먹거나 저녁 식사 직전에 우유와 과일을 먹은 날에는 밥을 오래 물고 있었습니다. 피곤한 날에는 숟가락을 든 채 멍하니 앉아 있기도..
아들과 처음 몽정 이야기를 나누기 전, 저는 며칠 동안 같은 고민을 반복했습니다.‘어디까지 이야기해야 할까?’‘아들이 갑자기 질문하면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까?’제가 너무 심각하게 말하면 아이가 겁을 먹을 것 같았고, 어설프게 웃으며 말하면 장난으로 받아들일 것 같았습니다. 아빠가 먼저 이런 이야기를 꺼내는 것 자체가 아들에게 부담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그런데 막상 대화를 시작해 보니 아들의 반응은 제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짧았습니다.“아빠가 네 나이쯤 되었을 때 자다가 속옷이 젖은 적이 있었어.”아들은 잠깐 저를 보더니 물었습니다.“오줌 싼 거야?”“아니야. 몸이 자라면서 자연스럽게 생길 수 있는 일이야.”아들은 고개를 끄덕인 뒤 더 묻지 않았습니다. 저는 준비했던 말을 계속해야 하나..
아들이 어느 정도 자라면 부모도 예상하지 못했던 순간을 만나게 됩니다. 저에게는 아들의 첫 몽정이 그랬습니다.어느 날 빨래를 정리하다가 아들이 밤사이에 몽정을 한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당황했습니다. 아들이 먼저 아무 말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알면서도 말하지 않은 걸까?’‘내가 먼저 이야기해야 하나?’‘괜히 말을 꺼냈다가 아이를 더 창피하게 만드는 것은 아닐까?’몽정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일보다 아들에게 어떻게 말을 꺼낼지가 더 어려웠습니다. 아빠인 저도 이런 대화를 해본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말하지 않은 데는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처음에는 아들이 저에게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조금 마음에 걸렸습니다. 하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니 저 역시 그 나이에는 몸의 변화를 부..
놀이터에서 다른 아이가 딸의 장난감에 손만 대도 아이가 큰 소리를 지르던 때가 있었습니다. 다른 부모들의 시선이 신경 쓰인 저는 습관처럼 말했습니다.“친구랑 나눠 써야지.”그런데 나눠주라고 말할수록 딸은 장난감을 더 꼭 쥐었습니다. 처음에는 욕심이 많아서 그런 줄 알았지만, 아이에게는 아끼는 물건을 갑자기 내놓으라는 말이 불안하게 들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친구랑 나눠 써”라는 말이 통하지 않았습니다놀이터에 갈 때면 딸은 자신이 좋아하는 장난감을 꼭 챙겼습니다. 다른 아이가 가까이 오거나 장난감에 손을 대면 바로 품에 안고 큰 소리를 냈습니다.저는 그럴 때마다 딸을 타일렀습니다.“친구도 한 번 가지고 놀게 해줘.”“같이 놀아야 착한 아이야.”딸은 제 말을 들을수록 장난감을 등 뒤로 숨겼습니다..